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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의 진화
동굴벽화에서 알고리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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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ㆍ책상은 책상이듯이 저작권은 저작권입니다

장면과 배후로 보는 매체의 변화와 저작권

1장. 동굴벽화와 필사 시대: 창작, 인간 고유능력의 발현

1. 이미지 _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2. 문자 _ 보다 정확한 기록매체의 발명

2장. 대량복제 시대: 인쇄술이 낳은 저작권의 씨앗

1. 종이와 인쇄, 문자 복제의 신기원 _ 지식 대중화 개막
2. 읽고, 말하고, 베끼던 시대 _ 표절의 무개념성
3. 지식에도 주인이 있다 _ 지식재산권의 등장과 법의 탄생

3장. 대중매체 시대: 사진-영화-디지털과 저작권의 만남

1. 창작물의 주인은 누구인가 _ 저작권의 정의
2. 창작자의 명예도 중요하다 _ 저작인격권의 의미
3. 창작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_ 저작재산권의 시대
4. 무대 뒤에도 권리가 존재한다 _ 저작인접권의 탄생

4장. 인공지능 AI 시대: 창작자와 저작권의 행방

1. 인공지능이 창작의 무대에 올랐다 _ 새 시대의 저작권
2. AI가 만든 작품은 누구의 것일까 _ 분쟁이 던진 질문

5장. 법과 윤리: 창작에 대한 법적 한계와 윤리적 책임

1. 저작권은 이렇게 행사한다 _ 창작자를 지키는 법의 원리
2. 분쟁이 생기면 이렇게 해결한다 _ 저작권의 법적 절차
3. 침해가 아닌 저작물 이용도 있다 _ 합법적인 활용의 지혜

나가는 글ㆍ결론은 사람입니다

저자 소개1

경희대학교에서 미디어와 저작권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6년 한국출판평론상, 2003년 책의 날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2005년 제26회 한국출판학회상, 2007년 책의 날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했습니다.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에서 저작권과 연구윤리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천 기적의 도서관’ 운영위원장, 국립중앙도서관 문헌번호운영위원회 위원장, (사)한국전자출판학회 학회장, 롯데출판문화대상 심사위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미디어와 저작권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6년 한국출판평론상, 2003년 책의 날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2005년 제26회 한국출판학회상, 2007년 책의 날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했습니다.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에서 저작권과 연구윤리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천 기적의 도서관’ 운영위원장, 국립중앙도서관 문헌번호운영위원회 위원장, (사)한국전자출판학회 학회장, 롯데출판문화대상 심사위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평론가로서 여러 신문과 잡지에 저작권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경기도 이천에서 초판본,창간호 전문 서점 및 출판사 ‘처음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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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52*225*20mm
ISBN13
9788920054976

책 속으로

종교의 자유가 억압되던 16세기 독일 비텐베르크Wittenberg. ‘스톰’의 아버지이자 도시 최고의 인쇄공 ‘클라스’는 종교개혁을 위한 ‘마르틴 루터’의 편지를 인쇄하다 체포되고맙니다. 아버지가 체포되는 순간, 스톰은 루터의 원본 편지 내용을 인쇄할 수 있는 활판을 숨겨 도망치고, 그 사실을 안 가톨릭교회는 스톰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도시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스톰은 하수구에 숨어 사는 소녀를 우연히 만나 도움을 받으며 활판을 지키기 위해 온갖 모험을 겪게 됩니다. 2017년에 개봉한, ‘데니스 보츠’ 감독의 네덜란드 영화 「스톰: 위대한 여정Storm: Letter of Fire」의 내용인데요. 인쇄술에 기반한 종교개혁의 배경을 영화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면죄부를 인쇄해서 판매하는 장면 등 당시 부패했던 교회의 모습이 고스란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 발명 이후 저작물의 대량복제가 시작되었을 당시에는 이처럼 인쇄소가 곧 출판사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쇄기를 갖추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투자 비용을 만회하려면 책을 많이 팔아야겠지요. 그렇다 보니, 초창기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쇄소의 경쟁도 심해졌을 겁니다.

예컨대, A라는 인쇄소에서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기원전 8세기경에 호메로스Homeros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일리아드Iliad 」와 「오디세이Odyssei 」를 어렵게 원고로 만들어 조판組版해서 책을 냅니다. 이 책은 단번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팔려나갑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팔리다가 갑자기 판매부수가 대폭 줄어듭니다. 알고 보니 옆 동네의 B인쇄소에서 A인쇄소가 만든 책과 똑같은 책을 만들어 더 싼 값에 팔고 있었지요. 부당한 행위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A인쇄소로서는 속앓이만 할뿐 어떻게 해볼 방도는 없었습니다. 인쇄업자들 즉 출판업자들은 과연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갔을까요?
--- 「장면과 배후3, 인쇄술과 대량복제」 중에서

2022년 9월, 미국인 만화가 크리스 카시타노바Kris Kashtanova가 자신이 쓰고 문자-이미지 변환 AI 미드저니를 사용하여 삽화를 그린 짧은 만화책 「여명의 자리야Zaryaof the Dawn」의 저작권을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합니다. 이 작품은 기억을 잃은 채 뉴욕에서 깨어난 자리야가 초월 세계 도우미 라야를 만나 2023년의 정신 건강 위기로 파괴된 지구를 경험하고 자투라 월드에서 감정을 배우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삽화에 인공지능 미드저니를 사용한 사실을 숨겼기 때문에 저작권 등록에 성공했지만,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저작권청이 등록을 취소하면서 저작권 논쟁을 불러일으켰지요. 미국 저작권청은 AI로 생성된 이미지 자체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지만, 이미지의 배열, 텍스트, 스토리 등 인간이 기여한 창작물은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AI 생성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되었으며, AI 기술 발전에 따른 창작 주체와 저작권 인정 범위에 대한 논의가 왜 필요한지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미국 저작권청은 ‘AI 산출물이 포함된 콘텐츠의 저작권 등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인간의 창작물product of humanauthorship’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기존 판단을 재확인했습니다. 곧 AI 기술은 인간으로부터 프롬프트만을 입력받아 복잡한 산출물을 생산하는데, 이용자가 AI 시스템이 프롬프트를 해석하고 산출물을 생산하는 과정에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AI 산출물을 수정하여, 그 수정 내용 자체가 저작권 보호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등 인간의 창의성이 인정될 때는 그 부분에 한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AI를 이용한 창작물에 대해 미국에 저작권 등록을 신청할 때는 저작물에 AI 생성 콘텐츠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밝히고, 인간이 기여한 부분을 기재하도록 규정했습니다.
--- 「장면과 배후9, AI가 만든 작품은 누구의 것일까」 중에서

인쇄업자와 출판업자의 이익에서 출발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상이 맨 처음 싹튼 유럽에서는 필사본 시대에서부터 인쇄업자 및 출판업자의 이익이 중시된 초기인쇄 사회가 형성된다. 그 뒤를 이어 출판 활동이 국왕이나 영주의 비호 아래 특권을 인정받았던 출판특허 시대를 거쳐 드디어 저작자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정신적 소유권설 시대, 나아가 무체재산권설이나 저작자 인격권설이 대두된 시대를 지나 오늘날의 보편적인 저작권 제도가 정착된 시대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초기에는 저작자 개인의 권리로서의 저작권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필사본 시대에는 손이 많이 가는 필사 노동 자체가 원저작자의 정신적 창작에 대한 노고를 무시한 채 이루어 졌으며, 또한 그 필사의 대상이 된 것은 대부분 고전이나 성서였으므로 그 저작자의 권리 보호가 문제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5세기 중엽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발명되었을 때에도 인쇄 대상은 고전이나 성서였으므로 저작자의 정신적 활동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시대가 여전히 이어졌다. 그러나 그들이 이용한 인쇄술은 수작업을 기계 작업으로 전환시키는 등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고, 마침내 대량복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애초에 인쇄술 발명은 르네상스13가 절정에 이른 시기와 맞아 떨어졌고 그 당시 높아진 고대에 대한 관심은 고전 출판을 촉진시켰는데, 이것이 유럽 전역에 퍼진 인쇄 기술과 결합하게 된다. 거기서 발생한 것이 출판물 판매량에 따른 인쇄출판업자의 위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과 함께 고전의 원본 발견 및 정리 등에 따르는 노력에 대한 대가를 인정해 주는 문제였다. 이에 인쇄출판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왕이나 영주가 인쇄출판의 특권을 보장하는 출판특허제도가 탄생했고, 이는 인쇄출판업자의 이익을 지키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국왕 또는 영주로 하여금 서적 등에 대한 검열 제도를 시행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출판 특허와 검열의 연계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검열제도가 종교개혁 운동에 대비해 일찍이 도입되었다. 종교개혁으로 촉발된 종교전쟁 후 국왕의 특허가 파리의 서적상회조합에 위탁되면서 조합에 의한 검열을 거친 출판 허가와 출판특권이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 ······
--- 「2. 대량복제 시대: 인쇄술이 낳은 저작권의 씨앗」 중에서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영리추구를 위한 대량복제의 결과가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로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개인 또는 가정에 준하는 소규모 인원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저작물이 부당하게 대외적으로 널리 유통되게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복제 방법으로는 복사기를 이용해서 저작물을 복사하거나 USB 등을 이용해서 저작물을 녹음 또는 녹화하는 것을 들 수 있는데, 그 목적이 복제물로 공부를 하거나 악보를 복사해서 그것을 보고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녹음한 후 그것을 반복재생 방식으로 감상하는 등 학습이나 취미 또는 단순한 오락의 차원이어야 한다.

또, 여기서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라고 한 것은 이용하는 사람이 단독의 개인은 아니지만, 가정처럼 개인적 결합관계로 모인 소규모 인원(대체적으로 10인 이내)으로서 폐쇄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복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소규모라 하더라도회사 같은 곳에서 내부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복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복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저작물의 이용 방법 또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복사기를 비롯한 복제기기는 원래 사무자동화OA나 생활 편의를 도모할 목적으로 생겨난 것이지만, 지금은 그 이용 범위가 매우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복제에 따른 비용 또한 저렴해짐으로써 이용자의 폭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작물 및 출판물의 권리자들에게 위기의식이 생겨나고, 복사 및 녹음·녹화에 의한 복제물 제작이 심각한 저작권 침해 요소를 품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한번 복제된 저작물은 사적 이용의 단계를 넘어서 많은 사람의 모임을 통해 교환, 대여 또는 판매의 방법으로 반출되기도 함으로써 저작권 침해 우려가 높은데도 그러한 행위들이 위법임을 인식시키거나 구체적으로 검증하여 적발해 낼 수 없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방식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때에는 번역·편곡 또는 개작의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출처를 명시할 의무는 없다.

--- 「5. 법과 윤리: 창작에 대한 법적 한계와 윤리적 책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저작권은 언제부터, 무엇을, 왜 보호해 왔는가
― 동굴벽화에서 AI까지, 창작의 경계를 묻다


표절과 저작권은 이제 일상적인 언어가 되었지만, 정작 ‘이게 왜 침해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누구나 다시 초보자가 된다. 표절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외형상 유사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도 침해로 판단되는 사례 역시 반복된다. 이러한 혼란은 개인의 법 지식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저작권 자체가 단일한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책은 그 혼란의 원인을 법 조항의 해석이 아니라, 저작권이 형성되고 변화해 온 역사적 맥락에서 찾는다. 저자는 저작권을 고정된 규범이 아닌,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 재구성되어 온 문화적 장치로 바라본다. 구전과 필사의 시대, 인쇄와 대량복제의 시대, 디지털 복제와 알고리즘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늘 창작의 범위를 확장하는 동시에 위협해 왔다. 저작권은 그때마다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임시적이고도 역사적인 답을 제시해 왔다. 이 책은 바로 그 변화의 궤적을 따라가며 오늘날의 저작권 논쟁을 이해할 수 있는 좌표를 제공한다.

인쇄기의 등장: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시작

16세기 독일 비텐베르크. 종교적 통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던 시대에 인쇄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상을 이동시키는 매개였다. 마르틴 루터의 사상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인쇄술 덕분이었다. 손으로 베껴 쓰던 필사본의 시대와 달리, 인쇄는 동일한 텍스트를 짧은 시간 안에 다수에게 전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역사적 장면은 영화 〈스톰: 위대한 여정〉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영화는 인쇄공의 아들이 활판을 숨겨 도망치는 모험담을 통해, 인쇄술이 당시 권력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기술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면죄부를 대량 인쇄해 판매하던 교회의 모습은 복제 기술이 진리의 확산뿐 아니라 권력의 유지에도 사용될 수 있음을 상징한다. 이 책은 이러한 서사를 출발점으로 삼아, 인쇄술의 발명이 사회 구조와 지식의 유통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추적한다. 인쇄는 사상을 확산시켰지만 동시에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그 긴장 속에서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처음으로 제도적 차원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저작권의 씨앗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싹튼다.

대량복제 시대: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로 보는 저작권의 등장

대량복제가 가능해지자 가장 먼저 위협을 느낀 존재는 저작자가 아니라 인쇄업자였다. 어렵게 수집하고 편집한 책이 다른 인쇄소에 의해 그대로 복제되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 작품 역시 이런 방식으로 반복 복제되었다. 이에 대응해 등장한 제도가 출판특허였다. 국왕이나 영주가 특정 인쇄업자에게 독점적 출판권을 부여함으로써 투자 위험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곧 검열과 결합되었고, 출판의 자유는 권력의 허가 아래 제한적으로만 가능해졌다. 보호는 곧 통제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이 책은 저작권이 처음부터 ‘저작자 개인의 권리’로 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저작권의 기원에는 창작의 존엄보다, 복제 기술이 만들어 낸 경제적 충돌과 질서를 관리하려는 필요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역사적 사실은 오늘날 저작권을 도덕적 절대 기준으로만 이해하려는 시도에 중요한 균열을 낸다.

AI 시대: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로 판단하는 창작성

21세기, 대량복제의 문제는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는다. 이번에는 인쇄기가 아니라 인공지능이다. 2022년, 만화가 크리스 카시타노바가 AI 이미지 생성 도구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해 제작한 만화 『여명의 자리야』는 새로운 저작권 논쟁을 촉발했다. 미국 저작권청은 AI가 생성한 이미지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스토리 구성, 이미지 선택과 배열, 텍스트 등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 확인되는 요소에 한해서는 보호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는 저작권의 핵심 기준이 여전히 ‘인간의 창작성’에 있음을 재확인한 결정이었다. 이 책은 이 사례를 통해 묻는다. 기술이 창작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는 시대에, 저작권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인쇄술이 저작권이라는 제도를 탄생시켰듯, AI는 또 다른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저작권의 역사는 기술의 진보 속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책임의 경계를 끊임없이 재정의해 온 과정임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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