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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 바야흐로 격변의 시대 탈냉전과 팍스 아메리카나 두번의 위기와 슈퍼맨의 약점 신냉전이 아니다, 파편화다 분열된 나라: 똑 닮은 미국과 한국 트럼프의 외교 전략: 각개격파와 삥 뜯기 한국의 트럼프 대망론이 가리키는 것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한미동맹과 평화체제 트럼프 태풍에 맞서는 일은 가능할까 바로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라는 가능성 묻고 답하기 기억하고 싶은 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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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여기에는 국제질서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방법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라는 두텁고 무거운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중하고 치열한 대답을 해보려 합니다. 이 책이 ‘미국의 배신’으로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독자들의 걱정 근심을 조금 덜어주고, 지금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의 시작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 「책머리에」 중에서 2024년 3월 초, 25년간 걸었던 대학교수의 삶을 뒤로하고 갑자기, 그러나 과감히 국회의원이라는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윤석열 세력이 한국 외교를 망가뜨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것이라 한번 망가지면, 한쪽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복구가 힘들어진다는 생각에 초조했습니다. 1년이 채 안 되는 국회 생활은 10년 겪을 것보다 더 많은 일을 겪은 듯한 다사다난의 시간이었지만, 역사의 현장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던 것은 큰 보람이었고, 국회의원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5~6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격변을 상징하는 거대한 사건 중 하나가 트럼프(D. Trump)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제가 오늘 드릴 이야기는 트럼프의 등장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충격적 일탈이자 괴물의 등장이라는 예외적인 사건으로 설명할 수도 있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트럼프는 현재의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한 원인이자 결과이며, 때로는 변화를 가속하는 촉매이기도 합니다. 마치 2024년 말에 일어난 윤석열의 내란이 45년 만에 뜬금없이 발생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문제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듯이 말입니다. --- p.16 ‘신냉전’은 미중 패권 경쟁을 일컫는 자극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냉전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 세계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용어는 이것일 겁니다. ‘파편화’(fragmentation). (…) 즉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오늘날 일국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에서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편화 현상은 곧 각국이 생존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질서를 말합니다. 국가 간 협력을 위한 타협이 없어지고 각자도생의 세상으로 타국의 이익이 자국에는 손해가 되는 네거티브 섬 게임(negative-sum game)의 처절한 경쟁의 시대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국가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가 만연하면 경제적 분쟁은 물론이고, 무력 충돌 가능성도 커집니다. --- p.37~38 뉴욕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미국이 80년간 애써 구축해오던 질서를 (트럼프는) 단 50일 만에 무너뜨렸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미국이 세계 최강이지만 세계 전체를 이끌 패권적 능력은 물론이고 의사조차 없으며 국가 이기주의로 가겠다고 작정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 p.49 그런데 우리 안에는 한미동맹이 평화의 상징으로 너무나도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뤄질 때마다 오히려 동맹 약화를 걱정하는 역설이 벌어집니다. 역대 진보 정부들이 남북협력을 이루려고 하면 어김없이 한미동맹을 흔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이는 국민에게 강한 소구력을 가져왔습니다. --- p.65 하지만 트럼프의 시간은 유한합니다. 태풍이 올 때, 때로는 그 태풍이 지나기까지 버티면, 지나갑니다. 버텨내는 힘을 갖추는 것이 다음 정부의 가장 큰 시대적 사명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괴물 같은 특성이 아니라 지금까지 얘기했듯 세계사의 격변기에서 벌어지는 큰 흐름입니다. --- p.75 지금까지 트럼피즘의 태풍을 분석했습니다만, 사실 트럼피즘의 해악을 멈출 수 있는 것은 내부로부터의 각성입니다. 미국의 국력이 아무리 쇠퇴했다고 해도 아직 맞상대로 미국을 이길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일방주의와 인종주의, 그리고 반민주주의는 미국 시민들의 민주화투쟁으로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뿐더러 바람직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 시민들이 봉기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4월 5일, 우리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한 바로 다음 날, 미국 전역에서 ‘손 떼라’(Hands Off)라는 슬로건 아래 수백만의 시민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미국 역사를 따져보면 1960년대 민권운동이 가장 최근의 저항입니다. 그들은 미국이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던 게 너무 오래되었다며, 한국에서 일어난 놀라운 민주주의 복원력을 배워야 할 때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 p.8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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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격변의 시대,
미국은 무엇을 배신하고 있는가 최근 미국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으로 몰락의 징후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2025년 초 중국 및 유럽연합을 겨냥한 고율 관세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고 자유무역체제를 위협하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저해했다. 또한 WHO 탈퇴 선언과 NATO에 대한 재정 지원 축소 위협 등 다자주의 기반의 국제 협력을 약화시키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동시에 미국 내에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여전히 심화되고 있으며, 트럼프 2기의 강경한 이민 정책은 합법적 절차를 무시한 대규모 추방을 추진해 인권 논란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이 오랫동안 표방해온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가 전방위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는 현재 트럼프를 필두로 진행되는 미국의 퇴행적 행보를 세계사의 맥락 위에서 분석한다. 1991년 소련 붕괴로 시작된 탈냉전과 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성기,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 브렉시트와 트럼프 2기 정부로 이어지는 국제정치의 격변을 한 흐름으로 정리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현재의 국제질서를 흔히 일컫듯 ‘미·중 신냉전’이 아니라 ‘파편화’로 정의하며, 과거 냉전과 달리 이념 대립이나 명확한 진영 분리가 아닌 각국이 생존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각자도생의 시대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얼핏 망언처럼 보이는 트럼프의 인종차별적인 언사와 보호무역주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패권 시대의 몰락 국면에서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라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은 미국의 대응이 세계화 질서와 상호 신뢰를 약화시키는 글로벌 차원의 배신이자, 여태까지 미국이 수호해온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자기 배신이라고 진단한다. 바로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라는 가능성 이처럼 각자도생과 파편화의 시대에 한국은 어떤 길을 추구해야 할까. 이 책은 미국이라는 변수를 중심으로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를 깊이 고민한다. 우선 한미동맹이라는 ‘신화’를 깨부수는 것이 앞으로 한국이 외교적으로 가야 할 길에서 가장 중요한 인식적 변화라는 점을 짚는다. 동맹의 본질이 남북 대립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될수록 한미동맹의 필요성과 강도는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밖에 없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어야 안전하다는 위기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다극화가 진행되는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한국이 대미 종속을 벗어나 주도권을 쥐고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특히 우리는 최근 시민의 조직적 저항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한 경험을 갖게 되었다. ‘빛의 항쟁’은 한국의 민주적 역량과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입증한 역사적 사례다. 저자는 트럼프와 미국이 포기한 인권, 민주주의, 자유와 같은 가치들을 한국이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역시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시민 중심의 반(反)트럼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역동성은 한국이 한중일부터 글로벌 사우스까지 외교의 대상과 모습을 다변화하며 새로운 협력을 도모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거세게 불어오는 ‘트럼프 태풍’에 맞서 국제사회에서 민주적 가치를 실천하고 평화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작업도 바로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라는 가능성에서 비롯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