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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 자리를 만든다는 것
먹고 자고 쉬며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진정한 거주’의 공간을 위한 분투기. 박찬용 에디터의 오래된 아파트를 고치기 위한 7년의 시간은 단순한 수리의 과정을 넘어, ‘거주’의 층위를 한 겹씩 쌓아 올린 시간이 아닐까.
2025.11.11.
예술 PD 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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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15평짜리 미로
1부. 생각 1. 얼어붙은 빨래 2. 새벽에서 계약까지 3. 인생의 경우의 수 (집이라는 변수로 보는) 4. (수리에 대한) 원칙의 원칙 2부. 실행 5. 전 반장님 위로 떨어진 쥐똥 6. 집의 뼈 7. 집의 핏줄 8. 부엌의 꿈과 일렉트릭 미야모토 무사시 9. 코비드-19가 나의 창문에 미친 영향 10. 집수리의 인터미션 인터미션 11. 학동역의 헨젤과 그레텔 12. 마루와의 조우 13. 타일계의 00년대 조르지오 아르마니 14. 흐린 기억 속의 변기 3부. 입주 15. 고양이 버스를 닮은 집수리 전문가 16. 아름다움과 본능 17. 늘 좋을 수는 없으니까. 18 사라진 타일 19. 철물의 시간 20 입주하던 날 ‘박찬용의 집’ 전시 4부. 생활 21. 샤워 커튼 블루스 22. 가구 삼고초려 23. 가구를 올리던 날 24. 이케아 비율 2025 25.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26. 맨몸 이사 대담 - 젊은 건축가 이희준과 에필로그 - 연결되는 미로 감사의 말과 일러두기 연표 [부록] 첫 (셋)집 연대기 서울의 빌라 전 반장님 인터뷰 집수리를 하는 과정에서 읽은 책 일부 창호에 대하여 꿈의 마루와 현실의 마루 탈락한 타일들 욕실 도기의 변수 혼자 하는 수리 vs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수리 집 안의 소리 개인적인 가구 의뢰 과정과 결과 경험담 이 집과 느슨하게 연결된 건축에 관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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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스토리라인은 2020년대 한국에서의 집수리 게임에 대한 퀘스트와 해결의 연속 같은 면이 있다. 철거 현장에서 신경 쓸 부분은 무엇인가, 창문은 어떻게 설치하는가, 집수리 전문가는 어떻게 찾아보는가, 내가 집에 남다른 세부 요소를 넣으려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감수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나는 내 나름의 시간과 자원을 소모시키며 아주 천천히 이 과정을 하나씩 해 나갔다.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으나 원래 남의 고통이 나의 재미다. 나의 고되고 바보 같은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께 즐거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프롤로그 - 15평짜리 미로」 중에서 나는 현대 사회의 성채 같은 대형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 시설이 좋은 건 잘 안다. 다만 그 시설이 편리하고 안전한 만큼 나에게 실제 세상의 어떤 부분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 「2. 새벽에서 계약까지」 중에서 2010년대 후반 잡지 에디터였던 그때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은 비유하자면 불경기를 코앞에 둔 호텔 라운지 같았다. 호텔 밖은 인적이 줄어들고 불도 꺼져 가는데 이 호텔 안에서만은 여전히 모두가 비즈니스 미소를 지으며 하늘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공짜 샴페인을 나눠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두 점점 좁아지는 라운지로 몸을 움츠리지만 샴페인은 포기하지 못하고, 나 역시 그러는 무리의 일부 같았다. 왜곡된 시선인 걸 알지만 일단 그때 나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2. 새벽에서 계약까지」 중에서 내가 있는 에디터 혹은 광의의 문화산업 업계에는 이른바 도시 문화에 관심이 깊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화에 관심이 많으니 좋아하는 것도 원하는 방향도 있겠고,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들의 생각은 묘 하게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된다.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하고, 오래된 곳이 좋고 역사가 소중하고. --- 「3. 인생의 경우의 수」 중에서 1971년 준공이면 반포주공아파트와 같은 해에 지어진 집이다. 정말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이 집은 겉이 낡았을 뿐 속은 튼튼했다. 나는 이런 곳에 살고 싶었다. 오래되고 튼튼한 곳에. --- 「3. 인생의 경우의 수」 중에서 전국에 수많은 전 반장님 같은 분들이 누군가의 전화번호부에 ‘ㅇㅇ 반장님’이라고 저장되어 있을 것 같다. 그런 반장님들은 집수리에 대해서라면 못 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반장님은 필요하다. --- 「5. 전 반장님 위로 떨어진 쥐똥」 중에서 이제 뭔가 시작되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걸 넘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이키기엔 모든 게 너무 늦었다. 천장은 뚫렸고 쥐똥도 다 떨어졌다. --- 「5. 전 반장님 위로 떨어진 쥐똥」 중에서 나는 이른바 ‘좋은 것’이라는 게 무엇인지 늘 궁금했고, 생각할수록 좋은 것이 꼭 값비싼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귀찮은 일들을 거치다 보면 내 형편에도 품질이 좋은 것들을 구할 수 있었다. --- 「13. 타일계의 00년대 조르지오 아르마니」 중에서 우리 업계에서는 ‘마감은 마감이 한다’는 말이 있다. 수동적인 말이라 조금 부끄럽긴 하나 실제로 일을 해 보면 이 말이 정말일 때가 많다. 이런저런 마감을 하면 할수록 ‘내가 마감을 했다’라기보단 ‘어 마감이 끝났네’ 같은 느낌이 든다. --- 「15. 고양이버스를 닮은 집수리 전문가」 중에서 “뭔가 지을 때부터 그냥 짓지 않고 아름답게 지어 보겠다는 욕심, 그게 건축이에요.” 김태수는 사카라의 건축을 이런 말로 표현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나의 낡은 현장을 떠올렸다. --- 「16. 아름다움과 본능」 중에서 물론 무늬목이나 타카 자국은 악이 아니다. 모든 현장이 그럴 필요는 없다. 다만 멋을 꽤 부린 곳에서 타카 자국을 찾으면 조금씩 웃음이 나왔다. 온갖 곳에 타카 자국을 내 놓고 멋을 부리고 있는 거야…? 같은 느낌이랄까. 한국의 멋쟁이들에 대해 갖고 있는 나의 편견이 있는데, 그 편견은 시간이 지나고 그들을 직접 만나 봐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 --- 「17. 늘 좋을 수는 없으니까」 중에서 타일이 없었다. 그들의 설명은 이랬다. 창고를 정리하던 중 악성 재고를 모두 폐기시켰다. 그중 내가 샀던 타일도 있다. 하늘이 타일 모양이 되어 그 타일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 「18. 사라진 타일」 중에서 그런 과정 끝에 낡은 옛 열쇠를 버리고 내가 산 새로운 자물쇠로 문을 잠그는 날이 왔다. 낡은 계단을 올라 집 앞에 다다르면 낡은 바닥 위로 특징 없어 보이는 문이 있는데 자물쇠 구멍만 유독 새것이다. 거기에 열쇠를 돌려 열면 완전히 새로 꾸몄지만 별로 새로워 보이지 않는 공간이 나타난다. 작고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는 기분 이었다. --- 「19. 철물의 시간」 중에서 내 모든 짐이 준중형차 한대에 모두 들어가는 삶을 살았다. 우체국 택배 박스 중에는 살던 원룸에서 주워온 것도 있어서, 뵌 적도 없는 정은지 씨의 이름이 적힌 박스를 몇 년 동안 썼다. 그만큼 내 삶의 어느 부분에 무신경하게 살아온 몇 년이었다. --- 「20. 입주하던 날」 중에서 이럴 순 없다고 생각했다. 당연한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생활 곳곳에 균열이 가고 있었다. 상징적 균열뿐 아니라 실질적인 균열이기도 했다. 언제까지 택배 상자 속에 있는 옷들을 꺼내 입을 순 없었다. 입주를 하고도 짐을 빼지 못해 계속 임대료를 내며 창고를 쓸 수도 없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가구가 필요했다. 단 하나의 가구 도 없었지만. --- 「22. 가구 삼고초려」 중에서 책을 옮겨 달라고 부탁드렸을 때 “아유 이게 완전히 돌덩이네.”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책은 상당히 무게가 있지만 내게는 그만큼 가치 있는 화물이다. 누군가가 내 책을 옮기면서 짜증을 내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짜증을 보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내 몸으로 내 책을 옮기는 것이었다. --- 「26. 맨몸 이사」 중에서 수십 뭉치의 책을 일일이 푸는 과정이 내가 집에 정착하는 과정이었다. 책들을 몇 년 동안 창고 안에 노끈으로 묶어 두었으니 모든 책에 먼지가 끈적하게 묻어 있었다. 나는 모든 책의 먼지를 일일이 닦으며 책들의 운명을 정했다. 계속 갖고 있을 책. 버릴 책. 팔 책. 누군가에게 줄 책. 그 지루한 정리들을 계속해 나가며 책장을 채워 넣었다. --- 「26. 맨몸 이사」 중에서 그 과정이 내게는 가장 상징적인 이사의 마무리였다. 내가 이 집의 매입부터 수리까지에 이르는 일들을 한 이유와 과정은 지금처럼 책 한 권의 분량이 될 만큼 많다. 그 사이에서 나는 근원적으로 책들이 안전히 있을 곳, 책들과 함께 안전히 머무를 곳을 원했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 「26. 맨몸 이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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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에디터 박찬용이 서울 어느 동네의 오래된 아파트를 구입해 고쳐서 사는 이야기
15평 아파트 내부를 수리하는데 요즘(2025년 한국)은 한 달 정도 걸린다.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은 공사 안내문 참조.) 2010년대엔 1~2주 정도였다. 코비드-19를 거치며 공사 비용과 시간이 모두 늘었다. 잡지 에디터 박찬용은 잡지를 마감하는 틈틈이 집수리를 하느라 어려웠다 쳐도, 7년이란 기간은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처음 독립할 때 다리미에 대해 두 달 정도 고민한 사람이며, 여전히 그런 사람이기에…. 세상에는 노력해도 알 수 없는 일들도 많지만 다행히 그는 이 과정 끝에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오래된 집을 고칠 때의 특수성. 몇몇 선진국에 있으나 아직 서울엔 없는 것들을 이식할 때 생기는 일들. 공사현장과 인테리어 시장의 현장 전문가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숨겨진 고품질 악성 재고들. 집수리의 관행들, 그 관행의 장단점, 그 사이에서도 뭔가 멋진 걸 해 보려 노력하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그가 겪으며 알아낸 걸 모았다. 제목대로 〈서울의 어느 집〉은 서울의 어느 작고 오래된 집을 고쳐 나간 일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집엔 각자의 사정과 경과가 있다. 집 한 채분의 맥락과 이유, 의견과 근거가 있을 수 있다. 이 집에도 그게 있다. 작은 집이라는 물건 혹은 장소 안에 쌓여 있는 의미의 층위를 드러내려 했다. 21세기 집수리에 관한 참고문헌 그렇게 이 책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주거 공간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하지 않는 게 좋은가에 관한 참고문헌으로서 여러 독자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집은 책 출간 전부터 제법 알려졌다.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박찬용의 집’이란 이름으로 전시되었다. 2025년 〈엘르〉 1월호에 기사로 소개되었다. 그 기사를 본 방송인 김나영이 직접 DM을 보내 박찬용과 그의 집을 섭외해 유튜브 ‘노필터티비’에 소개했다. 인테리어 전문지 〈리빙센스〉 6월호는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이 집은 예쁘니까. (하지만 예쁜 집 오디션 1등은 아니다.) 좋은 자재가 사용되었으니까. (오래되서 저렴했다.) 고유하니까. 물론 모든 집엔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이 집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저자의 오랜 고민과 고생이 글을 통해 즐겁게 빛나기를….) “이 책의 에피소드는 겨울에 시작해서 여름에 끝난다. 아주 추운 겨울 내가 겪은 일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 시작점에 놓인 물건은 방바닥 위에서 동태처럼 얼어붙은 빨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