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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체이스
2장 꿈의 유통기한
3장 어떤 바다
4장 되감기
5장 파고
6장 레이스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글을 쓴다. 다짐만 하고 쓰지 못한 날이 더러 있지만, 그래도 《메스를 든 사냥꾼》과 《연쇄살인봇》을 썼다. 무대연출가가 되겠다는 꿈은 접었다. 현재를 충실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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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392g | 133*203*17mm
ISBN13
9791170965626

책 속으로

달린다. 이길 수 있다. 그러면 갈 수 있다.
재희는 한 손에 가득 차게 휘어잡은 머리카락을 하늘로 향해 높이 묶었다.
“그곳이 어디든.”
재희는 짧게 숨을 뱉으며 걸음을 뗐다. 최대한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빛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덜덜 떨렸다. 입버릇처럼 즐긴다고 말해도 단언컨대 경기 전에 한 번도 떨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 pp.9-10

재희는 트랙을 점령한 것처럼 차체를 좌우로 크게 흔들며 관객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내리쬐는 햇빛이 반사된 아스팔트는 검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재희는 잠시 눈을 감고, 차창을 스치는 바람의 줄기를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 p.32

서킷을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재희에게 보호자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채재희, 선수 개인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재희는 서글퍼졌다. 달리 이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내 행복은 서킷에 있어. 거기 두고 왔으니까, 다시 찾으러 갈 거야.”
--- p.59

가로도에 들어온 목적은 레이싱에 복귀하는 것이었다. 벌트가 후원사가 되어준다면, 내년 봄에 있을 벌트클래스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닮은 재희의 대답에 웃기만 했다. 그녀의 눈가에 유독 그늘이 없어보이던 이유는 닮은 진짜로 웃고 싶을 때만 웃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희도 그녀를 따라 웃어보았다. 못 할 것도 없었다.
--- p.102

사랑하는 일이 싫어졌다고 말하는 건 용기지만,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배신이었다.
재희는 저는 발로도 달릴 수 있게 해주는 레이싱이 좋았다.
이제는 비록 가장 빠르지 못해도 오래도록 사랑해 왔고 앞으로도 사랑하고 싶었다.
--- p.157

“그만해. 제발.”
재희는 귀를 틀어막으며 머리를 무릎 사이에 처박았다. 소라가 밖에서 재희의 이름을 소란스럽게 불렀다. 그 소리에 재희는 숨이 턱 막혀오는 걸 느꼈다. 그날 자신을 바라보던 소라의 눈동자 속에는 실망과 절망뿐이었다. 재희는 소라의 눈빛을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어서 머리를 감싸고 눈을 감았다.
--- p.186

재희는 영서의 등에 대고 손을 흔드는데, 도어락 잠금 소리가 나기도 전에 다시 문이 확 열렸다.
“오늘은 드론 수업 나오세요. 특별히 하는 것도 없어보이네, 뭐…….”
재희는 금세 닫힌 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는 건, 어쩐지 무엇이든 시작해도 된다는 말처럼 들렸다.

--- pp.226-227

출판사 리뷰

“꿈은 변해도 삶은 계속됐다.”
가장 빠르지 않아도,
끝까지 놓지 않는 마음에 대하여.


《체이스》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레이싱 트랙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 레이싱 드라이버의 ‘멈춤 이후’의 삶을 따라간다. 유망한 레이싱 드라이버였던 재희는 사고 이후 더 이상 경주를 이어갈 수 없게 되고, 복귀를 목표로 향한 가로도에서 완전히 다른 인생으로 향하는 트랙 위에 불시착한다.

낯선 섬 바람과 처음으로 부대끼는 사람들, 그리고 그동안 덮어두었던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며 재희는 처음으로 ‘얼마나 빠르게 달릴 것인지’가 아니라 ‘어디를 향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레이싱만이 전부였던 세계에서 벗어나면서, 그녀는 속도에 밀려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과 감정을 하나씩 감각하기 시작한다.

멈추는 것이 곧 패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담은 이 소설은 숨 돌릴 여유 없이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야말로 다음 한 걸음을 위한 가장 단단한 준비가 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책을 덮고 나면 빠르게 달리는 데에만 집중할 때 놓쳐버리는 감정과 관계, 그리고 삶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불안과 열망이 뒤엉킨 청춘이 만들어내는,
가장 치열한 꿈의 기록.


《체이스》는 스포츠 선수의 흔한 성장 서사가 아니다. 레이싱이라는 남들보다 가장 빨라야 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오히려 느리게 성장하는 한 인물의 감정 궤도를 따라가며, 오늘의 청춘이 자신의 속도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그린다.

주인공 재희는 사고 이후 멈춰선 삶을 안고 가로도로 향한다. 그 낯선 섬에서 만난 사람들ㅡ닮, 영서, 태오, 호윤ㅡ은 재희에게 오래전부터 잊고 있던 세계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안내자들이 된다. 이들은 경쟁과 성취가 전부였던 레이싱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와 삶을 회복하는 길을 보여준다. 특히 드론부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은 재희의 삶이었던 ‘경주’를 다시 정의한다. 속도로 상처를 남기던 레이싱에서 벗어나, 드론을 통해 안전한 거리와 높이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며 재희는 비로소 회복에 다가간다.

한편 재희의 엄마 소라는 딸을 사랑하는 만큼 놓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보호와 불안, 응원과 통제 사이에서 흔들리는 소라는 재희가 자신의 예상 범위를 벗어날 때 쉽게 불안해지는 ‘한국형 부모’의 초상을 진하게 담아낸다. 이 모녀 관계는 개인의 꿈과 가족의 기대가 충돌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이야기의 또 다른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 책은 말한다. 꿈의 모양은 변할 수 있어도 사라질 수는 없으며, 꿈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 존재는 충분히 찬란하다고. 그러니 우리는 페이지를 넘기며 미래를 향해 새롭게 내딛는 재희의 한 걸음을 느리게, 그러나 분명한 속도로 따라가면 된다.

리뷰/한줄평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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