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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 읽기의 즐거움
재치 있게 말하다 재치 있게 행동하다 어리석은 사람들, 소통을 꿈꾸다 사람 사는 세상, 갖가지 웃음과 만나다 일그러진 사회, 세태를 고발하다 새로운 문명과의 만남,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다 13도 노인들, 탑골공원에서 재담 대회를 열다 작품 해설 - 울음의 또 다른 이름 웃음.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재치 있는 이야기, 재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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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과 학생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조선에서 가장 귀중한 짐승이 무엇이냐?” “사자입니다.” “틀렸다. 조선에는 사자가 없다.” “그러니까 더욱 귀중하죠.” --- p.41 이때 지나가던 사람이 그를 보고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로 거기에 누워 있소?” “나는 벼락을 맞아 죽었습니다.” “죽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한단 말이오?” “나는 이제 막 죽었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있지요.” --- p.92 사람은 제 자격대로 쓰이지, 제 희망대로 쓰이지는 않는다. --- p.196 학생이 개를 데리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역무원이 말했다. “여보시오! 표 한 장 값만으로는 동물을 데리고 탈 수 없소.” “이렇게 작은 개야 표가 없어도 상관없지 않겠소.” “아무리 작아도 동물은 별도의 값을 내야 하오.” 그러자 학생은 옷을 훨훨 벗고 화를 내며 말했다. “내 몸에 있는 이가 몇 개인가 세어 보시오. 그 수에 맞게 표 값을 모두 줄 테니….” --- pp.204-205 마음 편하기로 말하면 세상에 돈 없는 사람처럼 마음 편한 것이 없다. 도둑 들 걱정 없고, 잃어버릴 걱정 없고, 떨어질 걱정 없고, 줄어들 걱정도 없다. 세상에 걱정 없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 걱정처럼 사람에게 해독인 것도 없지 않은가. --- p.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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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담(才談), 100년 전의 개그 콘서트!
재담은 익살을 섞은 재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재담의 원류는 고려 말의 ‘패설(稗說)’이다. 패설ㆍ재담ㆍ만담(漫談)ㆍ개그는 뿌리가 같다. 재담은 일제강점기 때 신파의 영향을 받아 만담이 되었고, 전형적인 만담 형식이 바로 오늘날의 ‘개그 콘서트’나 ‘두 시 탈출 컬투쇼’이다. 재담ㆍ만담ㆍ개그의 공통점은 약자는 즐거워하고, 강자는 불쾌해한다는 점이다. 18세기 전까지만 해도 문학은 지배계층인 양반의 전유물이자 통치 사상과 도덕을 담는 도구였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패설과 재담을 쓰는 전업 작가들이 등장했고, 부녀자들이 비녀와 팔찌를 팔아 세책집에서 책을 빌리는 풍조가 정착되었다. 패설과 재담은 양반의 근엄한 문학과는 달리 쾌락과 오락을 담았고, 양반들은 혀를 찼다. 패설과 재담이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양반들만 웃음에 야박한 건 아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유행어에도 불구하고 개그맨들은 모욕죄로 고소당하거나, ‘품위 유지’ 조항 위반으로 방심위의 징계를 받는다. 개그맨들은 못난 척을 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웃기 때문이다. 재담의 주인공 또한 여성, 아이, 빈자, 노인, 하인, 시골 사람 등 약자들이다. 약자들이 세 치 혀만을 가지고 횡포를 부리는 강자들의 허를 찌른다. 조롱이 살짝 섞인 약자들의 능청스러운 대답은 배꼽을 잡게 한다. 그러니 지배계층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억지와 생떼는 재치로 받아치고, 소통 없는 사회를 풍자하다 이 책은 재담을 일곱 가지로 분류해 수록하였다. 1장 ‘재치 있게 말하다’와 2장 ‘재치 있게 행동하다’는 맥락이 같다. 뻔뻔한 사람이 억지를 쓰거나 오지랖을 떨다가 사회적 약자에게 허를 찔리거나 논박을 당한다.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이 동냥하는 거지를 보고 딱하다는 듯이 묻는다. 어쩌다 그 지경이 되었냐고. 거지는 정중하게 대답한다. 그렇게 물어봐 주니 고맙습니다. 그러고는 능청스럽게 덧붙인다. 당신처럼 사치스러운 아내를 만나 이 모양이 되었다고. 3장 ‘어리석은 사람들, 소통을 꿈꾸다’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촌극을 통해 근대 전환기의 풍경을 그려낸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복잡한 사회에서 내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사람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조차 찾지 못하고, 나를 잃고 헤매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슬픔을 자아낸다. 특히 당시 가장 자주 등장했던 소재는 귀머거리와 장님이었다. 장애를 비하하기 위함이 아니라 소통이 되지 않는 사회를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옳다 주장하는 사람들을 귀머거리에 비유했다. 소통의 부재를 비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꿨던 것이다. 6장 ‘새로운 문명과의 만남,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다’는 근대의 이면을 드러낸다. 새롭고 편리한 것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다수는 신문물로부터,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경성에 사는 아들에게 빨리 신발을 보내주고 싶었던 아버지는 ‘전보’가 빠르다는 소문을 듣고 신발을 전선에 묶는다. 승객은 차표를 회수하려는 역무원에게 내 돈 주고 샀는데 왜 가져가냐며 따지기도 한다. 이렇듯 새로운 문물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고 우스운 장면을 연출한다. ‘하이칼라 자동차’는 그런 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화자는 60~70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에선 서양 사람을 만나기만 해도 ‘개장국에 넣을 개 잡듯’이 난리를 치더니 그런 자들의 자손들은 외국만 한번 나갔다 오면 조선이 ‘미개하여 큰일 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비꼰다. 영국 런던에 한번 갔다 온 사람은 ‘우리 영국 런던’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우리 영국 런던의 언덕은 모두 평탄한데’라며 조선의 언덕마저 비하한다. 한바탕 웃고 나니 눈가에 맺히는 눈물, 그것이 바로 재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