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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워라
네 사람 균열 연인 신의 선물 좋아해 당신의 레일라 전혀 다른 길 아주 많이 오래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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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날아오르는 것만 같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차고 매끈한 크리스털 표면에 손끝이 닿았던, 잠시나마 날개를 가진 새가 된 것만 같았던 그 아름다운 봄날의 한순간이.
이제는 무의미한데. 아니, 의미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는데. ‘그럼 버려.’ 한참이나 레일라를 내려다보며 서 있던 공작은 무심한 명령을 내리며 손길을 거두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서서 침실을 떠나갔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러니 버렸어야지. 그럼에도 결국 여기까지 가져오고 만 상자를 열어본 레일라의 얼굴 위로 스스로에 대한 책망과 환멸이 떠올랐다. 차라리 던져버릴 작정으로 크리스털 새를 손에 쥐었지만 끝내 놓지 못했다. --- p.100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을 안자 마티어스는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레일라를 보지 못했던 시간 내내 이런 순간을 갈망해왔다는 걸. 레일라는 어느새 그의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마티어스는 마땅히 제 품속에 있어야만 할 이 여자를 놓을 마음이 없었다. 이런 충일감을 주는 존재는 이 세상에 레일라 르웰린 하나뿐이니까. 자신이 원하는 건 단순히 정부로 거느릴 여자가 아닌 레일라, 바로 이 여자 레일라 르웰린이라는 것을 마티어스는 더 이상의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 p.159 감히 그의 무엇일 수도 없는 여자라 치부하였지만, 그 여자의 무엇도 아닌 쪽은 오히려 그였다. 그럼에도 이 여자를, 이 여자의 무엇이기를 갈망하는 쪽 역시 그였다. 그럴 수 없는 일이지만 --- p.244 그늘. 그보다 더 그 여자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햇빛을 모아 빚어놓은 듯한 여자였다. 마티어스는 그 빛에 사로잡혔다. 눈이 멀었다. 그 빛 속에 살고 싶어 움켜쥐었다. 놓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갈망이 결국 너를 그늘 속에 살게 하겠구나. 처음으로 깨달은 그 사실에 머릿속이 조금 멍해졌다. 영원한 그늘 속에서도 너는 지금처럼 반짝일까? --- p.320 하지만 내게는 너무도 간절하고 소중한 삶이었어. 레일라는 숨을 깊이 들이쉬어 눈물을 참아냈다. 가난뱅이 천애 고아. 세상의 눈에는 단지 그렇게 비칠 뿐이라 해도 레일라는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잘 살아내고 싶었다.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 p.3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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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떻게 상처가 되고, 사람은 어떻게 구원이 되는가!
파괴적이고 강렬한, 그래서 매력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 마티어스의 정부로, 그의 명령에 따라 은밀한 만남을 이어가며 레일라의 정신은 피폐해져 간다. ‘분명 괜찮은 어른이 될 것’이라는 빌의 말을 삶의 지표로 삼아왔던 레일라에게 정부로서의 삶은 그녀의 정신을 부숴버리고 말았다. 한편 가지면 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마티어스는 점점 레일라에게 더욱 빠져들면서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지만, 자신의 날개를 꺾기 위해 마티어스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알게 된 레일라는 자신의 존재가 그에게 상처로 남기를 바라며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잃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된 마음과 복수라는 감정 속에 감춰둔 진심. 집착과 광기로 찢겨져 가는 마티어스와 레일라. 가까워지지도 끊어지지도 않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대를 초월한 고전적 감성, 그리고 강렬한 서사 ‘활자로 만드는 영화’를 만나다 솔체의 작품은 대체로 19세기에서 20세기 근대 서양을 배경으로, 고전적 로맨스 구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익숙한 정서 속에서도 새롭고 세밀한 감정선을 구축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또한 작가의 치밀한 관찰력과 상상력이 더해진 고유한 세계관으로 만들어낸 일명 ‘솔체 유니버스’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특히 작가의 대표작인 《울어봐, 빌어도 좋고》는 새장과 카나리아, 장미 등의 메타포를 작품 전체에 걸쳐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책을 읽는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특히 이번 단행본에는 지금까지는 공개되지 않았던 ‘특별 외전’이 추가되었다. ‘새가 돌아온 여름’이라는 소제목의 이 특별 외전은 단순한 에피소드 추가가 아닌, 두 주인공의 이별과 재회가 사실은 어떤 의미였는지, 이후 이어질 이들의 삶이 어떠할지에 대한 가장 완벽한 마무리라 할 수 있다. 유려한 문체와 섬세한 감정 표현,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고전적 감성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울어봐, 빌어도 좋고》. 이제 아름다운 장정의 종이책으로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