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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변
·들어가며 여자, 의절하다 18세기, 안동의 장씨 할머니 신념은 피보다 진한 것 조선의 뭇 장씨 부인들 여자, 복수하다 절굿공이: 어머니의 원수를 쳐 죽이다 칼: 남편을 살해한 범인에 꽂다 낫: 며느리를 보쌈하러 온 패거리를 베다 맨손: 몰래 묻은 무덤을 파헤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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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은 40대의 장씨 부인.…지금의 구미 지역인 경상도 인동과 성주에 있었던 장씨 부인의 친정은 경제적으로 크게 부유하진 않지만 대학자 장현광을 배출한 영남의 명문가였다.
--- p.27 남편 안중현이 살아 있을 때 벌써 아들 안연석(1662~1730)과 안노석(1665~1732)이 사마시에 동시에 합격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남편 사후에는 아들 안연석과 손자 안복준(1698~1777)이 문과에 급제 하는 영광도 누렸다. --- p.29 대대로 남인을 고수했던 이들 순흥 안씨 집안에서 아들 안연석과 손자 안복준·안택준이 노론으로 변신한 것이다. --- p.30 반면 남인은 안연석과 안복준이 일찍이 탐관오리로 처벌받은 전력에 주목했다. 안씨 집안이 탐관오리로 낙인 찍힐 위기를 극복하고 안동의 지역 사회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남인 정체성을 던져 버리고 노론과 결탁했다고 본 것이다. --- p.31 1738년(영조 14), 장 부인의 손자 안택준을 중심으로 한 안씨 일족은 안동에 김상헌金尙憲(1570~1652)의 서원을 건립하는 일을 계획했다.…안동은 정치적·학문적으로 남인들의 본고장과 같은 지역이었다.…김상헌은 서인이었던 데다 사후에는 서인에서 파생된 노론으로부터 추앙을 받았으므로, 안동에 김상헌 서원을 세우는 것은 남인의 본고장을 노론이 침범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 p.32 그녀는 손자를 불러 매섭게 꾸짖은 후 다시는 얼굴을 보지 말자며 절연을 선언했다. --- p.34 98세의 장씨 부인은 오랜만에 고향 집에 온 손자를 매섭게 꾸짖은 뒤 결국 그날 밤 바로 채비하여 수십 리 떨어진 딸네 집으로 가마를 타고 길을 나섰다.…뒤따라온 손자를 끝끝내 거절한 채 딸의 집에서 닷새 만에 숨을 거두었다. --- p.35 장씨 부인의 행위는 가문의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이었으되…여러 자손과 맺고 있던 혈연이라는 사회적 관계에 종속되지 않은, 주체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에 의한 전통의 고수였다.…장씨 부인의 이야기는 남인 사회에서 커다란 환영을 받으며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군자君子’와 ‘현모賢母’, 그녀에게 내려진 역사적 평가였다. --- p.41 어머니의 부탁이 아니라도 송씨는 인간의 타고난 도리상 부모의 원수와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친언니와 함께 전남편을 찾아가 절굿공이로 때려죽임으로써 부모의 원수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단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유교 국가 조선의 끝자락인 1897년이었다. --- p.63 효녀와 열녀 사이에서 송씨는 효녀를 선택했다.…조선 사회에서 편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명확한 길, 송씨는 그 ‘열’의 공간 안에 서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송씨는 그러지 않았다. 기어이 밖으로 나와 남성과 ‘효’의 공간을 공유하고자 했다. 그것도 시부모에 대한 효가 아닌 친부모에 대한 효를 입증하면서. --- p.69 최덕원 살인 사건은 1897년 2월의 어느 날 전남 나주에서 일어났다.…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했고 이연수는 최덕원을 살해한 벌을 받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죽은 최덕원의 아내 서씨가 칼을 품고 이연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칼로 거침없이 남편의 원수를 찔러 죽였다. --- p.73 임씨 부인은 당당하게 자수했다.…애당초 협조한 사람도 없고 깜깜한 데서 낫을 마구 휘두르다 죽였기 때문에 어디를 찔렀는지도 모르겠으니 분명하게 조사해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사가 끝난 후 관찰사는 충청남도 재판소 판사에게 이 부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과부며느리를 지키기 위해 낫을 휘두르고 법정에 나아간 것은 실로 장부라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 p.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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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성들, “딱딱하고 무거운 역사책은 가라”
시리즈에는 고려시대 절부(節婦)에서 20세기 식모, 커리어우먼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모두 역사의 ‘주역’이라기엔 거리가 있는, 낯선 인물들이다. 하지만, 지은이들은 몇 줄, 혹은 기껏해야 몇 쪽 되지 않는 사료를 뒤져내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에 귀 기울인 끝에 옛 여성들의 기억, 욕망, 분투, 노동을 온전히 되살려냈다. 사료의 행간을 읽고 사실의 균열 지점을 섬세하게 추적해서 상류층 남성과 가부장적 국가의 기록에 담기지 않은/못한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한 이들의 노력은 그 자체로 값지다. 여기에 때로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때로는 주인공의 독백처럼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허구적 서술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역사학자의 글은 딱딱하고 무미건조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려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들의 목소리를 소환하여 좀 더 쉽게 널리 전달하고 싶다는 소망을 반영한 성과이다. ‘시끄러운’ 여성들, 유교 여인상을 거부하다 시리즈 3권 『여자, 조용히 살지 않기로 하다』는 시리즈 기획 의도가 도드라진다. 가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손자와 절연(絶緣)을 감행하는 노부인, 비명횡사한 어머니나 남편 등의 복수를 위해 직접 나선 아내 등을 다룬 글 두 편이 실려서다. 모두 역사 속 여성이 피해자, 방관자, 행위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적극적·능동적으로 의지를 관철하려 했던 사례들이다. 윤민경의 〈여자, 의절하다〉는 경상도 안동의 남인 명문가 출신 장씨 부인의 ‘결단’을 다룬다.남인과 노론의 갈등이라는 사회적 배경을 짚으면서 그녀가 ‘아녀자의 인[婦人之仁]’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념에 따라 노론으로 ‘변절’한 손자와의 혈연을 주체적으로 단호히 끊어내는 과정은, 일시적 감정에만 치우쳐 정도에서 어긋난 사랑과 연민으로 기우는 ‘조선 여인상’과 달라 신선한 충격을 준다. 한보람의 〈여자, 복수하다〉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형사 사건의 재판 기록 『사법품보』에 실린 여성 ‘범죄자’들을 소개한다. 단 이들은 일반적인 ‘잡범(雜犯)’이 아니다. 절굿공이, 칼, 낫 심지어 맨손으로 자신들이 믿는 ‘정의’를 구현하려 직접 나선 이들이다. 그러기에 사건을 심리한 관찰사들이 “기개가 뛰어나다” “의리상 당연하다”란 평가를 끌어내기에 이르렀다. 이 시리즈는 ‘오로지 여성 사학자들에 의해 쓰인 여성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여성’을 넘어선다. 3권의 경우, ‘여필종부女必從夫’, ‘칠거지악七去之惡’ 같은 가부장제 규범에 얽매여 있으리라 여겼던 유교 국가 조선의 또 다른 여성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문가 마님부터 신분 낮은 대장장이의 아내까지, 결코 주어진 역할에만 안주하지 않고 자신들의 ‘결단’을 단호하게 보여 준 여러 ‘시끄러운’ 여성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오늘날 우리가 그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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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역사는 이야기인 바,
이 책은 몹시도 투명한 이야기책이다. 이야기를 짓는 이들과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던 이들이 서로 손을 뻗고 있다. 두 손 사이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을 응원할 수밖에! - 옥자연 (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