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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오래된 사랑의 인사
시대를 위로해 온 이해인 수녀가 전하고 싶은 말을 모은 산문집. 민들레 솜털처럼 날아가 좋은 씨가 되어 줄, 소박하지만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는 말들을 나눈다. 그간 읽어 주는 이들에게 건네는 수녀님의 오래된 사랑의 인사와 같은 책.
2025.12.05.
에세이 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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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 수도자와 시인 두 존재 두 역할 속에서 2 작은 향기와 몫으로 시의 꽃을 3 넓을 광에 편안할 안 4 정직하고 겸손하게 목소리를 내기 5 인생의 사계절을 거쳐 익은 열매 6 당신 앞에 책이 되는 순간 7 사랑 애보다 어질 인이 좋아요 8 수십 년 전 작은 아이가 했던 말 9 큰 나무가 다 쓰러져도 작은 꽃들은 살아남아 10 그때만 표현할 수 있는 노래가 있기에 11 글방의 서랍 속에 차곡차곡 12 소망을 이어받아 기도하는 심부름꾼 13 넓어져라 깊어져라 순해져라 14 먼지 묻은 신발을 깨끗이 닦아주는 마음으로 15 의식적으로 깨어 있기 16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17 깨끗한 말, 따뜻한 말, 겸허한 말, 진실한 말 18 절로 시인이 되지 않을 수가 19 내 안의 마음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 20 제맛을 낼 때까지 인내 속에서 21 남몰래 흘린 눈물이 진주가 되어 22 아픔도 이제는 친구 23 모든 것이 좋았다고 모든 것에 감사했다고 24 함께 산다는 사실이 힘과 용기를 25 읽고 쓰는 수도자로 살아온 지 60년 26 독자들은 언제나 선물 같아요 27 책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28 민들레 솜털처럼 좋은 씨를 뿌렸구나 29 제게 보내진 마음들을 생각하며 |
李海仁
이해인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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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녀가 되셨나요? 결혼도 못 하잖아요.”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 있으세요?” 이렇게 묻는 학생들에게 저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요. 삶의 여러 가지 길에 대해, 제복을 입고 수련하는 삶의 기쁨에 대해,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내며 사는 삶에 대해 말이지요. 그렇지만 그런 질문에는 보통 이렇게 답하는 것 같아요. “시를 읽어보세요. 시에서 표현한 사랑을 느껴보세요.” --- p.17 저보다 먼저 수녀가 된 언니하고는 열세 살 차이가 납니다. 언니의 이름은 이인숙. 제 예명이 해인이 된 것도 언니의 이름에 들어간 ‘어질 인仁’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언니를 닮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사람들은 이 ‘해인’이란 이름을 누가 지어주었냐고 묻는데, 제가 스스로 지은 이름이에요. ‘바다 해海’는 물론 광안리 바다를 보며 붙인 것이지요. --- p.47 ‘국민 이모’ ‘국민 고모’라고 칭해주시는 것도 좋아요. 이제는 나이도 들었고 정말 엄마 같은 마음이 들어요. 가족을 품어 안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할 때도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저도 다리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의 소망을 이어받아 기도하는 심부름꾼의 역할도요. --- p.69 “인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하고 묻는 젊은이들도 있어요.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행동하는 것은 중요하죠. 인내한다는 것은 눈감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 p.87 매일 아침 지역신문을 포함해 네 가지 다른 신문을 봅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죠. 그리고 그런 것들을 알아야 기도 역시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으로 할 수 있어요. --- p.88 투병 중인 수도자들을 제외하고는 공동 식탁에서 똑같이 식사합니다. 삶이 아파도 마음이 무거워도 정성스럽게 차려진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나면 힘을 얻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서는 일이니까요. 일상의 순례가 시작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 p.115 ‘민들레의 영토’의 문을 닫지 못하는 이유도, 제가 나중에 세상을 떠나더라도 독자들끼리는 그 공간을 통해 계속 인연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에요. 저의 문학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이해인 수녀라는 한 사람에 대한 애정도 나누고,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 p.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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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에게 쏟아졌던 수많은 질문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지혜와 사랑의 말이 되다 『민들레 솜털처럼』에는 시 쓰기와 글짓기에 관한 노하우, 종교와 영성에 관한 생각, 독자에게 건네는 격언, 일상의 소박한 일화, 그리고 쉬이 밝히지 않았던 개인사까지 두루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들이 “노수녀가 차 한잔 사이에 두고 친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같다고 말한다. 구어체로 쓰인 스물아홉 가지 이야기가 따스한 목소리로 전해지며, 각 장마다 잔잔한 풍경을 담은 사진 위에 울림을 주는 글귀를 얹은 문장 카드가 쉼표처럼 자리해 저자의 말들을 천천히 곱씹어볼 수 있다. 수도자는 조용한 듯 세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꿈을 잃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작은 빛을 내고 살아갑니다. 빛을 내려면 깨어 있어야 하겠지요. 제가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거나 작은 선물을 준비할 때 생각하는 건 가장 먼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입니다. 제일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 소외받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음을 전할 대상입니다. _90쪽 「모든 것이 좋았다고 모든 것에 감사했다고」에는 이해인 수녀가 매일 외는 기도의 문장이 담겨 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기도도 점점 단순해진다고 말하며, “감사했습니다”로 요약되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감사하는 마음.’ 반복되는 수도 생활 속에서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에 눈길을 주고, 그것을 시로 표현해 들려주는 이해인 수녀에게는 늘 깊이 품을 수밖에 없는 마음일 것이다. 『민들레 솜털처럼』에는 그 마음이 가득 녹아 있어 읽는 이를 뭉클하게 한다. 이태석 신부님이 선종하시기 전에 “Everything is good”, 모든 것이 좋았다고 말씀하셨죠. 저도 삶의 끝을 앞두게 되면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모든 것이 좋았다고. 모든 것에 감사했다고. _130쪽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일이 정말 가능하구나” 이해인 수녀이기에 맺어진 우정과 사랑, 인연의 열매 긴 세월 동안 독자들이 잊지 않고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찾음에, 이해인 수녀는 “남몰래 흘린 눈물이 진주가 되는 그 과정을 독자들이 알아봐”주는 것이라 말한다. 이해인 수녀는 늘 ‘주는’ 수도자로, 시인으로 살아왔다. 그렇기에 ‘받는 사랑’의 무게와 가치 역시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해인 수녀가 꼭 전하고 싶은 말들’에는 독자들로부터 받아온 사랑에 보답하는 “오래된 사랑의 인사”가 포함되어 있고,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일 것이다. “수도 생활 60년을 하면서 이렇게 살다 보니,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일이 정말 가능하구나”라고 이해인 수녀는 말한다. 모든 이와 우정을 나누고 공감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테지만 늘 사람을 향해 눈을 빛내는 모습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는 글을 보면 그 일이 불가능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정겨운 사랑 담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이 책을 드린다”는 이해인 수녀의 말처럼, 온기 가득한 말들이 모인 『민들레 솜털처럼』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솜털 달린 작은 홀씨들이 모여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민들레처럼, 이해인 수녀의 소중한 말들이 담긴 이 책이 마음속에 환한 등불을 켜줄 것이다. 저자의 말 제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도 이 말들에 담긴 제 마음은 곁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했던 말들이 민들레 솜털처럼 세상을 날아다닌다 생각하면 여린 민들레의 솜털도 강하고 소중하게만 느껴집니다. 제가 사는 수녀원에서는 추운 겨울을 빼고는 거의 날마다 민들레의 하얀 솜털을 만날 수 있어요.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 그리고 슬픔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희망을 오늘도 민들레에게 배우며 오래된 사랑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