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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서문 _ 진정한 성
옮긴이 해제 _ ‘진정한 성’이라는 폭력 알렉시나의 『회상록』 _ 나의 추억 관련 자료 타르디외의 보고서 정체성의 문제; 외부 생식기 구조의 결함; 요도하열; 성별에 대한 착오 남성의 불완전한 양성구유 사례 연구 신문 기사 문서들 소설 _ 수녀원 스캔들 후기 _ 진정한 젠더 |
Michel Paul Fouc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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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의학은 해부학과 생리학으로 신체를 세분화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성별을 단일한 기준으로 환원한다. 법은 이러한 의학적 판단을 받아들여 개인의 시민적 지위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성’은 개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이 아니라, 사람을 하나의 범주 안에 고정하기 위한 규범으로 기능하게 된다. -
---p.48 이러한 소급적 폭력은 근대국가가 성을 통해 인구를 관리하는 방식, 다시 말해 생명관리정치의 핵심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성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속한 문제가 아니라, 혼인·상속·재생산·노동을 조직하기 위한 통치 장치가 된다. ‘진정한 성’은 그 장치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사회질서를 안정시키기 위한 기준선으로 기능한다. - ---p.50 푸코에게 동성애는 하나의 욕망 유형이나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의 관계 질서 바깥에서 다른 양식의 삶을 사유하도록 만드는 계기이며, 무엇을 욕망하는가보다 어떤 관계를 욕망하게 되는가를 묻게 하는 위치다. 성은 내면의 진실로 해석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배치를 다르게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의 매개로 전환된다. - ---p.52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관계들은 사랑과 우정, 성과 친족을 구분해 온 기존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이 관계들은 가족과 혼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적 삶의 규범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누가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열어젖힌다. 문제는 이러한 관계가 제도적으로 승인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것들이 근대사회가 정상으로 간주해 온 삶의 방식을 어떻게 교란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가이다. - ---p.53 푸코가 이 텍스트에서 읽어 낸 것은 성소수자의 정체성이 아니라, 성적 범주가 아직 삶 전체를 점유하지 않은 다른 관계의 가능성이다. 그는 성을 본질로 규정하기보다, 관계를 조직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대신 “우리는 어떻게 서로 다른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p.60 알렉시나는 현재 22세이며, 갈색 머리카락을 가졌고, 키는 1미터 59센티미터였습니다. 얼굴의 이목구비는 뚜렷하게 남성 혹은 여성 중 어느 쪽으로도 특정하기 어렵고 모호한 중간적 형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평상시에는 여성의 목소리였지만, 이따금씩 대화나 기침 시 굵고 남성적인 음성이 섞여 나옵니다. 윗입술에는 옅은 솜털이 있었고 뺨에, 특히 왼뺨에 수염이 약간 발견되었습니다. ---p.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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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성이라는 것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할까?
이 집요한 물음에 푸코는 〈서문〉에서 이렇게 답한다. “이런 유의 요청들은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푸코는 “알렉시나 바르뱅의 『회상록』은 이 ‘진정한 성’의 기이한 역사에서 유일하진 않지만 대단히 희귀한 사료”라고 말한다. 19세기의 의학과 사법이, 너의 진정한 성정체성이 뭐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던 그 개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남긴 회상록. 양성성이 신화적으로 상징하는 바라든지, 심리적 양성성의 문제라든지, 양성구유 현상이 나타나는 과학적 원인이라든지, 양성구유자의 신체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은 푸코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의 관심사는 양성구유라는 현실이 현행의 인간세계 질서와 충돌한다는 것, 그래서 평소에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법과 질서의 구성 요소들을 교란시키고 그것들의 허술함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푸코는 신화나 문학작품 속의 양성구유자가 아니라, 양성구유자들이 실제로 인간의 법과 질서가 직조해 놓은 사회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둔다. 권력은 개인의 육체에 어떻게 작동하는가? 푸코가 양성구유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사유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다. 푸코는 1975년 1월 22일 강의에서 이 책을 소개한다. 70년대는 흔히 푸코가 본격적으로 ‘권력’에 천착하기 시작하는 사유의 전환기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75년에 『감시와 처벌』을, 그 이듬해에는 『성의 역사 1권: 지식의 의지』를 출간한다. 이 두 권은 모두 권력의 행사 방식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형되어 왔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푸코의 관심은 추상적인 권력 일반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행사되는지다. 그래서 특히 법을 위반한 자와 병자, 그리고 점차 등장하는 ‘위험한 자’들에게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어 왔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각 시대 특유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밝히고자 했다. 푸코는 성을 인간 본성에 숨어 있는 은밀한 진실로 보지 않았다. 그는 성을 권력-지식의 장치로 파악했다. ‘진정한 성’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오래된 전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대의 성과학과 법적 제도가 결합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역사적 산물이다. 바르뱅의 『회상록』은 성소수자의 고백이라기보다는, 성의 진실이 요구되지 않았던 관계의 세계와 그 세계의 붕괴에 대한 증언이다. 바르뱅은 하나의 사례라기보다 하나의 질문이다. 성이 진실이 되는 순간, 우리는 어떤 삶의 가능성을 잃게 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