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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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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가 커다란 미국 롤러코스터 아래 수많은 미국인 틈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라시아는 온 세상이 자신에게서 떠나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눈물이 났다. 아들이 엄마를 한 번 돌아보지도 않아서, 아들의 조그마한 몸도 앙증맞은 가슴도 우스꽝스럽게 뻗친 잔머리도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그리고 무서워하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아줄 줄도 알 만큼 아들이 벌써 커버렸구나 싶어서, 그게 그렇게 슬프고도 행복해서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_102-103
집으로 돌아가면서 라시아는 레나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전에도 숱하게 그랬듯이. 레나와 바츨라프의 이상한 행동도, 예카테리나의 문제도 라시아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라시아는 바보가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정도는 안다. 예카테리나 방에 있던 숟가락, 알루미늄포일, 빨대가 마약에 쓰는 물건이라는 건 뻔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올레크는 늘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라시아는 도무지 판단이 안 선다._125 “누가 레나랑 이야기해줘요?” “뭐라고?” “누가 레나랑 이야기해주냐고요. 레나가 괜찮은지 누가 봐주냐고요.” “사람들 있어.” “무슨 사람들이요?” “나도 몰라.” “레나 어딨어요? 제가 만나러 가야 해요. 혼자 있잖아요! 무서워할 거라고요! 말해줘요, 엄마!” “나도 몰라. 모른다니까! 미안해! 엄마 잘못했어!”--- p.150 레나는 자신의 삶을 둘러싼 신비에 대해 생각한다. 사라져버린 진짜 자아 역시 그 신비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 같다. 레나의 삶에 서 너무나도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고 레나는 지금까지 그 진실을 알아내기 두려워했다는 것, 바로 그것이 레나의 진짜 자아가 사라진 원인인 듯하다. 사라졌는지, 마비되었는지,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신비로울 만하지. 내 어린 시절 전체가 수수께끼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 p.208 레나는 바츨라프에게 실로 어마어마한 힘을 미친다. 레나가 행성이라면 바츨라프는 조그마한 먼지와도 같다. 레나가 황소라면 바츨라프는 황소의 목에 매인 한 가닥 끈과도 같다. 레나는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이고 바츨라프는 그 외벽에서 벗겨져 나온 페인트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 p.312-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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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모든 것을 보았고, 소년은 소녀만을 보았다.
그리고 마법 같은 거짓말이 시작되었다.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 다니며 자란 소녀 레나. 친구를 가져보지 못한 채 외로움을 그저 견디던 소년 바츨라프. 다섯 살의 어느 여름날, 두 아이는 러시아 이민자라는 공통분모로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두 아이에겐 ‘서커스’라는 첫 비밀이 생긴다. 현란한 서커스에서도 유난히 두 아이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마술쇼였다. 마술사와 조수의 손끝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들은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것이었으므로. 오직 서로만이 우주였고,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타인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아이들. 특히 모든 것이 미숙하기만 한 레나를 향한 바츨라프의 사랑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점점 깊어지고, 의지할 곳이 없던 레나는 바츨라프와 바츨라프의 가족을 안식처 삼아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나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츨라프의 부모님은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만 같다. 레나를 잃어버린 바츨라프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무에게도 이유를 묻지 못한 채 고통스런 현실을 버틴다. 그리고 7년 후, 열일곱 살이 된 바츨라프 앞에 거짓말처럼 레나가 나타난다. 감격적인 해후 뒤에는 마주하기 힘든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데……. 자신의 삶을 채우는 유일한 존재인 레나를 지키기 위해 준비한 바츨라프의 거짓말은 과연 어린시절의 마술쇼처럼 두 아이의 오늘을 바꾸어놓을 수 있을까. 전미도서재단이 선정한 ‘젊은 작가’ 헤일리 태너가 그려낸 맑고 영롱한 사랑에 대한 몰입 《소녀를 사랑하는 방법》의 ‘순수하면서도 진실된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주제가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던 이유는 바로 탄탄한 이야기 구조에 있다. 작가가 러시아계가 아님에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낸 러시아 이민자 사회와 문화,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따듯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캐릭터,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서커스, 마술 등의 유머러스한 소재, 독자들이 눈물을 쏟게 만들면서도 감정의 과잉을 견제하는 절제된 문장까지. 이 모든 요소를 균형감 있게 엮어 《소녀를 사랑하는 방법》을 완성했을 당시 작가의 나이는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작가에게 내재된, 깊은 통찰력이었다. 뉴욕 브루클린의 이민자 밀집지역을 주요 배경으로, 가난하면서도 끈덕지게 삶을 이어나가는 이민자들에 대한 묘사에는 이들을 향한 작가의 조용한 응원과 함께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력이 녹아 있다.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사랑이 듬뿍 녹아 있는 데에는 아마도 사별한 남편 개빈이 큰 역할을 했을 듯하다. 헤일리 태너가 개빈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이미 피부암3기 환자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결혼했고, 개빈은 6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 중병도 막지 못했던 두 사람의 사랑과 남편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작가의 인터뷰까지 오랜 기간 취재한 내용이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면서 뉴요커들 사이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자란다. 다섯 살에 만난 바츨라프와 레나도 열 살이 되고, 열일곱 살이 된다. 몸의 성장과 함께 마음도 성숙해야 하지만, 인생의 많은 부분이 텅 비어 있는 레나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과거를 향해 거꾸로 달리는 레나와 그런 레나를 돕고자 행동에 나선 바츨라프. 두 아이의 행로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모른다. 아름다워서 위태로운 두 아이의 이야기는 책을 덮은 후에도 결코 끝나지 않는다. 한참 더 폭풍 속을 헤매야 할 바츨라프와 레나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추천사 경이롭도록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저미는 작품. 생동감 넘치는 인물, 진실한 로맨스, 슬픈 함의가 맞물려 감동적인 이야기를 자아낸다. [뉴욕타임스] 꽃처럼 우아하게 피어나는 매혹적인 이야기. [피플] 소설 속에 아름답게 수놓인 소년과 소녀의 유년시절이 읽는 내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두 아이는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생명력을 갖고 독자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작가) 세상에는 즐기기 위한 소설이 있고 독자로 하여금 소설의 세계로 들어가 온통 그 안에서 살게 하는 소설이 있다. 이 책은 후자다. 슬프면서도 재미있고 진실되며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소설이다. 주디 블런델(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