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晳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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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달아나지 말구 좀 멈춰봐라.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칠성이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면서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다가 멈추가다 했다. 강변에 이르었다. 바람이 소리없이 불었고 모래먼지가 일어났는데 강물 쪽은 시커멓게 보였다. 긴 다리가 걸려 있었다. 다리 입구에 흰옷 차림의 사람이 서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어둠에 가려져 있던 얼굴에 빛이 내리듯 낯익은 얼굴이 떠올랐다.우리 바리 왔구나!할마니, 어데서 오십네까?나는 할머니엑 안기려고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데 그녀는 바람이 가득 든 비닐봉지처럼 딱 한 걸음의 거리로 가볍게 물러갔다. 내가 또 한 걸은 내디디면 다시 물러나고.보구팠는데 안아주지두 않구서리.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기래기래, 이승 저승이 달라 벨수가 읎지비. 너가 걱정이 돼서 불렀구나. 이제부텀 나 하는 얘기 잘 들으라. 수천수만 리 바다 건너 하늘 건너 갈 텐데 그 길은 악머구리 벅작대구 악령 사령이 날뛰는 지옥에 길이야. 사지육신이 다 찢게질지두 모른다. 하지만 푸르구 누런 질루 가지 말고 흰 질루만 가문 된다. 여행이 다 끝나게 되문 넌 예전 아기가 아니라 큰 만신 바리가 되는 거다. 할마니가 도와줄 테니까디 어려울 땐 칠성일 따라 내게 물으러 오라. - 본문 124~125쪽에서 사람의 마음도 밥과 같아서 오래가면 쉬게 마련이라 자꾸 폐를 끼치면 나중에 정말 도움이 긴요할 때는 냉정하게 돌아선다고 아버지는 말했고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74나는 두만강을 건너 내가 떠나왔던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높은 곳에 올라서면 뒤를 돌아보았고, 멀고 가까운 산들이 연기를 올리며 타는 모양을 보았다. 그것은 망망대해에서 외딴 섬에 갇힌 사람들이 멀리 지나가는 배나 다른 땅에 구조를 해달라고 조난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연기는 적막한 하늘로 조용하고 불길하게 뭉게뭉게 피어올랐지만 저 한밤의 헛것들이 몰려다닐 때 들리던 우우우웅하던 소리가 온 대지에 깔려 있는 듯했다. 98~9앳쌔 말하지 말라. 길구 슬그머니 가문 되는 거이야. 세상에 네 처지가 이러루한데 누굴 믿갔나? 앞으로 아무두 믿지 말라. 이 고장두 인심이 점점 무서워지구 있단다. 이거이 다 무엇때문이가? 돈 때문이야, 알가서? 세상은 말이다, 전깃불 훤해지구 돈 돌믄 인정이 사라지게 돼 이서. 전에 조선하구 무역한다문서 돌아치던 젊은것덜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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