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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과의 통화는 간단하면서도 몹시 마음 끌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슨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대신, 그것은 직접 봐야 하는 거니까 프로방스로 내려오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안개 낀 이른 아침 제트기 여행의 시차로 인한 피로를 느끼며 사이먼은 문득 그날이 토요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시간 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히드로 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데스크에서 비행기표를 받아 들고 그는 면세점으로 들어가 몰트 위스키 선반들을 싹쓸이 하고 있는 작달막하고 다부진 일본 여자들 옆을 지나쳐서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니콜이 어떤 담배를 피웠더라? 어떤 향수를 뿌렸더라?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마지막 방송이 나오자 그는 동 페리뇽을 두병 사기로 마음을 정했다. 쓸 만한 여자들이 다 그렇듯, 그녀도 분명히 샴페인을 좋아할 것이다. 그는 니콜이 찾아낸, 그러나 전화로는 얘기할 수 없다고 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게 무엇이건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일을 하며 보내는 여느 토요일보다는 더 즐거울 것이다. 그는 수업을 빼먹고 비밀 방학을 떠나는 학생처럼 들뜬 기분을 느꼈다. 비행기가 히드로 공항 상공을 반영구적으로 덮고 있는 구름층 위로 떠올라 푸른 하늘이 보이자, 그는 기분이 한결 더 나아졌다. 그의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프랑스 어로 해로즈와 막스 앤 스펜서 백화점의 위용을 이야기하면서 캐시미어 스웨터 값과 런던의 레스토랑들을 비교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를 알고 있는 어떤 사람에게서거든 1백만 마일은 떨어진 곳에서 길고 조용한 저녁 식사를 즐기고 싶었다. 일상으로부터 도망을 치는 느낌이 아주 그만이었다. 사이먼은 그때껏 한 번도 마르세유에 내렸던 적이 없어서 그에게는 그곳이 북아프리카나 마찬가지인 곳일 수도 있었다. 통통한 아내를 동반하고 두툼한 인조 가죽 서류 가방을 든 빼빼 마르고 가무잡잡한 남자들, 아랍 인들의 해소 기침,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콜로뉴 냄새와 섞인 독한 담배 냄새와 땀 냄새, 오랑과 지부티로 향하는 비행기의 안내 방송. 그 곳이 런던에서 채 두 시간도 안 걸린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pp.183~1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