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장 33점짜리 인생
2장 죽은 아내에게서 온 선물 3장 호흡곤란의 첫 만남 4장 515일 만의 재회 5장 잃어버린 얼굴들 6장 아내를 죽인 사람 7장 깨진 조각들 8장 뒤틀린 그림자 에필로그 다시 곁으로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
|
마음의 셔터를 잘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감정적으로 난처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스위치를 끄듯 마음의 작동을 확 꺼버리는 사람들. 수한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 p.7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와 똑같이 취급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복제인간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할 테니까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방해되는 그 어떤 것도, 심지어는 사람까지도 쉽게 죽일 겁니다.” --- p.40 “불편한 감정을 불편해하면 평생 네 마음으로부터 도망치면서 사는 거야. 마음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아. 어딘가에 쌓여 있을 뿐이지.” --- p.67 “이 도박 너만 손해 아냐.” “어?” “들키면 넌 회사를 못 나가는 정도겠지만 나는 폐기 처리라고. 나, 아직 죽기 싫다?” --- p.81 수한은 또박또박 한 글자씩 말했다. “히에, 부츠, 따, 땀.” 잠시 후 번역 결과가 떴다. 화면을 본 수한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아빠 노릇 하지 마.’ --- p.86 "아빠가 엄마를 죽였지?" 수한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재이는 어둠 속에서 텅 빈 눈빛으로 수한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잖아." --- p.109 “요즘엔 그런 케이스가 더러 있거든요. 오리지널을 죽이고 자신이 오리지널인 척 행세를 하는 복제인간들 말입니다.” 수한은 최대한 침착하려 애썼지만, 흔들리는 눈동자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 p.155 “저보다 인간적이지 않던가요?” 추 형사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치기도 하고… 사람 같죠.” --- p.199 |
|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백업'
주인공 수한의 일상은 죽은 아내 나나의 이름으로 배달된 커다란 택배 상자로 인해 균열이 생긴다. 상자 안에는 자신과 외모는 물론 뇌의 '싱크'를 통해 모든 기억까지 똑같은 복제인간 리(re)수한이 들어 있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시작된다. 원본인 수한이 감정을 수납해가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었다면, 복제인간인 리수한은 오히려 더 사람 냄새 나는 태도로 주변을 돌본다. 알레르기로 인해 위기에 처한 상사를 구하고, 소원해진 아들 재이의 선물까지 챙기는 등 수한이 무너뜨렸던 관계는 리수한으로 인해 하나씩 바로잡힌다. 농담처럼 “누가 나 대신 일 좀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던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고 조금 다른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나은 ‘나’가 내 자리를 더 잘해내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편리함이 아니라 나의 유일무이함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병실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장면이 눈앞에 재생되는 웰메이드 미스터리 이야기의 중반, 소설은 나나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로 급격히 선회하며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지?"라는 아들의 서늘한 한마디와 함께, 경찰의 수사망은 수한의 목을 조여온다. 병실 화장실 문틈으로 보였던 의문의 남자 간호사, 아내의 발톱을 검게 물들였던 마약성 진통제 그리고 아내가 남긴 "너도 너 같은 새끼랑 살아봐"라는 저주 섞인 쪽지까지. 겹겹이 쌓인 복선이 풀리는 과정은 마치 잘 짜인 드라마를 보는 듯한 시각적 쾌감을 준다. 작가는 수한이 '수납'해버렸던 그날의 진실을 하나씩 꺼내 놓으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감정의 찌꺼기까지 복제되는 지옥 윤혜성 작가는 복제의 범위를 신체나 기억뿐 아니라 감정의 찌꺼기까지로 확장했다. 생전 아내 나나가 수한을 복제했던 이유는 가장 사랑했던 시절의 남편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란 걸 그렇게 시절과 감정별로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사랑과 혐오는 종종 같은 자리에서 태어나고, 감정은 한데 엉겨 붙어 있다. 결국 수한이 잊고 싶었던 자신의 못난 모습은 복제된 육체의 옷을 입은 채로 거울처럼 눈앞에 나타나고 만다. 효율과 합리성 뒤로 감정을 밀어 넣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 소설은 물을 것이다."당신이 오늘 수납해버린 그 감정이, 내일 당신의 목을 겨누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면 어떡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