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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조의 등극
2.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 3. 영창대군의 탄생 4. 왕대와 죽순 5. 세자는 피를 토하고 6. 광해군 7. 역모에 휘말리다 8. 서궁 유폐 9. 돌아서는 민심 |
辛奉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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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대로 서양갑은 역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허균은 그런 서양갑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먼저 내심을 털어놓음으로써 서양갑의 생각과 같음을 입증해보일 심산이었다.
"서얼들이 시달린 세월이 자그만치 이백 년은 되질 않겠나. 서얼들도 사대부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아니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줄 때가 와야 하는데, 그때라는 것이 마냥 기다린다 해서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네!" 일순 긴장하는 표정들이었다.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도 사당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서얼들의 처지로는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적실과 맞설 때가 온다질 않은가. "때는 만들어서 차지하는 것이 상책이야. 아무리 도원결의를 했다해도 서로 뿔뿔히 흩어져서 살아서는 힘이 되지 않아. 나는 서얼들이 함께 모여 살 수는 없을까 하고 늘 생각하고 있었지…." 서양갑의 눈빛에 예의 귀기가 솟아오르면서 허균의 어조에도 열기가 더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물론 몇 가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그같은 소문이 퍼지면 다시 더 모여올 것은 정한 이치…, 그렇게 되면 남의 눈에 뜨이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 다음은 어찌되는가. 더 많은 서얼들이 모여와서 이 공주만한 고을을 이루게 된다면 아무도 그 힘을 넘겨다보지 못할 것이며, 서출 아닌 사대부의 목사가 와서 과연 선정을 베풀수 있겠는가. 또 그 힘을 과소하게 생각할 사람이 있겠는가 이 말일세!" ---pp.171~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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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 땅에는 일본 제국의 망령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들이 조선반도를 식민지로 다스리면서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간악한 소행을 한 가지만 들라면 조선 지식인들에게 모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하하게 한 일이다.
이른바 '조선은 당파 싸움 때문에 망했다'는 식민사관은 광복 이후에 태어난 지식인들의 역사 인식까지 병들게 했고, 그런 망국적인 사고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당쟁의 역사'로 매도하게 하였다. 당쟁으로 나라가 망한다면 우리는 지금 망해야 한다. 패거리를 지어서 상대를 모함하고 헐뜯는 행태는 지금이 조선시대보다 훨씬 더 유치하고 천박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당쟁은 일제가 헐뜯어 놓은 것처럼 그렇게 맹목적인 패거리 싸움이 아니었다. 예학을 숭상하여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논란이 정치적인 시류를 탔다 하여 당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당쟁'이라는 말은 마땅히 '정쟁'으로 고쳐서 불러야 하고, 또 그렇게 부르자는 논의도 심심찮게 진행되었으나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아직도 '당쟁'이며, 그 당쟁 때문에 조선 왕조가 망했다는 자기 학대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정치적 특징은 붓을 든 문신이 칼을 든 무신들을 철저하게 억눌렀던 문치의 시대로 요약된다. 문치란 사림에 의한 정치를 의미한다. 사림이란 무엇인가. 그들은 정도가 아니면 걷지를 않았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목숨을 버릴지언정 임금의 명도 거역했다. 집권한 세력들이 정의와 청렴을 부르짖으며 자신들에게 항거하는 사림들을 제거하기 위해 패거리를 짜서 옥사와 환국을 거듭해 갔다. 이것이 어찌하여 당쟁이 되는가. 사림들은 의리와 명분을 위해 목숨도 버렸을 뿐만 아니라, 왕실은 물론 누항의 일에 이르기까지 건전하고 품위 있는 도덕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물불을 가니지 않았다. 그들의 기세를 꺾기 위한 갖가지 행태는 당연히 '정쟁'으로 불리어서 마땅하다. 이 소설은 '당쟁'을 '정쟁'으로 고쳐 불러야 하고 그것이 우리 민족의 역사 인식을 바로 세우는 일임에 역점을 두고 쓰여졌다. 그런데 소설에 담겨야 하는 주제가 아무리 가치있고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소설은 우선 재미있게 읽혀야 한다. 재미로 소설을 읽으면서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다듬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횡재는 없다. 그렇다. 이젠 '조선왕조가 당파 싸움으로 망했다'는 식민사관을 떨쳐내고, 우리 역사를 바로 살피는 것으로 미래를 열어가야 하지를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