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Chingiz Aitmatov
황보석의 다른 상품
|
1928년 끼르기즈 공화국에서 태어난 저자는 학교 교육은 6년밖에 받지 못했지만 2차 세계대전 중 14세의 나이에 지방 소비에뜨 서기 및 세무관이 되었고 전후에 모스끄바 문학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1958년 『자밀랴』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다음 해에 『자밀랴』는 아라공에 의해 프랑스 어로 번역되어 그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1961년 그의 단편집은 레닌 상을 받았고 첫 장편인 『굴리사리여 안녕!』은 국가상을 받았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고르바초프의 조언자로 활약하면서 현실 정치에도 깊이 관여하였고, 소비에뜨 연방 해체 후 조국인 끼르기즈 공화국에서 벨기에, 프랑스, 유네스코 대사를 역임했다. 그는 유럽 여러 나라와 일본에서 문학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굴리사리여 안녕!』『하얀 배』『백년보다 긴 하루』『처형대』 및 희곡 『후지산 등반』등이 있다. 그 허기진 암여우는 말라붙은 도랑들이며 헐벗은 계곡들 사이에서 먹이를 찾는 동안 참을성이 있어야 했다. 굴속에 사는 조그만 짐승들의 어리저리 얽히고 눈은 핑핑 돌게 할 만큼 어지러운 흔적을 따라가면서 - 때로는 마르모트의 굴을 맹렬히 파헤치고, 때로는 지하 통로에 숨어 있던 조그만 날쥐가 금방 해치울 수 있게 빈터로 튀어 나오기를 기다리며 - 그 여우는 멀리 떨어진 철길을 향해 천천히 끈기있게, 생쥐처럼 조용히 옮아가고 있었다. 검고 곧은 선로가 스텝 저 멀리까지 뻗어 있는 이 철길이 이 여우는 마음에 끌리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덜컹대는 열차들이 처음엔 이쪽 방향으로, 그리고 다음엔 저쪽 방향으로 천둥치듯 지나가며 주위의 온 대지를 흔들고 그 뒤로 연기와 열기와 바람결을 타고 그 여우에게까지 전해져 오는 강렬하고 고약한 냄새를 남기는 그 철길이. 땅거미가 질 무렵, 그 여우는 전선 매설구 바닥에 빽빽이 웃자란 마른 팽이밥 덤불 속에서 전선 옆으로 나란히 누워 있었다. 씨가 맺힌 진갈색 줄기들 밑에다 제 몸을 붉은색이 도는 노란 공처럼 오그라뜨리고 참을성 있게 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리고 흔들거리는 마른 풀잎에 휙휙 스쳐가는 바람소리를 듣느라 끊임없이 불안스럽게 귀를 쭈뼛하면서, 전선과 전주들이 둔중하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그런 소리는 무서울 게 없었다. 적어도 그 기둥들은 언제까지고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며 자기를 뒤쫓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열차들이 울려 대는 그 귀가 멀 듯한 소음이 치가 떨리게 무서워서 여우는 기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더 더욱 몸을 움츠려야 했다. 발 밑의 땅이 천둥치듯 울릴 때면 그 여우는 제 가냘픈 몸의 근육 한올 한올에서 경련이 이는 것을 느꼈고 무지막지한 요동과 이상한 냄새가 두렵고 역겨워서 오싹해졌다. 그런데도 여우는 전선 매설구를 떠나지 않고 어둠이 내리기를, 철길이 얼마쯤은 조용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여우가 그곳까지 오는 일은 어쩌다 한 번씩, 허기질 때 뿐이었으므로. --- p.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