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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 동생의 눈물 사라진 엄마 「좋겠다, 복잡한 가정은」 엄마의 연인 저들 같은 사이가 되면 좋겠네 어떤 결혼식 아버지의 무덤 롯본기의 늙은 고양이 언니에게 반항했을 때 우는 엄마 하마나 호수 조정 경기장에서 보낸 여름 휴가 정신과 의사 아버지 사촌 언니 이혼한 아내와의 재혼 구두쇠 알츠하이머 둘만의 망년회 이름을 바꾼 딸 행복한 가족 야간 고등학교 일요일 오후 이루지 못한 꿈 아파트 단지의 소문 국제 가족의 해 18년 만에 만난 아들 비장의 온천 여관 2. 신용 카드 신흥 종교 밤 벚꽃놀이와 벚나무 비눗방울 결혼과 은퇴 아버지와 아들 사랑의 일기 환상의 모델 바에서 유품 나누기 다시 젊어진 엄마 롱 위크 홈 어떤 중국집에서 여행한 기억이 없다 두 아내 핏줄이 다른 가족 파산을 겪고서 … 성이 다른 부모 마이 홈 엄마의 재혼 계란 프라이에 얽힌 추억 엄격한 할아버지 윗집 애처가 기묘한 남자 지적인 아버지의 실상 연애필승법 지나친 정직 3. 시노야마 씨와 아버지 여지 그렇게 한심한 편도 아니지 뭐 고모 자전거 자동응답기 미국으로 건너가지 못한 소년 귀화한 가족 새 집 파리에서 돌아온 이모 여동생을 만나지 않는 이유 |
Miri Yuu,ゆう みり,柳 美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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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군은 내게 얼굴을 들이밀고 이마를 가린 머리칼을 오른손으로 그러올렸다.
'이건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을 때 생긴 흉터. 3층이었는데, 땅에 풀이 많아서 살아났어요.' 학급회의가 시작될 시간이 되어, 담임 선생이 그들을 부르러 왔다. S군은 걸을 내딛다가 뒤돌아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투신 자살은 안하는 게 좋아요. 의식이 없어진다느니, 떨어지는 순간 과거를 떠올린다느니, 그거 순 거짓말이에요. 난 땅에 부딪이는 순간까지 의식이 있었는걸요. 무지무지 아팠어요.' --- p.8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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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은 여름이 끝날 무렵이 되면 - 중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보너스를 타온 덕분에 오키나와에 간 것이 마지막이었지만 - 가족끼리 바다에 갔던 때를 떠올린다. 백화점에서 수영복 매장 앞을 지날 때면 눈이 따끔거린다. 그 강렬한 원색과 형광색이 다툼을 하는 수영복 매장과 L이 품고 있는 바다의 이미지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L에게 바다는, 자상한 엄마가 만들어준 새콤한 주먹밥이며 아버지가 태워준 서핑 보드, 그리고 동생과 해변에서 만든 모래집, 가족끼리 먹은 수박이었다.
L의 가족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부부 싸움 따위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는 L이 어렸을 때, 엄마는 L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좁아도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에서 살고 싶다고, 부모, 특히 엄마가 간절하게 원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그 꿈이 겨우 이루어졌다.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도시 외곽에 있는 땅을 35평 사들여 집을 지은 것이다. 엄마는 융자금을 갚기 위하여 일하는 시간을 배로 늘렸다. 그렇다고 가족 관계가 변한 것은 아니다. 휴일이면 아버지는 회사 동료들끼리 모여 만든 밴드 활동을 하기 위해 외출하거나 거실에서 기타를 켜거나 피아노를 쳤다. 엄마는 요즘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같이 일하는 주부들이 공부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다만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교외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평일에는 가족 전원이 아침 7시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돌아오는 시간도 제각각 달라서, 가족이 모두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 L은 최근에 회사의 2년 선배와 교제하기 시작했는데, 저녁 8시에 집에 전화를 했다가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자, 「그런 시간에 아무도 없다니, 어떻게 된 가정이냐」는 소리를 듣고 말았다. L은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한 직후, 엄마가 「그토록 바라던 단독 주택에 살게 되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니 왠지 서글프다」고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L은 뭔가가 크게 변했다 싶은 기분도 드는데, 가족 모두가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얘기해 볼까 …? --- pp.170-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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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들의 가족'을 향해 시선을 돌리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유미리는 '가족'을 테마로 하여 줄기차게 글을 써오고 있다. 부모의 별거로 흩어졌던 가족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20년 만에 다시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붕괴된 가족의 위선과 치부를 드러낸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가족 시네마』, 붕괴된 가족을 다시 합치게 하기 위해 아버지가 새 집을 지어 가족들을 불러들이지만 누구도 오지 않자 노숙자 일가족을 살게 하는 『풀 하우스』로부터 근래에 나온 작품들 모두에서 기본 테마는 '가족'에 집중되어 있다. 처음부터 유미리는 소설을 쓸 수밖에 없게 된 이유로, 아버지와 엄마가 별거하면서 각각 애인을 둔 채 가족 아닌 가족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던 아픈 기억을 내세웠다. 유미리는 흔히 '불행한 가족에서 자라나서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었으며 가족의 불행과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고통을 묘사하는 글쓰기가 바로 작가로서의 자신을 존재케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글 속에서 항상 자신과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지나치게 적나라하다는 비판까지 받아가며 솔직하고 성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가족 스케치』는 내부로만 향하던 그 시선을 주위의 다른 가족들로 옮기고 있다. 살펴보니 역시나 주위의 가족들도 똑같이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 삶이 모두 그렇듯 가족 풍경도 멀리서 바라볼 때는 아름답지만 실상'당신들의 가족'은 질기고 구차한 인연의 굴레이자, 웃음 뒤에 분노와 갈등이 숨어 있는 연기된 '천국'이었다. 그리고 '행복한 가족은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천차만별이다'라는 유미리 자신의 말 그대로 『가족 스케치』에는 가족을 불행하게 하는 문제가 무수히 등장한다. 가족은 이제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아늑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그곳은 허위와 위선이 판치고, 이기와 억압과 소통의 단절로 붕괴해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환멸만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모두가 음울한 이야기들을 지닌 채 행복을 연기하는 가족은 이제 지옥과 다를 바 없어진다. 그런데도 『가족 스케치』를 읽는 것은 괴로운 경험만은 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유미리가 2년 동안 <주간 아사히>에 연재해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녀는 2년 동안 수많은 가족의 모습을 좇아다니면서 이 한 권의 스케치북을 만들었다. 환멸일 뿐인 가족이라면 그녀는 어째서 이토록 열심히 가족 엿보기에 매달린 것일까? 인간의 존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고 사람은 가족 속에서 살아가게 마련이다. 요컨대 인간 삶의 근원적인 구조가 가족이다. 가족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면 그 해결책 역시 가족말고는 없다. 요컨대 가족은 '원죄이자 구원, 독이자 약'(이광호) 인 것이다. '당신들의 가족' 엿보기를 통해 그런 깨달음이 있었기에, 가족이 단절과 소외, 환멸로만 남는 유미리의 전작과 달리 『가족 스케치』에 나오는 가족들은 불행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제 중년이 되어 만난 이복 동생의 눈물에 그동안의 미움이 녹아내리는 아버지와, 매일 매일 사랑해, 사랑해 하고 일기를 쓰는 남편이 있고, 엄마의 재혼을 이제는 이해하고 돕게 된 딸과, 가족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공감할 줄 아는 아들도 있다. 『가족 스케치』에는 가족을 버리고, 아니면 가족에게 버림받아 길거리를 서성이는 사람만큼이나,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싶어 애태우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에게서 떠나고 싶은 마음과,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싶은 몸부림 사이에서 유미리의 글쓰기는 시작되고 또 끝나는 듯하다. 아니 세상 대다수의 문학이 그럴 것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한 가족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고, 그래서 차라리 그 굴레를 즐기는 수밖에 없으므로. 그래서 세상 전체가 행복한 가족을 연기하고 있는 듯한 연말연시인 지금, 때로는 달콤하지만 대게는 씁쓸한, 각양각색의 가족을 테마로 한 스케치북 『가족 스케치』를 펼쳐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