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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황주리
이레 200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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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름...
7월이 오면
개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색
진드기 이야기
아름다운 만남 아름다운 사람
골목에서 길을 잃다
카리브 해 일기
외계인
박쥐 이야기
미스 코리아 행진곡
술 이야기
화가의 꿈

가을...
월드 트레이드센터의 추억
기억의 미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일등 아니면 꼴등
무도회의 수첩
매일 걷는 사람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뱀장어
그림과 연극
스케치북
그림 없는 그림책
마흔 살의 자화상
취미론
원더풀 라이프

겨울...
우리들의 청춘은 잔혹했다
달려라 베티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연탄 그리기
아주 특별한 삶의 기록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아버지 생각
나라야마 부시코
그때 그 시절
나는 오래된 것들이 좋다
세상이 온통 다 사랑으로 느껴질때
12월에 쓰는 편지

봄...
너 요새 연애하니
달나라에 땅을 사두면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
향수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
숨어 있기 좋은 방
봄날은 온다
우리들의 사랑법
맛의 추억
운수 좋은 날
네팔에 두고 온 마음
슬픔이 없는 시간 속으로

저자 소개 1

화가 황주리는 산문가며 소설가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한 그의 글과 그림은 삶의 순간들에 관한 고독한 일기, 다정한 편지이며, 촘촘하게 짜인 우리들 마음의 풍경화다. 산문집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소설 《마이 러브 프루스트》 등을 펴냈다. 현재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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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9쪽 | 51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090534

책 속으로

나는 엉뚱하게도 불쌍한 노인들을 위한 근사한 양로원을 짓는 것이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 꿈은 자연히 무산되었고,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 그림으로 배고픈 아이의 밥이 돼주지도 못하고, 아픈 사람의 위로가 돼주지도 못하는 화가의 길로 들어선 지 어느덧 20년, 그 만나기 두려워하던 마흔 살도 화살처럼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인생은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 p.

이렇게 어려운 사랑을 다시는 하지 못한다 해도, 봄이면 그 윤곽이 더욱 아름다운 저 산도 당신이고, 길에서 만나는 귀여운 아이들도 당신이고, 살아 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이 세상 모든 사물의 호흡이 당신인데, 나이 들어 행복한 건 내가 이제야 저 봄이 얼마나 화사하고 아름다운지를 제대로 안다는 거다.

--- p.

화가인 내게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선택하라면,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다가 저녁 식사 때가 되어 사랑스러운 우리 집 불독 베티랑 장난을 치고 있고, 부엌에서는 어머니가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이며 행복한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는 장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하지 않을까? 정말 그럴 것만 같다. […]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때마다 늘 나름의 행복한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늙어감을 그리 슬퍼하지는 말 일이다. 어떤 추억도 지금 이 순간 현재의 수압보다 더 센 물결은 없지 않을까.

--- p.

출판사 리뷰

“유한한 삶 앞에서 우리 모두는 쓸쓸하다” -세상의 모든 색깔로 그려낸 추억의 변증법

이제 화가는 ‘세월’을 말할 때가 되었다. 1980년 첫 단체전, 198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5년 올해 작품 활동 25년을 맞은 화가 황주리는 그의 인생 이력으로 보나 작품 활동의 스펙트럼으로 보나 어느덧 ‘세월에 관해 말하기 좋은’ 때가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넘침이나 모자람이 없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는 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단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가 ‘세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소박하고 담담하다. 유한한 삶 앞에서 쓸쓸하기 마련인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바로 그것이다. 그의 이런 바람은 어린 시절 가졌던 그의 꿈과도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흔 살에 그려보는 그의 자화상에서는 꿈이나 감격이 아닌 아쉬움과 회한이 묻어난다. 화가가 된 지금의 모습을 짐짓 아무 쓸데도 없고 소용도 없는 삶인 양 말하지만, 실은 화가가 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어린 시절의 그 ‘엉뚱한’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는지도 모른다. ‘화가의 눈’으로 포착해낸 삶의 여백과 풍경들, 세월의 무늬 속에는 “나의 세월이나 다름없이 덧없이 흘렀을 당신의 세월도 조금쯤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오롯이 묻어나고 있다. 그리하여 설령 배고픈 아이의 밥은 돼주지 못할지 모르지만, 아픈 사람의 위로가 되어주기에는 충분한 담담한 인사들이 글마다 숨어 있는 것이다.

그가 그려낸 세월의 무늬 속에는 ‘가족’이 있고 ‘시대의 풍경’이 있으며 ‘사랑’과 ‘소소하기에 더 아름다운 일상’이 있다.

어린 시절 길게만 느껴졌던 막다른 골목길에 손녀를 업고 서 계셨던 할머니, 고등학교 시절 보충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는 어둑한 길목에 서 계셨던 할머니, 새벽이면 언제나 나직하게 들려오던 할머니의 기도 소리. 여름 해변의 모래밭에서 똥을 밟았다고 징징 울어대는 딸의 곁에서 “괜찮아, 얘야. 괜찮아” 하시던 젊은 어머니의 목소리. “네가 나를 닮아 이기적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엄마를 닮았다면 벌써 어떤 놈한테 끌려가서 고생하고 있을 텐데, 그렇게 씩씩하게 살면서 그림 열심히 그리는 내 딸이 자랑스럽단다.” 딸이 걷는 길이라면 천년이 지나도, 백년이 지나도 영영히 든든한 응원을 보내주실 아버지…. 세월 저 너머에 그림자처럼 걸려 있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추억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할머니, 그처럼 좋은 말이 또 있을까?”라던 저자의 물음을 “가족, 그처럼 좋은 말이 또 있을까?”라고 바꿔 써도 될 듯싶다.

유난히 겁이 많았던 유년 시절, 그 시절 처음으로 시작한 그림, 세상 모든 게 시시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였던 미대 시절, 서른이 다 되어 떠난 미국 유학, 가난하지만 풍요로웠고, 건조하고 담담했지만 동시에 촉촉했던 뉴욕 생활… 화가 황주리의 사소한 개인사들은 외따로 떨어져 이야기하는 대신 그가 살아냈던 시대의 풍경 속으로 페이드인되어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남루하고 궁핍했지만 낮은 담장처럼 모두들 마음을 열어 서로를 품는 시절이었고, 유신 정권과 군부 독재의 그늘에서도 음악 감상실의 낭만이 있었다. 그리고 교외선 완행열차의 느긋함이 저마다의 폭폭한 삶을 위로했다.

가족과 시대의 풍경을 그리는 그의 시선 속에 담긴 애틋함은 ‘사랑’을 향할 때도 예외가 아니다. 그 애틋한 시선은 사랑을 그릴 때면 범하기 쉬운 실수인 욕심이나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편안함을 선사한다. 그리하여 화가 황주리가 그려내는 사랑의 추억은 눅눅한 기름기와는 거리가 먼 담채화를 닮았다.

이처럼 황주리가 그려내는 세월의 담채화들은 한 장 한 장이 모여, 소소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우리 일상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모자이크가 된다. 그 스스로 말하듯이 “일상은 누구에게나 지루하고 별 볼일 없다. 출근을 하고 빨래를 하고 운전을 하고 술을 마시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지루한 일상,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곳에 있을 것만 같은 우리들의 삶, 하지만 그 사소한 일상들 사이로 여행과 놀이와 탄생과 죽음의 순간들이 끊임없이 자리 매김” 하고 있다.

결국 황주리의 ‘세월’ 이야기는 과거의 추억에 발을 딛고 서 있지만 지금 이곳의 일상을 향해 눈을 돌리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녔다. 누구에게나 지루하고 별 볼일 없지만, 그 가운데 끊임없이 사건들이 일어나고 꽃이 피고 지는 우리의 일상, 그 순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귀를 기울여 행복을 만끽하라고 말이다.


“그때가 정말 우리 인생의 봄날이었을까?” - 화가의 시야에 포착된 아름다운 언어들

“지나가는 모든 삶은 꿈처럼 덧없고, 아무 의미도 없는 듯한 똑같은 일상들은 기억나지 않는 꿈속의 장면들을 닮아 있다. 나는 그 꿈을 찍는 사진사가 되고 싶다.” _ <세월 THE YEARS> 전시에 부쳐

언젠가 황주리의 글을 두고 시인 정은숙은 이렇게 말했다. “안달하지 않고, 자신의 사유를 타인에게 강요하듯 말하지 않고, 또 그대로 여유로우면서 적절히 할 말을 하는 드문 예이다. 그녀는 화상도, 동상도 주지 않는 그저 감기약을 먹을 정도로만의 따뜻한 물이고자 하는 태도로 담담하게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정은숙이 지적한 이 ‘담담함’은 세 번째 산문집 《세월》의 문체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특징이다. 그야말로 “꿈을 찍는 사진사”처럼, 그림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황주리는 담백하고 정제된 문체로 강한 울림을 남긴다.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조차도 눈과 마음은 늘 그리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화가의 시야에 포착된 언어들은 그 어떤 시인의 표현 못지않아, 책에 실린 70여 점의 그림과 함께 한 편의 지상 전시회를 경험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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