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김근의 다른 상품
|
떠오르는 말들의 힘
이번 시집은 “결코 썩지 않는 내 영혼은 조금식 부풀어오르고 흐흐 지겹게 나는, 또, 태어”난다고(「오래된 자궁」) 이야기하며 불안을 채 떨치지 못한 모습으로 시인의 탄생과 성장을 몽환적으로 그리고 있는 제1부와, 저녁 아기들이 “가로수마다 꿰어져 지독한 비린내를 뿜어”대는(「어미들」) 비정상적인 현실을 상상으로 나타내고 비판하는 제2부, “부러진 시간의 마디마디에서/상한 눈으로 내가 보는 건/절그럭거리는 어둠뿐”(「봄밤」), “푸른 냄새를 뚫고/푸른 새들이 날았다/태어나지 못한 푸른 아기들”처럼 자유로이 떠다니는 단어들로 “미학적 판타지를 실험하는” 제3부, 그리고 “벤치에 앉아 있는 늙은이들”(「햇볕 좋은 날」)이 “흰 머리칼 산발”하고 있는(「바리데기」) 기억상실의 무기력한 모습들로 채워진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시편들에는 어미와 아이, 뱀과 허물(껍질), 죽음과 삶(물) 등의 상반된 소재들과 시인 특유의 사투리, 또렷한 의성어, 의태어들이 사용되어 이미지들의 떨림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만의 시어가 갖는 말의 힘과 매력 때문에 김근의 시는 판타지 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로 인해 그 의미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범위로 좁아지고, 스스로 만든 환상으로 부풀어오르는 시는 고독한 프라이버시의 시가 된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이 고독감의 표현에 의해, 김근의 판타지 시는 벌써 범주류가 된 경박한 문화적 시류를 그 시류로 전복하는 일종의 재귀적 문명비평이 된다. 그의 시에서 현실이 환상으로 변주되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이 시대의 불행에 대한 불행한 의식이 있으며, 그 불행에 대한 인식의 결핍을 촉진하는 문화적 양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꿈에, 누이야, 살랑거리는 물주름도 없이, 江인데,/이따금씩 튀어오르는 피라미 새끼 한 마리 없이/푸르스름한 대기 살짝 들떠, 未明인지 저녁 어스름인지,”(「江, 꿈」)라는 구절에서 보여지는 서정성이 판타지의 왜곡을 자유롭게 하고 다른 세계로 탈출하게 하기 때문에 ‘고독한 판타지’는 자폐적 세계에 머물지 않고 연대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어느샌가 꾸며진 태몽과, 이제는 사라져 오직 시인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새로 난 길에 뒤덮여버린 집, 어릴 적 뛰어 놀던 동네는 시인에게는 사라지고 없는 것들, 즉 시를 이끌어내는 “어미”이자 “신화”이다. 이 신화의 터전에서 뻗어나온 시는 언어의 몸을 얻어 생생하게 살아난다.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꽉 찬, 잘 여문 열매”가 되어가는 김근의 고독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시들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