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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동네 20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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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페터 한트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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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Handke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문화적으로 척박한 벽촌에서 보내며 일찍부터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 공부를 하다가 4학년 재학 중에 쓴 첫 소설 『말벌들』로 1966년에 등단했다. 그해 미국서 개최된 ‘47그룹’ 회합에 참석한 한트케는 당시 서독 문단을 주도했던 47그룹의 ‘참여문학’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한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실험적인 희곡 「관객 모독」도 같은 해에 출간되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다수의 혹평과 소수의 호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문화적으로 척박한 벽촌에서 보내며 일찍부터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 공부를 하다가 4학년 재학 중에 쓴 첫 소설 『말벌들』로 1966년에 등단했다. 그해 미국서 개최된 ‘47그룹’ 회합에 참석한 한트케는 당시 서독 문단을 주도했던 47그룹의 ‘참여문학’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한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실험적인 희곡 「관객 모독」도 같은 해에 출간되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다수의 혹평과 소수의 호평을 받다가 1970년대 들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회복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품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다. 독일어로 쓰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972년에 거장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1967년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 1972년 페터 로제거 문학상, 1973년 실러 상 및 뷔히너 상, 1978년 조르주 사둘 상, 1979년 카프카 상, 1985년 잘츠부르크 문학상 및 프란츠 나블 상, 1987년 오스트리아 국가상 및 브레멘 문학상, 1995년 실러 기념상, 2001년 블라우어 살롱 상, 2004년 시그리드 운세트 상, 2006년 하인리히 하이네 상 등 많은 상을 석권했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마침내 2019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트케에게 슬로베니아는 오늘날까지 써왔던 많은 작품들에서 중요한 문학적 토양이 되고 있다. 우선 소설로는 『말벌들』, 『소망없는 불행』, 『세계의 무게』, 『쌩뜨 빅뚜와르산의 교훈』, 『반복』(1986) 등이 있다. 특히 『소망없는 불행』에는 1971년에 51세의 나이로 자살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작품배경이 슬로베니아인, 『반복』은 1987년 슬로베니아 작가협회의 격찬(激讚)과 함께 빌레니카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슬로베니아가 1991년에 자주국가로 유고슬라비아연방으로부터 분리 독립이 될 때 한트케는 그의 모계에 “지나가버린 현실”로 이어져 오는 슬로베니아를 회상하면서 『꿈꾸었던 동경의 나라와 작별』(1991)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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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윤시향
1946년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독문과와 동대학원을 마치고 독일 쾰른 대학에서 수학했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객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원광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논문으로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 연구」「브레히트의 반파시즘 연구」등이 있으며, 『클라이스트』『꼬마 몽상가 유라』『햄릿 머신』『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55쪽 | 348g | 140*223*13mm
ISBN13
9788982813627

책 속으로

길이 어떻게 나 있고, 또 어디로 계속 연결되는지 그날 밤에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축제 덕분에 거리는 강렬한 조명들에, 활짝 열린 대문과 주차장 등에서 퍼져 나오는 자동차 전조등 불빛까지 보태져 한층 밝게 빛나기는 했다. 하지만 거리 전체가 그런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불이 밝혀져 있어 어두운 곳은 더욱 어둡게 보였다.

그 집 앞에 서자 그들은 일단 눈이 부셨다. 운전기사는 다만 그 거리의 끄트머리에 더 길게 뻗어나가는 어두운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뿐이었다. 그 길을 지나고 나면 더이상 불빛도, 연결되는 길도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디로 넘어가는 길이란 말인가? 어쨌든 그들이 있는 곳이 도시의 위쪽은 아닌 듯했다. 도시의 위쪽이라면 주위가 대낮처럼, 무대처럼 환하게 밝혀져 있었을 것이다.

그는 양손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서 여전히 떠나오기 전 집에서 나던 은은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 모든 냄새들을 - 방, 정원, 공항의 숲, 지하식당에서 나던 냄새들, 그리고 국경의 강에서 수영할 때 묻어온 냄새들 - 각각 따로 분류해 이름을 붙이고 설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저기 길 끄트머리의 어둠 속에서 불어온 밤바람과 함께, 그가 잠시 행복이라고 여겼던 어떤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적은, 물론 몇 번 안 되지만, 언제나 내 몸이 위로 붕 뜨는 것 같은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매번 그 값을 톡톡히 치렀구요."

---pp.10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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