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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인터뷰
김순영 동시집
김순영
청색종이 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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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용감한 꼬리

용감한 꼬리 12
트램펄린 놀이 14
주걱 이야기 16
뽁뽁이 18
놀러 나간 공책 20
가르치는 눈치 22
빨간 하루 24
성냥 한 개비 26
운동화 지키기 28
고집이 가두었다 30
웃음 약 32
거짓말 밥상 34
낡은 축구화 36
강당은 38
장단 맞춤 40

2부 주저앉은 항아리

문어 인터뷰 44
물티슈의 성질 46
자동문 48
친구 되기 50
넓적사슴벌레 일기 52
국수의 성격 54
꼬리 56
주저앉은 항아리 58
옷도 속상하면 60
발의 허물벗기 62
일하는 끈 64
쓸모 66
욕심 울타리 68
꽃 싸움 70
기우는 우산 72

3부 다독다독 포클레인

다독다독 포클레인 76
하나 78
봄바람 막내 80
풀밭 다툼 82
눈치 없는 소매 84
멀리보기 86
낯가리는 장미 89
간이 보이나? 90
놀러 갈 땐 92
꽃의 생일 94
콩걸음 96
잠의 맛 98
울타리 어깨 100
물결 102
멋대로 살기 104

4부 품 충전소

품 충전소 108
차를 들어 올렸다 110
춤의 길이 112
1회용 맛 114
차곡차곡 116
눈치 보는 말 118
글 목소리 120
가짜를 접고 122
슬리퍼 124
화난 물 순한 물 126
손 약 128
콧방귀 130
밥맛 132
녀석들 134
벌써 136

저자 소개 1

196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2006년 [오늘의 동시문학]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2020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동시집 『열 살짜리 벽지』를 펴냈고 올해의 좋은 동시집으로 선정되었다. 한국동시문학회 회원, 글쓰기 학원 ‘글꼭지’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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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48*210*20mm
ISBN13
9791193509296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책 속으로

너희들은 누가 헤치려고 하면
어떻게 하니?
발로 차니?
소리 지르니?
도망가니?

주머니 먹물을 확 뿌려.
눈앞을 캄캄하게 하고선
꽁지 빠지게 도망가 버리지.

날 지킬 땐
체면 따윈 없어
비겁해 보이면 어때
지키는 건
나를 잃지 않는 거거든.

그래서
늘 주머니에 먹물을 꽉 채워
차고 다니지.
--- 「문어 인터뷰」 중에서


유리그릇 감싸고 온
뽁뽁이


뽁, 뽁
손가락과 장난치며 논다

손가락이 머리를 누르면
뽁,
대답한다

동그란 대답이
뽁,
뽁, 뽁

곧 버려질 텐데도
뽁,
뽁, 뽁
대답이 동그랗다.

--- 「뽁뽁이」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시집에서 시인은 무엇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일상 속에 존재하지만 쉽게 흘려보냈던 찰나의 감정들을 정확한 시어로 불러낸다. 「가르치는 눈치」에서 타인의 행동을 살피는 ‘눈치’를 착착 가르쳐 주는 배움의 원동력으로 긍정하고, 「거짓말 밥상」에서 상대의 성의를 헤아려 보태는 “맛있어요”라는 거짓말을 “밥을 맛있게 먹여 주는” 관계의 윤리로 읽어내는 지점은 인상 깊다. 이처럼 ‘눈치’, ‘밥맛’, ‘고집’ 같은 생활어들은 이 시집에서 감정의 미묘한 결을 드러내며, 관계의 온도를 가늠하는 정교한 언어로 기능한다.

사물과 생명을 다루는 태도 또한 각별하다. 「뽁뽁이」가 곧 버려질 운명 앞에서도 손가락의 누름에 “동그란 대답”을 돌려주는 모습이나, 「주걱 이야기」에서 밥주걱의 삶을 ‘열심히 살았다’고 증언하는 대목은 사물을 교훈의 장치가 아닌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는 독립된 존재로 격상시킨다. 시인은 사물의 고유한 성질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어린이가 세계를 이해하는 감각의 폭을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특히 표제작인 「문어 인터뷰」는 자기 보호와 용기의 본질을 설교 없이 보여 주는 수작이다. 적 앞에서 먹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행위를 비겁함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는” 지혜이자 용기로 재정의한다. 이는 「기우는 우산」에서 내 어깨가 젖더라도 친구 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는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 이 시집에서 용기란 타인을 앞질러 이기는 힘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타인과 나란히 걷기 위해 물러설 줄 아는 판단으로 나타난다.

4부로 구성된 시집의 흐름은 놀이와 몸의 감각에서 출발해 관계의 윤리, 자연과 시간의 감각을 거쳐, 「다독다독 포클레인」이나 「품 충전소」와 같은 공동체의 언어로 유연하게 확장된다. 그러나 이 확장은 성장의 결론을 미리 정해 두고 달려가는 직선적인 구조가 아니다. 경험 하나하나가 다음 장면을 열도록 내버려 둠으로써 어린이를 조급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머무름과 되돌아봄의 시간을 충분히 존중한다.

무엇보다 이 시집의 가장 큰 미덕은 절제에 있다. 김순영은 감동을 성급히 완성하지 않고, 판단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부끄러움과 망설임, 화해와 기쁨의 순간들은 모두 낮은 목소리로 놓인다. 그 덕분에 이 시들은 단숨에 소비되기보다 곁에 두고 다시 읽을수록 매번 다른 표정과 의미로 다가온다.

『문어 인터뷰』는 동시가 도달할 수 있는 감각의 깊이와 언어의 품위를 동시에 증명한다. 어린이의 세계를 단순화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의 언어를 끝까지 밀고 간 시인의 성취가 이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늘의 동시 문학이 도달한 사유의 한 지점을 확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시집은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첫 동시집 『열 살짜리 벽지』에 이어 6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을 냅니다. 60편의 동시가 어떤 색깔과 느낌으로 독자를 찾아가 온기를 나눌지 마음이 설렙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차 밑에 깔렸다는 뉴스의 화면을 보는 순간 너무도 놀라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와르르 몰려와 그 무거운 차를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세상에, 차 밑에서 어린이가 기적적으로 살아나왔습니다. 가슴이 벅차고, 뭉클해져 눈물이 핑 돌 정도였습니다. 또 어떤 뉴스엔 도시로 팔려 오는 넓적사슴벌레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나의 관심은, 이렇게 마음을 꺾은선그래프처럼 만드는 세상의 여러 사건과 일들, 그리고 어린이들과 지내며 마음에 도장처럼 찍혀 있던 이야기들에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동시 열매가 되었습니다. 이제 품고 있던 동시들이 나의 품을 떠나 어린이들과 즐겁게 뛰놀기만을 바랍니다.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박두순 선생님 말씀을 늘 생각하며 글을 썼습니다. 좋은 그림으로 동시집을 밝혀준 ‘글꼭지’ 어린이들, 글쓰기 자극제가 되어준 미래동시모임의 문우들, 늘 응원해 주는 가족과 이웃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김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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