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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심 봉사는 빈 방에 홀로 앉아 심청이 오기만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데, 배는 고파서 배가 등가죽에 붙는 듯하고 방은 추워서 턱이 덜덜 떨린다. 날던 새도 잠자리를 찾아 들고, 먼 데서 절의 쇠북 소리 들리니 날이 저문 줄 짐작하고 혼자 하는 말이
"내 딸 심청이는 무슨 일에 골몰하여 날 저무는 줄을 모르는고. 주인에게 잡혀서 못 오는가, 저물어 돌아오는 길에 동무 만나 노는 데 빠졌는가?" 하고 이 걱정 저 시름으로 마음이 심란하다. 길 가는 사람 보고 짖는 개 소리에 심청이 오는가 여겨 반가이 듣고, 떨어진 창문에 바람 부는 소리에도 행여 심청이 오는 기척인가 하여 반겨 나서면서, "심청이 너 오느냐?" 하고 물으나 빈 뜰에 사람 자취 없으니 허전한 마음에 아득히 속았구나. ---p.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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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들으옵소서. 말 못하는 까마귀도 겨울 숲에 해가 지면 먹을 것을 물어다가 어미를 먹일 줄 알고, 곽거라고 하는 사람은 부모께 효도하여 찬수(반찬거리) 대접 극진할 제, 세살 난 어린것이 노모 밥상 달린다 하여 양주가 의논하고 산 자식을 묻으려 하였으며, 또한 맹종은 효도가 지극하여 엄동 설한에 죽순을 얻어다가 부모 봉양하였으니, 소녀 이미 십여 세라, 옛 효자들만은 못할망정 어찌 맛있는 음식을 드리지 못하오리까. 눈 어두우신 아버지가 험한 길 큰길을 다니시면 다치기 쉬우며, 비바람을 무릅쓰고 나다니시면 병환 나실까 염려되오니, 오늘부터 아버지는 집에 앉아 계오시면 소녀 혼자 밥을 얻어 조석 걱정 덜겠사옵니다
--- p.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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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시대를 뛰어넘어 영원히 읽히며 끊임없이 새로운 평가가 더해진다. 옛 것이면서 언제나 '현재'에 살아 있다는 점이 고전의 참다운 가치이다. 또 고전은 인생과 세계에 대한 선인들의 치열한 경험과 진지한 사색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고전을 보며 삶의 지혜오 용기 그리고 꿈을 얻는다.
흔히 '고전'이라고 일컫는 작품을 대할 때 누구나 그 내용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고전을 읽어 본 사람은 드물다. 제대로 된 고전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현암사에서 야심차게 기회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시리즈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쉽고 친근하게 다시 써 독자 누구나 쉽게 우리 고전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고전 읽기가 즐겁지 않았던 데에는 정신에 앞서 표현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낯선 고사의 인용과 한문 어구의 빈번한 삽입, 익숙하지 않은 문어투와 내용 파악이 어려운 비문투성이의 긴 문장이 큰 원인이었다. 한글과 영어 시대를 사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우리 고전은 너무 어렵고 낯설고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이 시리즈를 펴내면서 글을 다시 쓴 필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한문으로 된 문장은 우리말 글로 풀어 쓰고, 고사는 해설을 삽입하여 주석이 없이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비문이나 번역투의 매끄럽지 못한 문장은 우리말 맞춤법에 맞추어 고쳐 써서 읽기 편하도록 가다듬어 옛 것, 어려운 것으로만 느껴지는 우리 고전 소설을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인 누구나 가까이 두고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다른 특징은 각 작품마다 그림을 그려넣어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 책을 읽는 데 흥미를 더했다는 점이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일반인도 우리 고전을 제대로 읽고 올바로 알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