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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를 위한 시몬 베유 용어 사전
프롤로그. 나의 무기력에게 말을 걸다 제1부. 주의에 대하여 - 당신이 바라보는 것이 당신의 세계가 된다 제2부. 고통에 대하여 - 불행은 어떻게 진리로 향하는 문이 되는가 제3부. 노동에 대하여 -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영원을 만나는 법 제4부. 탈창조에 대하여 - ‘나’를 비워낼 때 채워지는 것들 제5부. 중력과 은총에 대하여 - 우리를 끌어내리는 힘과 들어 올리는 힘 제6부. 뿌리 뽑힘에 대하여 - 우리는 왜 이토록 불안한 존재가 되었는가 에필로그. 멈춰 선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법 |
Simone W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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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다림이란, 영혼이 도달할 수 있는 공백을 만들기 위해 예리하게 깨어있는 상태를 뜻한다. 비좁은 자아의 아집을 덜어내고, 그 빈자리에 진실이 흘러들 수 있도록 내면의 영토를 확장하는 수행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팽팽하던 의지의 끈을 놓고 일상의 쉼-산책이나 멍한 응시 같은 무방비한 순간-으로 물러설 때,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실마리는 진공의 인력을 견디지 못한 듯 섬광처럼 우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준비된 우리를 발견하고 찾아오는 것이다.
--- 「1부 주의에 대하여, 기다림의 기술」 중에서 ‘불행’은 우리가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세상이 합리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무자비하게 폭로하고 파괴한다. 내가 쌓아 올린 계획과 가치관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현실은 자기 자신의 자아를 갈가리 찢는다. 이 파괴는 끔찍한 경험이지만, 바로 이 처절한 무력감의 상태에서 뜻밖의 가능성이 열린다. ‘나’라는 견고했던 껍질에 균열이 생길 때, 그 틈으로 외부의 빛, 즉 진실이 스며들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2부 고통에 대하여, 불행은 어떻게 진리로 향하는 문이 되는가」 중에서 ‘나를 죽인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자아의 죽음을 의미한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환상, 나의 능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교만, 나의 욕망이 중요하다는 이기심이 노동이라는 현실의 저항 앞에서 힘을 잃고 스러지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자아가 죽은 자리에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새로운 내가 태어난다. --- 「3부 노동에 대하여, 일의 목적은 생산물이 아닌 변화된 ‘나’ 자신이다」 중에서 그렇다면 신은 왜 자신의 선한 의지를 세상에 직접 채우지 않고 내버려 두었을까? 베유에게 있어 이것은 타자를 존재하게 하려는 사랑의 결단이었다. 무한한 존재인 신이 모든 곳을 꽉 채우고 있다면, 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 즉 피조물이 존재할 여지는 단 한 틈도 없게 된다. 따라서 세계가 독립된 실체로서 굴러가기 위해서는, 신이 자신의 자리를 비워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타자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신이 스스로의 전능함을 거두어들이는 이 거리 두기야말로 베유가 포착한 창조의 비밀이다. --- 「4부 탈창조에 대하여, 창조의 반대말은 파괴가 아니라 ‘자기-비움’이다」 중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존엄성은 이 작은 선택의 능력에 달려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선함을 창조할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또한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완전히 예속된 기계와 같은 존재도 아니다. 그저 중력과 은총이라는 두 개의 절대적인 힘 사이에 끼어있는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이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우리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에도 불구하고, 위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행위를 매 순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 바로 이 점에 모든 위대함이 걸려있다. --- 「5부 중력과 은총에 대하여, 운명과 선택 : 중력 속에서 은총을 선택하는 인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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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포화를 걷어내는 공백,
필연성의 하강을 거슬러 도래하는 은총의 역학 존재론적 결핍이 추동하는 맹목적 기동은 주체를 소진시킬 뿐 구원을 담보하지 않는다. 행위를 통해 실존을 증명하려는 과잉된 의지는 오히려 내면을 불투명하게 차단하여 외부의 빛을 산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욕망과 사념이 밀집된 내재성의 공간에서 영혼은 고립되고 삶의 무게는 기계적 필연성에 따라 하강한다. 따라서 현시점의 인간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과제는 가속도가 부여하는 현기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의지적 정지를 통해 내면의 심연을 직시하고 그 침묵으로부터 비로소 도래하는 은총을 포착해내는 실천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노동의 현상학을 통해 고통을 실재의 감각으로 치환하다 시몬 베유는 강단의 안락을 배반하고 르노 자동차 공장의 가혹한 환경으로 침잠했다. 그녀의 지성은 육체적 한계를 시험하는 노동의 현장에서,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날카로운 실재성을 획득했다. 금속성의 마찰음과 피로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마모시키는 산업 기제의 위압감은 그녀에게 철학을 관념이 아닌 육화된 진리로 정립하는 토대가 되었다. 베유는 고통을 회피해야 할 불행이 아닌 실존의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물성을 지닌 사유의 결정체로 재해석한다. 독자는 베유의 경험과 통찰에 기반한 이 저작을 통해 고통을 승화시키는 인식론적 틀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탈창조를 향해 나아가는 여섯 단계의 변증법적 구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을 위한 철학』은 혼탁한 자아를 정화하고 영적 상승을 도모하는 과정을 여섯 단계의 사유 체계로 축조했다. 비움에서 존재의 충만으로 나아가는 영혼의 필연적 궤적을 논리적으로 해명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 1부 ‘주의’는 폐쇄된 에고에 균열을 내어 타자와 신의 실재를 수용하는 인식의 개방을 촉구한다. 이어지는 2부 ‘고통’과 3부 ‘노동’은 자아의 확장을 저지하는 외부의 압력을 실재와의 접촉면으로 전환시킨다. 4부 ‘탈창조’에 이르러 불투명한 자아의 벽은 붕괴되며 피조물은 창조주의 부재를 모방하여 스스로를 소멸시킴으로써 신의 빛이 통과하는 투명한 매개체로 거듭난다. 5부 ‘중력과 은총’은 하강하는 자연적 필연성과 상승하는 초자연적 은총 사이의 역학 관계를 규명하고 6부 ‘뿌리 뽑힘’은 부유하는 현대인이 존재의 근거를 회복할 수 있는 윤리적 토대를 정립하며 논의를 완성한다. 무위란 능동적 수동성이 빚어내는 기다림의 정수다 베유가 설파하는 ‘행하지 않음’은 나태나 행위의 결여와는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고유한 성격을 지닌다. 그것은 기계적인 반사 작용과 욕망의 투사를 유보하고 진리가 임재할 수 있도록 내면을 절대적 진공 상태로 유지하는 고밀도의 정신적 수행 즉 ‘주의’의 발현이다. 작위적인 행위의 중독에서 벗어나 멈춤을 선택할 때 소진되었던 내면에는 비가시적인 은총의 질감이 감지된다. 스스로를 비워냄으로써 역설적인 존재의 충만에 이르는 이 신비적 체험은 현상계의 혼탁함을 걷어내고 영혼의 본질적 투명성을 회복시킨다. 이 저작은 필연의 중력에 종속된 인간이 초자연적 은총의 세계로 비상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엄격하고도 정교한 형이상학적 지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