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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나
정은우
자이언트북스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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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내일의 서정
내일의 헌정
내일의 우연

추천의 말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19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연작소설 『안녕한 내일』(2024), 소설집 『묘비 세우기』(2023), 장편소설 『국자전』(2022)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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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440g | 128*188*20mm
ISBN13
9791191824506

책 속으로

“넌 좋은 선배는 못 되겠다.”
“내가 좋은 선배 되려고 발레단에 들어간 줄 알아?”
“적어도 나쁜 선배는 되지 말아야지.”
“뭐가 나빠? 쉽게 답을 얻고 싶어 하는 게 문제 아닌가. 그게 좀 찔리니까 선택 운운하는 거지. 발레를 잘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일단 첫 번째는 인공지능에게 발레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지 않는 거야. 본인이 계속 연습하고 움직여야 알 수 있는 거라고.”
--- p.38 「내일의 서정」 중에서

정서에게 선택한다는 건 엎어놓은 카드 두 장 중 하나를 골라서 뒤집는 것과 같았다. 그 카드 앞면에 무슨 무늬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골라야 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니까.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는 녹고 무너져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올 테니까. 춤추든 춤추지 않든, 무엇을 선택하든 자유였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랐다. 무겁고 버거웠다.
--- p.40 「내일의 서정」 중에서

새로운 테크닉을 배운다는 건 새로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고, 새로운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없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단번에 성공하는 행운은 오히려 불운의 징조였다. 다음에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실패할 테니까. 불가능한 동작들을 가능하게 하려면 실수를 거듭해야 했다. 포기하는 건 곧 실패였다.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야 했다. 인간이 어떻게 날 수 있을까? 날 수 없다고 포기하는 순간 인간은 날 수 없었다. 날기 위해 시도하는 이상 인간은 날 수 있는 존재였다. 끔찍하리만치 단순한 진실이었다.
--- pp.128-129 「내일의 서정」 중에서

예상했던 모든 미래가 비껴가는 가운데, 현정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자리에 서서 밀려오는 풍랑에 쓸려나가지 않도록 버티는 게 전부였다. 마음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해야 할 일과 시한은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다. 그 일들이 현정의 시간을 흘러가게 했다. 멈춰 서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마치 이미 정해진 일인 양 등을 떠밀어 나아가게 했다. 바꿀 수 있는 건 없었다.
--- p.175 「내일의 헌정」 중에서

사방이 온통 거울 천지인 방이었다. 분명 서너 걸음 정도 들어왔을 뿐인데, 어느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잊어버렸다. 방향이나 위치를 가늠하려고 해도 보이는 건 온통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자신뿐이었다. 수많은 나. 현정은 하마터면 울 뻔했다. 울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이 붙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만은 또렷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에게 상담받는다는 건 그런 거울의 방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해. 자신이 아는 상처는 한두 개가 다인데, 사방에서 거울들이 비추고 있으니 어느새 상처로 뒤덮인 것만 같은 거지. 치료하려면 상처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하지만, 너무 많으면 치료하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거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니까. 그새 아무는 상처가 있는가 하면 곪다 못해 썩어버리는 상처도 있는 법이지.”
--- p.210 「내일의 헌정」 중에서

살아 있다는 건 성공과 실수, 기쁨과 후회로 점철된 과거들을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붙잡거나 정정할 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지나쳤다. 그 과거가, 그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걸 증명할 수단은 함께했던 사람들뿐이었다.
--- p.222 「내일의 헌정」 중에서

과거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지겨웠지만, 묘하게 안도가 되기도 했다. 무탈하지는 않았으나 무사히 지나왔으니까. 가장 많이 노력했던 만큼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던 시간이었다. 누구 하나 죽지 않고 살아남아 어른이 되어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p.338 「내일의 우연」 중에서

무대는 단 한 번뿐이다. 관객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지만, 어떤 실수든 바로 알아차렸다. 가장 엄격한 심사위원이었다. 그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몸부터 움츠러들곤 했다. 머릿속 안무도 잊어버리고, 이전에 다쳤던 경험이 떠올라 마음도 부산스러워졌다. 두려움은 독이었다.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면 꼭 넘어졌다. 넘어지더라도 제대로 뛰고 돌겠다고 마음먹는 편이 나았다.
--- p.355 「내일의 우연」 중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들로 가득 찬 머릿속에서 조심스럽게 지금을 건져내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아무리 상상한들 지금 눈앞에 있는 무대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몰랐다. 저 잘난 포나도.
성공하거나 실패할 확률을 계산한들 소용없었다. 계산은 계산된 결과일 뿐, 믿는 건 자유였다.

--- p.409 「내일의 우연」 중에서

출판사 리뷰

막이 오르기 전의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다시 무대를 향해 발을 내딛는 마음

연작을 구성하는 세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인물의 삶을 따라가지만, 그 시작은 모두 한 지점에서 비롯된다. 어린 시절 세 친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평화’라는 인물의 시선이다. 평화는 정서, 현정, 연우를 발레학원에 데리고 다니며 이들의 어린 시절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존재로, 성인이 된 후에도 세 인물의 마음속에서 또 다른 의미로 되살아난다. 정서에게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기억의 기점으로, 현정에게는 외면해온 상처를 더듬는 감정의 자리로, 연우에게는 다시 무대를 꿈꾸게 하는 마음의 원점으로. 『포나』는 이러한 평화와의 기억을 통해 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도, 인공지능 ‘포나’와 ‘발레’를 매개로 각 인물이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내면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내일의 서정」에서는 은행원이 된 정서가 예고 시절 같은 반 친구였던 한사라와의 재회를 계기로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평화의 손을 잡고 발레학원에 다니던 어린 시절과 달리 고등학교에 들어서자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 그 무대에서 한사라는 언제나 앞서나가는 존재였다. 정서는 그 시절 한사라에게 느꼈던 위축과 동경, 발레를 그만두기로 했던 순간의 감정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복지사가 된 그녀에게서 “아이들이 꿈꿀 수 있도록 돕는 어른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발레를 떠나게 되었는지 천천히 되짚어간다.

「내일의 헌정」에서는 현정이 그동안 외면해왔던 관계의 상처를 마주하며 자기 안에 쌓인 감정의 층위를 확인해간다. 포나를 통해 TLT(연인 모의 테스트)로 소개받은 동준과의 파혼, 그리고 오랫동안 단절한 채 지냈던 동생과의 동거는 현정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 과정에서 현정은 소아마비 동생을 돌보느라 부모의 관심에서 밀려나던 시간, 가장 믿고 의지하던 평화의 부재로 생긴 공백, 가장 좋아했던 발레마저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기억을 차례로 떠올린다. 그렇게 현정은 애써 피해왔던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내일의 우연」에서는 부상과 회복을 반복하던 발레리노 연우가 무대에 서기 위해 결국 인공지능 시스템과 연결된 관절 수술을 택하면서 다시 한번 선택의 무게를 체감해나간다. 평소 AI에 회의적인데도 미래를 위해 수술을 감행한 연우는, 몸이 좀처럼 예전의 리듬을 되찾지 못하자 불안해한다. 동료의 부상 소식을 접하면서도 연우는 그저 자신에게도 곧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놓지 못하고, 결국 의사가 거듭 당부했던 포나 점검을 의도적으로 미루기까지 하며 스스로 해내 보이겠다는 욕심을 부린다. 그러나 무대를 앞두고 무릎이 갑작스레 움직이지 않고, 그 순간 연우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몸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한 걸음 나아간다.

몸의 한계와 마음의 요동을 딛고
삶이라는 무대를 완성해나가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세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세 편의 발레극이 차례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정서는 자유로운 스와닐다를 바라보는 인형 코펠리아로(「코펠리아」), 현정은 긴 잠에서 깨어나는 오로라 공주로(「잠자는 숲속의 미녀」), 연우는 사랑과 운명 앞에 선 지크프리트로(「백조의 호수」) 포개진다. 그리고 이것은 『포나』를 보면서 느끼는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과 삶은 유한했다. 유한한 몸과 삶으로 무한한 꿈을 향하는 인간, 위대하기보다는 어리석어 보였다. 언젠가는 산산이 부서질지도 몰랐다.” - 본문 중에서

“최선을 다해 춤춘다고 해서 최고의 춤을 출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확실한 보장을 받고 싶다면 무대에 서는 건 무리였다. 모든 무대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래서 모든 걸 쏟아내야 했다. 음악이 끝나고, 막이 내리기 전까지.” _본문 중에서

불확실한 미래 앞에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삶이라는 무대에 선 우리는 모두 흔들리고 망설이며 제자리에서 발끝을 고쳐 디딘다. 그러나 그 요동을 딛고 나아가는 방향은 제각각이다. 정서처럼 좋아하는 마음과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다가 끝내는 다른 문을 열기도 하고, 현정처럼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찍이 발레를 포기하기도 하며, 연우처럼 발레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한길을 향해 끝없이 걸어나가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결국 선택하고 나아가야 하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 물론 그때마다 근심 걱정들이 물 밀 듯이 밀려올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불안이나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는 방법은 없다. 그냥 계속하는 수밖에”(‘작가의 말’ 중에서). 생의 자리에서 주저하고 머뭇대는 건 결함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조건이다. 그러니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가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 바로 그 지속하는 움직임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완성해나가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힘이 아닐까.

『포나』는 이렇듯 우리의 삶이 정답을 향해 가는 길이 아니라 매 순간 미세하게 방향을 조정해가는 과정임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자리에서 이어갈 수 있는 한 걸음이며, 그 불완전한 움직임이 삶을 생동하게 한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에게 가닿아 잔잔한 울림을 줄 것이다.

추천평

간절하다고 해서 꿈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꿈을 이룬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좌절의 한가운데 있기도 하고, 꿈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누구보다 꿈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시간은 힘이 세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평하게 잔인하다. 영원히 이어지는 영광도, 재능도 존재하지 않는다. 발레의 세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정서, 현정, 연우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일까, 하고 읽기 시작한 『포나』는 ‘꿈’과 ‘삶’을 중심에 두고 인물들을 끌어당기고 밀어낸다. 꿈이 인력처럼 당기는 역할이라면, 삶은 척력의 역할이라 정신 차리고 나면 우리는 언제나 산산조각이다. 그 산산조각이 난 채로 멀쩡한 얼굴을 내보이는 것이 어른의 삶이라면, 어린 날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애쓰고 살았던 걸까. AI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포나』는 그 여상함 속에서 세 편의 연작소설을 이어나간다. 중심인물이 정서, 현정, 연우로 바뀌면서 소설의 톤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공기가 바뀌듯 목소리가 달라지고, 그들의 삶 역시 달라진다. 재능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소설과 함께 찡그리고, 웃고, 그러다 개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슬픔에 잠기는 대신 꿈의 다음 단계를 그려보게 될 것이다.

만두전골은 언제나 맛있고, 인간은 언제나 진심을 요구하며, 나는 잊어도 남은 언제나 기억한다. 막이 내리기 전까지, 이 소설을 읽는 행운이 당신과 함께하길 빈다. - 이다혜 (기자, 북칼럼니스트, 작가, 「씨네21」 기자)
발레리노인 나는 언제나 몸이 가진 한계와 아름다움 사이에서 춤을 추었다. 몸은 단 한 번도 완벽했던 적이 없었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인간적인 빛을 발하도록 이끌었다.

『포나』는 그 빛을 언어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에서 포나(인공지능)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부여한다. 인간 대신 통계를 내고 분석해서 판단의 기반을 마련해주기도 하고, 사용자의 취향이나 가치관 등을 반영해 여러 선택지를 주기도 하며, 몸에 이식되어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감각을 선사하기도 한다. 불완전을 바탕 삼아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만드는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은, 내가 생각하기에 그 불완전함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예술 ‘발레’로 연결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발레극에는 독무도 있지만 두 명이 추는 파드되도, 여러 무용수가 함께 추는 군무도 존재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생각했다. 각 소설의 주인공이 다른 무대에 서 있지만 결국엔 ‘함께’ 춤추고 있다고. 그리고 끝내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발전된 기술은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일 뿐, 결국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나 자신이라는 것을. 각자, 그러면서도 함께 춤추는 무대가 인생 아닐까. 지금도, 앞으로도 그건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발레를 사랑하는 분들뿐 아니라 매일 자신의 무대 위에 서서 매 순간 선택하며 살아가는 모든 분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 윤별 (발레리노, 윤별발레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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