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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장석주
21세기북스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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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등을 곧게 펴고 시를 읽는다는 일

1장 더 이상 칠 것이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육탁(肉鐸)_배한봉 | 울음이 타는 가을 강_박재삼 | 강_황인숙 |
운동장을 가로질러간다는 것은_유홍준 | 후회에 대해 적다_허연 | 껌_김기택
별을 보며_이성선 | 공(球)_박판식 | 나무는 도끼를 삼켰다_이수명 | 수선화에게_정호승

2장 시간은 사람을 먹어 작아지게 한다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_정진혁 |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_조용미 | 가을_김종길
풍장 1_황동규 | 나 떠난 후에도_문정희 | 꿈 밖이 무한_유안진 | 저무는 빛_홍영철
녹슨 도끼의 시_손택수 | 나무의 기척_김광규 | 문의마을에 가서_고은

3장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밀물_정끝별 | 밀가루 반죽_한미영 |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_박철
목요일마다 신선한 달걀이 배달되고_이근화 | 어떤 하루_강기원 | 너와집 한 채_김명인
쏘가리, 호랑이_이정훈 | 밤의 그늘_이향 | 갈현동 470-1번지 세인주택 앞_이승희 | 물소리를 듣다_나희덕

책에서 이야기한 시들

저자 소개 1

張錫周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 저술가. 그밖에 출판 편집자, 대학 강사, 방송 진행자, 강연 활동으로 밥벌이를 했다. 현재 아내와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파주에서 살고 있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 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 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 저술가. 그밖에 출판 편집자, 대학 강사, 방송 진행자, 강연 활동으로 밥벌이를 했다. 현재 아내와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파주에서 살고 있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 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 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3년여 동안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진행자로도 활동한다. 2000년 여름에 서른여섯 해 동안의 서울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전업작가의 삶을 꾸리고 있다. 한 잡지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소장한 책만 2만 3,000여 권에 달하는 독서광 장석주는 대한민국 독서광들의 우상이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쓴다고 해서 안으로만 침잠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다.

스무 살에 시인으로 등단한 후 15년을 출판기획자로 살았지만 더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자 업을 접고 문학비평가와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급변하는 세상과 거리를 둠으로써 보다 잘 소통하고 교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성에 있는 호숫가 옆 ‘수졸재’에 2만 권의 책을 모셔두고 닷새는 서울에 기거하며 방송 진행과 원고 집필에 몰두하고, 주말이면 안식을 취하는 그는 다양성의 시대에 만개하기 시작한 ‘마이너리티’들의 롤모델이다.”

저서로는 『몽해항로』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일요일과 나쁜 날씨』,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이상과 모던뽀이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일요일의 인문학』,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고독의 권유』, 『철학자의 사물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시간의 호젓한 만에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공저)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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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4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96g | 130*210*30mm
ISBN13
9788950958831

책 속으로

어른이 되면서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은 바로 뭔가에 열광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꾀어 어딘가로 데려가는 전설 속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 소리에 열광하지 않게 되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경이에 감탄하고, 발견과 창조의 기쁨에 예민한 자기 안의 어린아이를 잃어버리는 일이다. 우리는 호기심을 잃고 더 자주 통제하는 뇌에 지배당한다. 점점 더 관습과 규범에 종속된 채 밥벌이에 매달리는 나이 먹은 영장류의 둔중함에 빠져버린다. --- p.56~57

우리는 살아봐야 한다. 나날의 삶이 희망을 배신한다 해도, 이 도시에 낭패를 당한 천사, 진흙탕에 처박히는 천사만 있다 할지라도, 우리는 살아봐야 한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살아야 할 가장 숭고한 이유다. 우리는 삶이라는 만찬에 초대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p.58

누구나 가슴에 벼랑을 하나쯤 품고 산다. 나무가 제 속에 도끼를 품고 번개를 품고 살듯이. 벼랑을 품은 삶과 그렇지 않은 삶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낫냐는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내는 것이다 --- p.98

외로움의 본질은 타자의 도움이 필요 없는 자기 안의 충만이다.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자기를 바라봄이다. 외로운이라는 의미를 가진 독일어 ‘einsam’는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외로움은 사람의 무리에 종속되지 않고 자의식의 주체로 꿋꿋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이 누리는 감정이다. 분명한 것은 외로움의 한 본질이 매우 독립적인 기질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 p.104

사람은 죽음 속에서 살 수 없지만 피로 속에서는 살 수가 있다. 피로는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고갈에서 비롯된 정신적 체감--- p.體感)의 문제다. 피로의 출현은 갑작스런 것이 아니고 한없이 느리게 이어지는 것이다. 피로 때문에 죽는 사람은 없지만 피로 때문에 불행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는 있다. 왜냐하면 피로란 모리스 블랑쇼--- p.Maurice Blanchot)의 말대로 “불행 가운데 가장 대수롭지 않은 불행”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란 대수롭지 않은 작은 불행들을 무수한 잎으로 매단 나무가 아닌가! --- p.214

진부한 악에 기어코 빠지지 않은 갑과 을은 저마다 현실의 토대에 뿌리를 내린 귀한 ‘사람꽃’이다. 이 꽃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향기를 풀어낸다. 궁지에 몰리더라도 그 어려움을 꿋꿋하게 감내하며 결코 야수로 변하지 않는 이 꽃들 사이에 사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 p.235-236

집은 사람이 장소와 관련해서 겪는 경험들의 중심 공간이다. 어둠 속에서 불빛을 머금고 있는 집은 주거 공간이자 세속의 거친 노동에서 돌아오는 자들을 침묵과 평온으로 맞아주는 은신처다. 집은 존재의 요람이고, 나날이 이루어지는 삶의 의미를 갱신하는 자궁일 뿐만 아니라, 정체성의 토대를 이루는 근원 공간이다. 집은 피로와 수고로 고갈된 생명에게 약동하는 힘을 충전시키고, 덧없고 무미건조한 삶을 기쁨과 의미의 삶으로 탈바꿈시키는 거의 유일한 지상낙원이다.

--- p.295

출판사 리뷰

고은, 정호승, 문정희, 정끝별, 배한봉……
좋지 않은 세상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시인 30인의 시와 해설

더 이상 칠 것이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 배한봉, 「육탁」 중에서

새벽 어판장 바닥에서 제 몸 다치는 줄도 모르고 온몸으로 제 몸을 일으키는 고기, 그리고 그 모습에 겹쳐지는 아버지의 삶. 뼈가 휘는 수고와 노동을 감당하는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노고를 향해 이보다 꾸밈없는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술 권하는 사회에서 자본 권하는 사회로 들어선 이 시대 흔들리는 가장의 검게 그을린 속은 그 어떤 암흑에 비할 수 없다. 내보일 수 없는 그들의 외로움과 시림은 뼛속까지 식초보다 더 아프게 내려온다. 이제 희망보다는 허망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지리멸렬한 중년의 인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인은 절망의 극한 속에서 다시 한번 희망을 찾아낸다. 끓는 물도 100도가 넘지 않으면 주전자 뚜껑을 들어 올릴 수 없듯이, 시는 절망이 지니고 있는 자기 회복의 힘을 이야기한다. 삶이 우리를 배신한다 해도 살아봐야 한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살아야 할 가장 숭고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사람을 먹어 작아지게 한다
(…)
시간 앞에 먹이거리로 던져진 육신
어머니는 이제 손목에 시계를 차지 않았다 ― 정진혁,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중에서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사람은 고작해야 시간의 시체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찾아오는 삶과 죽음은 어찌해볼 도리 없이 어느 날 우리에게 불쑥 찾아온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허황된 시도들은 이제 한 풀 꺾여 장수(長壽)라는 타협 선을 찾았으나 삶은 여전히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진리이고, 시간은 결국 우리를 죽음에 데려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육신은 이제 시간 앞에 먹잇감으로 던져져 손목의 시계가 없이도 온몸으로 그 시간의 흐름을 증명한다. 시간은 어머니의 귀와 눈을 먹어치웠고 매일 돌아오는 식사 시간처럼 같은 시간에 어머니의 발목과 무릎까지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를 깨달았을 때 어머니는 이미 시간의 먹잇감이 된 후다. 시간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드러낸 시를 통해 우리는 삶과 죽음의 생물학적 운명과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무력함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 정끝별, 「밀물」 중에서

시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살아남은 뒤 비로소 얻은 평화로운 시간에 위로의 인사를 건넨다. 하루의 피로와 수고를 보듬는 이 말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 끝에 꼭 들어맞는다. 이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세상의 진부한 악에서 도망쳐온 ‘사람꽃’에 보내는 찬사다. 저마다 그 향기를 잃지 않기 위해 꿋꿋이 버텨내는 이 꽃들 사이에 사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시는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시인 자체가 세상이라는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며, 그곳에 함께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양분이 되어준다. 그렇기에 시인이 시에 담은 세상은 우리가 처절하게 견디고 감사함에 안도하는 그 세상이다. 청소하고 빨래하는 주부의 하루부터 사람 좋은 무능력한 가장의 멋쩍은 웃음, 속세를 등지고 물욕을 저버린 자의 평화로운 한때까지 시가 서로 다른 삶을 담은 듯해도 결코 공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이유다.

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한 묶음의 언어

수신 확인조차 되지 않는 손 편지에 제 마음 대신하는 시 한 편 베껴 전달하고, 공중전화 박스 속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못다 전한 말 있을까 심장도 함께 내려앉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추억 속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이미 빠른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과거의 삶이란 추억하고는 싶지만 돌아가기에는 두려운 지점이다. 기다림이 주는 설렘은 속도가 주는 즉각적인 해소 앞에 잊혀진 지 오래다.

그러나 여기 세상의 속도에 비켜서 우리의 삶을 꾸준히도 그려내는 사람들이 있다. 시인들은 세계가 만든 가난을 횡단하면서도 이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 삶의 모양들을 문자로 기록한다. 여기에는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이 내뿜는 차가운 온도와 시간에 먹혀 작아져버린 사람의 몸집과 수고로운 하루에 건네는 위로의 인사가 담겨 있다. 시는 우리가 무심코 잊고 있을 때도 결코 곁을 떠나지 않고 현재 속에 과거의 자리를 무단히도 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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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을 아는 나이, 비로소 시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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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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