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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 009
장미와 주목 025 에필로그 352 옮긴이의 말 355 |
Agatha Christie,アガサ クリステ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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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으로 출발한다. 하지만 나중이 되면 과연 그런지 의심이 들며 혼란스러워진다.
--- p.23 돌아보면 내 인생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비슷했다. 더 흥미롭지도 덜 흥미롭지도 않은 인생. 누구나 겪는 환멸과 실망, 비밀스럽고 유치한 고민을 경험했다. 가슴 뛰는 순간이 있었고, 일체감을 느꼈으며, 바보 같고 터무니없는 이유에서 비롯된 강렬한 만족감도 맛봤다. 어떤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좌절감의 관점에서 볼지 화려한 성공담의 관점에서 볼지. 둘 다 사실이다. 언제나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 p.27 “동정심은 자기연민에 빠진 사람에게나 느끼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나 가질 수 있는 거라고요.” --- p.45 우리는 어제 했던 일을 걱정하고, 오늘 할일과 내일 일어날 일을 검토한다. 하지만 어제, 오늘, 내일은 우리의 사고와는 무관하게 존재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일어났고 일어날 것이다. --- pp.57-58 “난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아주 잘 알고 있네. 그리 대단한 게 아냐. 내가 남보다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 잘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남들에게 괴롭힘당하지 않는 것.” --- p.149 “인간이란 모든 것 중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취사선택하는 존재야.” --- p.171 “자신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없이 당당하게 전진하는 인간. 지금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 p.174 ‘사랑하면 내버려두라’라는 말을 누가 했을까? 심리학자가 어머니들에게 한 충고였을까? 그 말에는 자식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큰 지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누구를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노력하면 적에게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 p.291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아지는 인간이 과연 있을까……? --- p.345 어쩌면 지금까지 내 실패의 원인은 연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의 소중한 면죄부였다. 연민, 안이한 연민으로 나는 살았고, 그것으로 안도해왔다. --- p.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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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다른 방식으로 갈망했던 두 남자의 엇갈린 시선과 기억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를 통찰한 심층적 심리소설 휴 노리스는 어느 날 찾아온 낯선 부인의 요청으로 과거에 자신을 슬픔과 경악에 빠뜨렸던 존 게이브리얼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허름한 호텔방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게이브리얼을 본 순간 충격에 휩싸인다. 추악하고 비열한 협잡꾼이라 믿었던 그 남자가, 한 여자를 비참한 삶으로 내몰았던 그 남자가, 모든 이의 존경을 받는 영웅이자 구원자인 클레멘트 신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게이브리얼이 들려준 이야기는 휴 노리스의 기억을 완전히 산산조각내며 그를 오래전 콘월의 세인트 루로 거슬러올라가게 한다.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을 계획했던 휴 노리스는 영국 콘월의 소도시에서 삶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심 없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귀족 여성 이저벨라를 만나면서 안식과 위안을 얻게 된다. 그리고 강렬한 개성을 가진 야심가 존 게이브리얼을 만난 후로 자살도 미뤄둔 채 두 남녀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일대의 소요를 관찰하듯 지켜보기 시작한다. 신분적 열등감과 귀족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품고 있던 존 게이브리얼은 오직 출세만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으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서 결국 당선의 패를 쥔다. 하지만 그 직후 그가 자신이 혐오해 마지않던 귀족이자 약혼자가 있던 이저벨라와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듯 세인트 루를 떠나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벌어진다. 두 남녀의 밀월은 누가 보아도 ‘사랑’ 때문일 리 없었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휴 노리스는 지독한 상실감과 배신감에 사로잡힌다. 이저벨라가 그를 사랑하는 걸까? 나는 의심스러웠다. 그녀가 게이브리얼 같은 남자와 행복할 리 없었다―그녀를 갈망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남자와. 게이브리얼에게도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정치 생명을 끊는 일이었다. 모든 야망을 팽개치는 일이었다. 그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려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_본문 306쪽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잖아요. 당신은 진짜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프렐류드’에서 게이브리얼이 고백한 이야기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러 그 전말이 완전히 드러나면서 충격을 던진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퍼즐을 맞춘 뒤 휴 노리스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똑같은 사람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평가가 존재하고,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하는 인간성의 진면목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게이브리얼과 이저벨라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노리스는 두 사람 사이의 분명한 신분 격차와 소통 부재만을 보았을 뿐, 그들의 진짜 감정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이저벨라도, 그 사랑을 처음부터 의심하고 시험하려 들었던 게이브리얼도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했기에 불행한 연인들이었다. 그들은 상대를 열망하면서도 함께한 동안에는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못했다. “그를 좋아합니까, 이저벨라?” (…) “전 그를 몰라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죠. 누군가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른다는 건 끔찍한 일이에요.” _본문 234~235쪽 파노라마 같은 독법을 유도하는 다채로운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에 기억이 다시 차오른다 휴 노리스는 지나간 모든 기억을 다시 꿰어가며 사랑의 허상을 깨닫는다. 인간이 얼마나 예측 불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인지를 아프게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이 자기도취에서 비롯한 자기만족적 기만에 불과한 것임을, 오히려 그 희생이 자신을 위한 것일 때라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모순도 발견한다. 우리는 언제나 연민과 사랑을 쉽게 혼동하며, 사랑에 빠진 순간 나와 상대 사이에 ‘그를 사랑하는 나’와 ‘나를 사랑하는 그’를 세우고 나와 그의 본모습은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끝나면 나와 그의 존재는 사라지고, 그 사이에 허물 같은 껍데기만 남는다. 좋은 예술작품의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남녀의 러브스토리로 읽을 수도 있고, 주관적 판단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또 성 바울과 예수에 대한 작품 속 언급과 게이브리얼이라는 이름이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 ‘가브리엘’의 영어식 표기인 것을 감안해 게이브리얼을 바울로, 이저벨라를 예수로 보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즉 그리스도교를 이단으로 치부했던 바울이 예수에게 감화되어 그를 섬기는 새 삶을 살았듯이, 이저벨라를 향한 게이브리얼의 뼈아픈 참회록으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장미와 주목』은 애거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봄에 나는 없었다』와 더불어 애거사가 특히 아꼈던 작품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가 기억의 왜곡과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작품이었다면, 『장미와 주목』은 주관적 판단의 위험성과 타인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작품이다.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메리 웨스트매콧 컬렉션’ 시리즈 소개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로 못다 한 이야기 미스터리로 남은 실종 사건 후 사유와 삶이 담긴 인간 애거사의 가장 사적인 컬렉션 봄에 나는 없었다 | 딸은 딸이다 | 두번째 봄 | 사랑을 배운다 | 장미와 주목 | 인생의 양식 ‘메리 웨스트매콧 컬렉션’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벗어나 새로이 도전한 문학의 정점으로,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믿었던 남편의 외도에 큰 충격을 받고 11일간 행방이 묘연해지는 등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애거사 크리스티는, 실종 사건으로부터 4년이 지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인간’, 특히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한다. 추리소설 작가로서 이미 명망이 높았던 그녀는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해 필명으로 작품을 출판했고, 이는 본인의 뜻에 따라 비밀에 부쳐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