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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독광 지넹이 10
02 정 반장님 24 03 카페 삼미 34 04 어쩌다 어른 40 05 다시 봄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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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에게 보내는 돈이 아깝다거나 싫은 건 아니었다. 적어도 딸인 나를 위해서도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한다고 따지고 싶었다.
그날 나는 아버지를 향해 울분에 찬 외침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방 안이 흥건해지도록. “돈 주렌만 안 허민 되는 거지 양. 맞지 양! 죽을 때랑 꼭 다 식겅 갑서 양!” (돈 달라고 하지 않으면 되는 거죠. 맞지요! 돌아가실 땐 꼭 챙겨 가세요!) --- p.13 정식 발령도 아닌데 춘자와 성미는 누구보다 기뻐해줬다. 신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왠지 가슴 한쪽이 쩍쩍 갈라지는 것처럼 아팠다.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 홍맹심은 정말 어떻게 버텨냈을까 싶었다. 월급 때마다 십일조를 바치듯 내 몫으로 하얀 봉투를 내밀어주던 친구들이다. 하고 싶었던, 내 친구들도 원하고 원했던 멋진 선생이 되고야 말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 p.23 카페 삼미는 20년 전 삼미상회 뼈대를 그대로 두고 주인장 춘자의 취향을 살려 최신 트렌드로 단아하게 리모델링되었다. 서울 사는 내가 찾기 쉽게 삼미상회를 그대로 두자는 것이 춘자와 성미의 배려 넘치는 생각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테리어는 내 엄마가 쓰셨던 재봉틀 테이블이었다. 언제라도 오면 앉을 수 있게 ‘예약석’ 네임텍이 고정되어 있었다. --- p.37 이날이면 꼭 생각나는 한 분이 있다. 학교 문턱도 못 밟아봤다는 정생이 삼촌은 그림과 낱글자로 쓴 ‘짜장면’이란 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겼다. 그리고 지난겨울, 독한 바람을 채 이기지 못하고 우리를 떠났다. 시집이 나오는 날이면 정생이 삼촌 생각에 목구멍이 따끔따끔거렸다. 유난히 진한 봄꽃 향 때문인지 오늘은 정생이 삼촌이 더 보고 싶고 그리웠다. --- p.53 삼미에 오면 언제라도 봄날 햇살 같은 포근함을 만나곤 한다. 그만 늙고 싶다는 삼촌들, 향이 최고인 삼미 커피, 지루하지 않은 음악, 붉은 벽돌 속 우리 셋, 다시 달달달 돌아갈 것 같은 엄마의 재봉틀이 그랬다. --- p.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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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다시 스무 해 석탄처럼 까맣게 탔던 가슴에 몽글몽글 보랏빛 쑥부쟁이가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프고 슬픈 추억이 또 누구에게는 꼭 기억하고픈 아련한 그리움이 됩니다. 인연이란 연결 장치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일. 그 연결에 정성스런 의미를 담는 일 역시 사람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이는 벽을 만들고 또 어떤 이는 다리가 되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든든한 다리가 되어준 성미 춘자 맹심이의 청춘을 아낌없이 응원합니다. 다시 스무 해를 보내고 주름살이란 명예로운 인생 지도가 가득한 그들과 만나게 되기를 기다려 봅니다. 한때 아이였고 청춘이었던 모두에게 바칩니다. 문득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싶은 어느 날. 삼미카페 뒷마당을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주인장 춘자가 가꾸는 꽃향에 취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