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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역자 해설 ― 무(無)의 안과 밖, 만화경인가 만다라인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연보

저자 소개 2

구스타브 플로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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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e Flaubert

노르망디의 중심 도시 루앙에서 1821년 12월 12일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루앙 시립병원의 외과부장이고 어머니는 노르망디 태생이다. 아버지가 외과 의사였던 사실은 그가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되고 세밀하고 객관적인 관찰을 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열다섯 살 여름휴가 때 트루빌에서 만난 젊고 아름다운 엘리자 슐레징거 부인에게 격렬하고도 신비스러운 애정을 기울인다. 『감정교육』(1869)에서 마리 아르누 부인의 윤곽이 슐레징거 부인의 모습을 통하여 표현되어 있다. 1840년에 바칼로레아에 합격하고 파리의 법과대학에 등록하지만, 『감정교육』 초고 집필 중이던 1843년 10
노르망디의 중심 도시 루앙에서 1821년 12월 12일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루앙 시립병원의 외과부장이고 어머니는 노르망디 태생이다. 아버지가 외과 의사였던 사실은 그가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되고 세밀하고 객관적인 관찰을 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열다섯 살 여름휴가 때 트루빌에서 만난 젊고 아름다운 엘리자 슐레징거 부인에게 격렬하고도 신비스러운 애정을 기울인다. 『감정교육』(1869)에서 마리 아르누 부인의 윤곽이 슐레징거 부인의 모습을 통하여 표현되어 있다.

1840년에 바칼로레아에 합격하고 파리의 법과대학에 등록하지만, 『감정교육』 초고 집필 중이던 1843년 10월에 신경병 발작 이후 법학을 그만두고 문학에만 몰두한다. 이 무렵에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는다. 이후 플로베르의 인생은 여행과 친구들(특히 시인 루이 부예)이 중심이 된다. 그 무렵 ‘뮤즈’라고 불리던 여류 시인 루이즈 콜레와의 관능적 연애도 경험한다. 플로베르가 루이즈 콜레에게 보낸 편지는 당시 플로베르가 쓰고 있던 작품이나 문학에 관한 생각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자료다.

1851년 이집트 여행에서 돌아와 『마담 보바리』 집필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1857년 1월에 기소되어 경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데 시인 라마르틴이 변호 서한을 보내주었고 2월 7일에 무죄판결이 났다. 이듬해는 소설 『살람보』를 준비하기 위해서 튀니지를 여행한다. 1862년에는 『살람보』가 미셸 레비 서점에서 출판되어 성공을 거둔다.

5년의 시간을 바쳐 1869년에 『감정교육』을 탈고했으나, 평이 별로 좋지 않아 실망하게 된다. 그해에는 친구 부예와 동료 생트뵈브를 잃고 신경병이 재발했다. 1870년에는 쥘 공쿠르를, 1872년에는 어머니를, 1876년에는 조르주 상드를 잃었다. 만년은 『성 앙투안의 유혹』(1874) 등이 호평을 얻지 못하여 낙담했으나 『세 가지 이야기』(1877)가 좋은 평을 받았다.

또한 그가 대부가 된 모파상의 성공은 침체되어 있던 그의 만년에 생기를 주었다. 1880년 5월 8일, 뇌출혈로 급사했다. 『부바르와 페퀴셰』는 미완성작으로 사후에 출판(1881)되었다. 한편 아홉 권에 이르는 『서간집』은 비평가들에게 최대의 걸작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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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에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프랑스 리옹2대학교에서 플로베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명예 교수이며, 논문으로 「댄디 엠마 보바리」 등이 있다. 저서로는 『「성 앙투안느의 유혹」(1849), 생성과 구조La Tentation de Saint Antoine ― genese et Structure(version de 1849)』(1990)가 있으며, 역서로는 『성 앙투안느의 유혹』, 『잭 몽골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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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680쪽 | 780g | 128*188*35mm
ISBN13
9788932912998

책 속으로

그녀는 늘 그를 현관 앞 층계의 첫 계단까지 배웅해 주었다. 말이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았을 때에는, 그곳에 서서 기다렸다. 이미 작별 인사를 건넸고,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감싸는 바깥바람에, 목덜미 위로 드리운 잔 머리카락이 나풀거리고, 엉덩이 위에 늘어진 앞치마 끈이 흔들리며, 마치 깃발처럼 꼬이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해빙기 즈음, 마당의 나무들 껍질에서는 물기가 배어 나오고, 건물들 지붕 위로 눈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문턱에 서 있다가, 작은 양산을 가져와서, 활짝 펴 들었다. 영롱한 비둘기색 비단 양산을 통과한 햇빛이 그녀의 하얀 피부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 아래에서 따스한 열기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팽팽하게 펼쳐진 물결무늬 비단 위로,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p.44

엠마는, 평범한 심성을 가진 이들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그런 파리한 삶들이 추구하는 희귀한 이상에, 단번에 도달했음을 느끼고 내심 만족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라마르틴 시의 푸념 속으로 빠져들었고, 호수 위에서 들려오는 하프 소리, 백조들이 죽어 가며 부르는 모든 노래, 하늘로 올라가는 순수한 처녀들, 그리고 골짜기에서 울려오는 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녀는 곧 이런 것들에 싫증이 났고,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으며, 처음에는 타성에 젖어서, 나중에는 허영심으로 계속했고, 마침내 마음이 진정된 것을 느끼고 놀랐으니, 이마 위의 주름이 사라지듯 마음속 슬픔도 사라진 것이었다.
--- pp.82-83

엠마는, 집으로 돌아와, 처음에는 하인들을 부리며 즐거워했으나, 곧 시골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는 예전의 수녀원을 그리워했다. 샤를르가 베르토를 처음 방문했을 무렵, 이미 인생에 대한 환상에서 충분히 벗어났다고 스스로 인정한 그녀는 이제 더 배울 것도 없고, 더 이상 느낄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에서 오는 불안, 아니 어쩌면 이 남자의 존재가 야기하는 거북함은, 장밋빛 날개를 가진 커다란 새처럼 무한히 열린 시(詩)의 하늘에서 맴돌듯 이제껏 어딘가 머물러 있던 그 황홀한 정열을 마침내 자신도 가지게 되었다고 믿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이 고요함이 그녀가 꿈꾸었던 행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 p.84

그러나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이 평온을, 이 태연한 둔감함을, 자신이 그에게 안겨 주는 이 행복마저 원망했다.
--- p.87

늘, 샤를르가 나가고 없을 때면, 코모드에 개켜 놓은 옷들 사이에 넣어 두었던 그것을 꺼내어 보고는 했다. 그 초록색 비단 시가 케이스를.
그녀는 그 물건을 유심히 살펴보고, 열어 보고, 말초리풀과 담배 향이 뒤섞여, 안감에 배어 있는 냄새를 맡기도 했다. 누구의 것이었을까?…… 분명 자작의 것이리라. 연인의 선물이었겠지. 자단 수틀에 매어 놓고, 아무도 안 보는 곳에 감추어 놓은 이 앙증스러운 기구 위에서, 긴긴 시간, 동글게 컬을 말아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 채 수를 놓았으리라. 사랑의 숨결이 헝겊의 올 사이에 배었고, 한 땀 한 땀마다 희망이나 추억을 새겨 넣었으니 서로 얽힌 이 비단실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정념 그 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자작이, 어느 날 아침, 그것을 받아 지니고 갔을 것이다. 그것이 넓은 벽난로 선반 위, 꽃병들과 퐁파두르 시계 사이에 있을 때,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그녀는 지금 토트에 있다. 그런데 그는, 그는 파리에 있다, 지금. 저 멀리에! 파리는 어떤 곳일까? 얼마나 엄청난 이름인가! 음미하고 싶은 마음에, 나직이 그 이름을 되뇌어 본다. 그 이름은 대성당의 커다란 종이 울리듯 귓전에 울렸고, 【포마드 통 상표에 새겨진 이름까지도】 불꽃처럼 환하게 타오르며 그녀의 눈에 어른거렸다.
--- p.113

엠마로서는,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스스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 사랑이란,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요란한 천둥소리 번개와 함께,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며, 하늘로부터 삶 위로 몰아친 폭풍과도 같은 것으로, 삶을 뒤엎어 버리고, 나뭇잎이 뜯겨 나가듯 의지를 뿌리째 뽑고 마음을 송두리째 심연 속으로 몰고 가는 것이리라. 그녀는, 집 테라스에서, 빗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빗물이 호수를 이룬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이렇게 안심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벽에 생긴 균열을 발견한 것이다.
--- p.193

그녀가 그토록 슬프고 그토록 고요하고, 동시에 너무나 부드럽고 또 너무나 신중해서, 그녀 곁에 다가가면 얼음장같이 싸늘한 매혹에 사로잡히고는 했는데, 그것은 마치 성당 안 대리석의 냉기와 섞인 꽃향기에 전율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다른 이들도 이 같은 매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약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대단한 여성이야, 군청에서 일하는 사람의 부인이 될 만도 하지.」

부르주아 부인들은 그녀의 검소함을, 환자들은 그녀의 예의 바름을, 가난한 사람들은 그녀의 자비로움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녀는 탐욕, 분노,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올곧은 주름이 잡힌 로브는 뒤흔들린 마음을 감추고, 그토록 정숙해 보이는 입술은 마음의 번민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레옹을 사랑하고 있었고, 고독을 열망했으며, 그것은 자유로이 그의 모습을 그려 보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가 눈앞에 보이면 깊고 길게 그리고 조용히 이어지던 이 쾌락이 흐트러지는 것이었다. 엠마는 그의 발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러나 막상 그가 모습을 보이면, 감동은 사라지고, 오로지 엄청난 놀라움만 남았다가 이내 슬픔으로 끝나 버리고는 했다.
--- p.204

그 어디론가, 아주 멀리, 도망가고 싶은 유혹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곧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심연이, 암흑에 가득 싸인 채 입을 벌렸다.
--- p.207

그는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왔기에, 조금도 신선하지 않았다. 엠마는 모든 정부들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새로움의 매력은, 하나하나 벗겨져 나가는 옷가지처럼, 늘 같은 모양 같은 말뿐인, 한결같은 정념의 단조로움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경험이 많은 이 사내도, 비슷한 표현들 속에 담긴 감정의 차이를 구별해 내지 못했다. 방탕한 입술, 돈으로 사고파는 입술들이 그에게 똑같은 말들을 속삭였기 때문에, 그는 그녀의 이런 표현들이 순진무구하다고는 거의 믿지 않았다. 보잘것없는 애정을 감춘 그런 과장된 말들은,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영혼의 충만함이 때로 가장 공허한 비유로는 표현될 수 없다는 듯이. 그 누구도, 결코, 자신의 욕망, 자신의 생각, 자신의 고통을 정확히 가늠하여 드러내 보이지 못하는 법이고, 인간의 언어는 금이 간 냄비와 같아서, 그것을 두드려 별들을 감동시키고 싶어도, 곰이나 춤추게 할 정도의 멜로디밖에는 낼 수가 없는 것이다.
--- p.347

그리고 엠마는, 두 팔을 벌리고 거침없이 다가오던 로돌프의 대담성보다 자신에게 더 위험한, 이런 소심함 앞에서,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어떤 남자도 이렇게 아름다워 보인 적이 없었다. 그의 태도에서는 그윽한 순진함이 배어 나왔다. 그는 둥글게 위로 말린 섬세하고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있었다. 【보드라운 피부의 뺨이,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녀에 대한 욕망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리고 엠마는 거기에 입술을 대고 싶은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을 느꼈다.】
--- pp.423-424

그는 마차를 따라다니며 짤막한 노래를 불렀다.

종종 화창한 날의 열기는
어린 소녀에게 사랑을 꿈꾸게 한다네

그러고는 새들과 태양 그리고 나뭇잎 이야기가 이어졌다.
--- p.474

이런 삶의 결핍감, 그녀가 의지하는 것들이 순간 썩어 내리는 이 느낌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 p.501

출판사 리뷰

★ 『가디언』 선정 100대 도서
★ 『업저버』 선정 100대 도서
★ 노벨 연구소 선정 세계 100대 문학
★ 미국 대학 위원회 SAT 추천 도서

국내 최고의 플로베르 연구자가 판본을 교차 대조하여
수백 개의 정밀한 각주를 더해 어휘, 문체를 해석한 결정판
검열의 기록까지 복원한, 가장 완전한 『마담 보바리』를 만나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대표작 『마담 보바리』가 김용은 교수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마담 보바리』는 현대 소설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사실주의 문학의 걸작이다. 인간의 욕망과 환상, 마음의 균열을 예리한 문체로 파고들며, 향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밀란 쿤데라, 헨리 제임스 등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대문호들의 고전으로도 손꼽힌다.

본 번역본은 국내 최고의 플로베르 학자 김용은 교수가 다양한 판본을 교차, 대조하고 수백 개의 정밀한 각주를 더해 완성한 주석본이다. 초고부터 결정본까지의 변화를 추적해 삭제, 추가된 구절을 밝혀내고, 당대 최고의 문학 스캔들로 기록된 검열 재판으로 수정/삭제된 문장을 기호로 표기하여 역사적인 맥락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플로베르가 평생에 걸쳐 동시대 상용어를 정리한 『통념 사전』을 각주에 인용하여 소설 속 단어에 스며든 당대의 위선과 아이러니까지 드러낸다. 한 꺼풀의 가림막 없이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과 욕망을 드러낸 사실주의의 정수와, 플로베르가 심혈을 기울인 어휘, 문체를 세밀하게 해설한 주석을 더해 작품의 결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읽어 낼 수 있는 가장 탁월한 결정판이다.

인간의 욕망과 마음, 환상을
〈메스 끝으로 쓰듯〉 날카롭게 해부한 걸작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영원한 고전


시골 의사 샤를르 보바리는 어느 날 왕진을 간 집에서 젊고 아름다운 엠마 루오를 만난다. 수녀원에서 교육받고 감상적인 연애 소설에 빠져 있던 엠마는, 평범한 현실 너머에 찬란하고 격정적인 삶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녀는 결혼을 통해 그 삶에 가닿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단조로운 시골 생활과 반복되는 일상은 곧 깊은 권태로 변해 가는데…….

지방 농촌 마을의 일상과 비루하고 비열한 현실 한가운데서, 사랑과 소비, 허영과 이상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현실을 벗어나려는 엠마 보바리는 낭만적 환상과 이를 충족할 수 없는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문학사에서 반복적으로 변주되는 〈보바리즘〉의 원형적 인물로 자리 잡았다. 엠마 보바리는 〈저 너머〉를 꿈꾸는 상상력과 에너지, 유혹과 지배의 욕구를 품은 입체적인 양성적 여성으로도 나타나 이후 수많은 여성 인물의 전형에 영향을 주었다. 플로베르는 이 작품에서 19세기 정신 과학의 〈인간의 마음 해부〉에 맞먹는 집요함으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 욕망과 환멸의 순환을 정교하고도 냉혹한 문체로 벼려 낸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는 오늘날까지 세계문학사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아 있다.

세계문학사의 역사적인 스캔들, 그리고
동시대의 언어와 풍속까지 그려 내어
플로베르의 문체의 정수를 담아낸 기념비적 번역본


프랑스 학계로부터 〈플로베르 수고의 발생론적 연구에 기여한 선구적 업적을 이룬〉 학자로 평가받고, 『19세기 유럽 사전』에도 등재된 불문학자 김용은 교수는 이번 『마담 보바리』에서 6백여 개가 넘는 상세한 주석과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치밀한 작가 연보, 깊이 있는 작품 해설을 통해 플로베르 문학의 결을 입체적으로 복원해 낸다. 단순한 번역을 넘어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언어적 맥락까지 충실히 되살려 낸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1856년 『르뷔 드 파리』에 6회에 걸쳐 연재된 『마담 보바리』는 출간 직후 〈미풍양속과 종교에 위해를 가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857년 법정에서 검사 피나르는 사실주의적 묘사 방식, 관능적인 색채, 여주인공의 선정적 아름다움, 종교와 세속적 욕망을 뒤섞는 표현 등을 문제 삼았다. 이 소송은 같은 해 보들레르의 『악의 꽃』 재판과 함께 현대 문학의 출현을 알린 세계문학사적 스캔들로 기록된다. 이번 판본은 당시 『르뷔 드 파리』가 수정과 삭제를 권고했던 대목과 실제 검열 흔적까지 함께 표기하여, 기소와 논란 속에 놓였던 『마담 보바리』의 역사적 맥락을 생생하게 복원하였다.

또한 플로베르는 문체의 힘을 중시한 작가로,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를 세공하듯이 써내어 투명하고 순수한 언어를 추구했다. 그는 〈문체의 내적 힘만으로 스스로 지탱되는 책〉을 꿈꾸었다. 『마담 보바리』는 그 대표작으로, 모든 사물에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고, 말들의 정교한 배열만으로 세계를 떠받치는 〈문체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역자는 플로베르가 평생에 걸쳐 동시대의 상용어와 관용 표현을 정리한 『통념 사전』을 적극 참조하여, 작품 속 단어들에 스며든 당대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과 아이러니까지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는 『마담 보바리』의 부제인 〈지방 풍속〉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되살리며, 풍속 소설로서의 면모를 한층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더불어 플로베르의 방대한 서한집까지 참조하여, 문장 하나를 위해 고뇌를 거듭했던 작가의 창작 과정과 사유의 흔적까지 따라가 볼 수 있는 밀도 높은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옮긴이의 한마디

『마담 보바리』는 해체를 허용하지 않는 유일한 책으로 남을 것이다. 이 소설은 한없이 어둡고 깊은 여성 감성의 우물을 탐색하고 길어 올리는 〈해부용 메스 끝으로 쓴 소설〉이며, 또한 〈문체만이 오로지 사물들을 보는 절대적인 방식이므로〉, 모든 사물에게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며 말들의 조합을 통해 평등을 일궈 낸, 직물 구조의 〈무에 관한 책, 지구가 무엇으로 지탱되지 않으면서 공중에 떠 있듯 문체의 내적 힘만으로 스스로 지탱되며 외부와의 연결점이 없는 책, 주제가 없거나 혹 그게 가능하다면 주제가 거의 보이지 않는 책〉이기 때문이다. 정교한 컨트롤의 마법으로 스스로 창조자가 된 문체 소설, 『마담 보바리』는 다면체의 만화경을 넘어 한 장의 만다라를 완성한다.

추천평

『마담 보바리』는 완벽함 그 자체다. 비평을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그 어떤 비평도 거부한다. - 헨리 제임스 (작가)
플로베르는 현대 소설의 구조를 세운 거장이다. - 밀란 쿤데라 (소설가)
플로베르가 없었다면 프루스트도, 조이스도, 지금의 체호프도 없었을 것이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작가)
모럴리스트인 당신은 모든 것을 알지만, 냉혹합니다. - 생트뵈브 (문학 비평가)
나는 그녀였고, 그녀는 나였다. - 마리소피 르루아예 드 샹트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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