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청년패스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베스트
독일소설 top100 27주
가격
14,000
10 12,600
YES포인트?
7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이 상품의 시리즈 알림신청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목차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 009

해설 | 일상적 존재 방식의 부정과 다른 사람 되기 203
페터 한트케 연보 221

저자 소개 2

페터 한트케

관심작가 알림신청
 

Peter Handke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문화적으로 척박한 벽촌에서 보내며 일찍부터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 공부를 하다가 4학년 재학 중에 쓴 첫 소설 『말벌들』로 1966년에 등단했다. 그해 미국서 개최된 ‘47그룹’ 회합에 참석한 한트케는 당시 서독 문단을 주도했던 47그룹의 ‘참여문학’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한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실험적인 희곡 「관객 모독」도 같은 해에 출간되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다수의 혹평과 소수의 호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문화적으로 척박한 벽촌에서 보내며 일찍부터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 공부를 하다가 4학년 재학 중에 쓴 첫 소설 『말벌들』로 1966년에 등단했다. 그해 미국서 개최된 ‘47그룹’ 회합에 참석한 한트케는 당시 서독 문단을 주도했던 47그룹의 ‘참여문학’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한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실험적인 희곡 「관객 모독」도 같은 해에 출간되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다수의 혹평과 소수의 호평을 받다가 1970년대 들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회복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품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다. 독일어로 쓰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972년에 거장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1967년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 1972년 페터 로제거 문학상, 1973년 실러 상 및 뷔히너 상, 1978년 조르주 사둘 상, 1979년 카프카 상, 1985년 잘츠부르크 문학상 및 프란츠 나블 상, 1987년 오스트리아 국가상 및 브레멘 문학상, 1995년 실러 기념상, 2001년 블라우어 살롱 상, 2004년 시그리드 운세트 상, 2006년 하인리히 하이네 상 등 많은 상을 석권했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마침내 2019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트케에게 슬로베니아는 오늘날까지 써왔던 많은 작품들에서 중요한 문학적 토양이 되고 있다. 우선 소설로는 『말벌들』, 『소망없는 불행』, 『세계의 무게』, 『쌩뜨 빅뚜와르산의 교훈』, 『반복』(1986) 등이 있다. 특히 『소망없는 불행』에는 1971년에 51세의 나이로 자살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작품배경이 슬로베니아인, 『반복』은 1987년 슬로베니아 작가협회의 격찬(激讚)과 함께 빌레니카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슬로베니아가 1991년에 자주국가로 유고슬라비아연방으로부터 분리 독립이 될 때 한트케는 그의 모계에 “지나가버린 현실”로 이어져 오는 슬로베니아를 회상하면서 『꿈꾸었던 동경의 나라와 작별』(1991)을 썼다.

페터 한트케의 다른 상품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논문 <브레히트의 반파시즘연극 연구>(1991)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브레히트의 연극세계』(공저),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공저), 『독일 문학의 장면들-문학, 영화, 음악 속의 여성』(공저), 『15인의 거장들-독일어권 극작가 연구』(공저), 『서사극의 재발견』(공저), 『유럽 영화예술』(공저), 『소리』(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클라이스트』, 『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시체들의 뗏목』 등이 있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 한국여성연극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논문 <브레히트의 반파시즘연극 연구>(1991)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브레히트의 연극세계』(공저),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공저), 『독일 문학의 장면들-문학, 영화, 음악 속의 여성』(공저), 『15인의 거장들-독일어권 극작가 연구』(공저), 『서사극의 재발견』(공저), 『유럽 영화예술』(공저), 『소리』(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클라이스트』, 『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시체들의 뗏목』 등이 있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 한국여성연극인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연극학회 편집위원, 한국뷔히너학회 편집위원, 한국I.T.I. 감사, 한국공연예술원 이사 등을 지냈으며 연극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윤시향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18g | 140*210*20mm
ISBN13
9788954690430

책 속으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고 주변이 온통 깜깜해지던 그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분명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는, 그리고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가 완전히 변화된 존재가 되기를 끈질기게 강요하는 이 새로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더 움직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p.53

‘먼 곳에 있다’고 누가 그처럼 단정했을까? 언젠가 이미 말했듯이 그들 자신이다. 그들의 분위기와 상황, 여건 그리고 이야기와 소설이다. 어느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함께 길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어느 이야기를, 더구나 공동으로 체험하고 있다는 의식이, 집을 전혀 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멀리 와 있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 p.91

“내 이야기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아요.” 탁스함의 약사가 대답했다. “가끔씩 슬프게 진행되고, 때론 거의 절망적이기도 하지만 죽는 사람은 있을 수 없어요.”
--- p.104

그러던 어느 날, 밤바람 속에서 그는 실어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아주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계속 생각했다. 더는 말을 할 수 없다니, 잘된 일이야.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아도 돼. 이건 자유야! 아니 그 이상이지, 아주 이상적인 상태야! 정당을 하나 창설할까, 아니 차라리 신흥종교를 만들어? 말 못하는 자들의 정당, 말 못하는 자들의 종교? 아니지, 홀로 서야 해. 묵묵히, 자유롭게, 그리고 마침내 당연히 혼자서.
--- p.121

“그 ‘승리자’! 중세 서사시를 읽어서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호칭이나 이름은 때때로 정반대를 의미하지요. ‘승리자’는 그러니까 처음부터 ‘실패자’였던 거예요. 서사시의 비밀은 당연히, 언젠가는 모험이 무사히 끝나 ‘패배자’가 마침내 ‘승리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짜 승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녀가 그렇게 불린 것도,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거나 그렇게 되어야 하기 때문이겠죠. 승리자가 된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실패자에게 정해진 운명이에요! 그리고 그 사이에는 어쩌면 모험만이 팽팽한 긴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몰라요.”
--- p.135

“당신은 그 실어상태를 떨쳐버려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당신의 무언無言이 오늘이라도 당장 당신을 죽일 거예요. 당신의 침묵은 결코 침묵이 아니에요. 비록 처음 얼마간은 당신의 의식을 확대시켜주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혼자 있을수록 당신의 실어상태는 위험해지고, 급기야 생명까지 위협할 거예요. 실어상태가 계속되면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그토록 의미 있어 보이는 현재가 실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전의 모든 체험까지 거꾸로 거슬러올라가며 파괴될 거예요. 그렇게나 상징적인?어린 시절까지도. 그러면 당신의 기억은 무가치해지고 또 파괴되어버리죠. (……) 그러니 당신은 새롭게 말하려는 시도를 해야 해요. 새로운 단어를 찾아내고, 문장을 새로 만들고, 큰 소리로, 아니 소리라도 내보세요. 당신의 말이 비록 얼토당토않고 터무니없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당신이 다시 입을 연다는 사실이에요.”
--- pp.169~170

나는 그에게 자신이 그 이야기로 인해 달라졌는지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그동안 어디선가 나 자신에게 맹세한 적이 있었어요. 언젠가 내가 이곳으로 돌아올 때는 딴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하지만 유일하게 달라져 보이는 것은 커진 발이었지요. 그래서 신발을 새로 살 수밖에 없었고요.”
--- p.192

“중요한 건, 내가 방금 이야기한 것을 당신이 커다란 종이 위에 적어둔다는 거예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헛일이에요. 나는 백지 위의 검은 글씨를 원합니다. 나는 내 이야기가 글자로 쓰인 것을 갖고 싶어요. 입으로 이야기할 때는 내게로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글자로 쓰인 것은 다를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결국에는 나 자신도 내 이야기에서 뭔가를 얻고 싶답니다. 말과 글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 차이는 아주 중요하지요. 나는 내 이야기가 문자로 기록된 걸 보고 싶습니다. 나는 내 이야기가 쓰인 것을 볼 거예요. 그 이야기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과 나를 제외하면 대체 누가 그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요?” 내가 물었다.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른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오직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사람만을 위해 쓰이는 이야기가 오늘날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가 대답했다. “어쩌면 그런 게 바로 가장 근원적인 이야기가 아닐까요? 언젠가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 p.193

“그래요, 나는 내 이야기 도중에 몇 가지를 그르쳤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하더라도 뭔가 늦지 않고 제때 하고 싶답니다! 여기서 어느 곳에 서 있든, 어느 곳을 걷고 있든 나는 다음 모험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요-다음번에는 본질적으로 달라지기 위해서죠.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동경이라기보다는 탐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스승 파라셀수스가 버섯들에 관한 단상에서, ‘귀중한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자는, 바로 그 순간 벌써 또다른 귀중한 것으로 눈길을 돌린다’고 말했던 대로지요. 다만 나는 그 특별한, 까맣게 작열하는 출발점을 더이상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당시, 내 이야기가 시작되던 때, 그땐 발견했었어요. 그 출발점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내줄 수 있을 텐데!”
--- pp.195~196

이어진 노래는 오랫동안 준비되고 차분히 다듬어진 곡 같았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탈진상태가 되어 서로의 품에 몸을 던져 안겼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서로에게서 맛보았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나른함 속에 나란히 누웠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경탄 속에 깨어났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조바심으로 창마다 내다보았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인내심으로 계속 달렸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로 사랑했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로에게서 자유로웠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로에게 대담했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로에게 감사했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로를 인정했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땀을 흘렸다,
소리를 질렀다,
울었다,
피를 흘렸다,
침묵을 지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 헤어졌다.
그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갔다,
말할 수 없음에 대하여
말할 수 없이 분노하며.”

--- pp.197~198

출판사 리뷰

실어의 상태로 떠도는 환상의 편력
말을 되찾고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

잘츠부르크에 인접한 마을 ‘탁스함’에 사는 독수리 약국의 약사는 예민한 후각의 소유자, 버섯 전문가이자 중세 영웅 서사시의 애호가로, 아내와 한집에 살면서도 보이지 않는 금으로 서로의 영역을 구분하고 절대 침범하지 않는 기묘한 별거생활을 하고 있다. 이후 아내와 딸, 아들이 모두 모종의 이유로 집을 떠나고, 혼자 남아 집과 약국과 공항(근처의 레스토랑)을 축으로 하는 삼각지대 안에서 고독하고 건조한 일상을 보내던 약사는 어느 날 숲속에서 불시의 일격을 당한다. 그 여파로 이마의 상처와 실어증을 얻은 채 단골 레스토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올림픽 영웅이었으나 몰락한 스키 선수 그리고 한때 유명세를 누렸지만 지금은 잊힌 시인을 우연히 보게 된 그는 쏟아지는 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맞으며 산책하듯 걷는 두 사람을 자기 차에 태운 뒤 서로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은 채 계획도 목적지도 없는 여행을 떠난다.

일행은 도중에 스키 선수가 아는 어느 과부의 집에 머무는데, 이날 깊은 밤 ‘승리자’라는 이 여인에게 약사는 느닷없이 가혹한 구타를 당한다. 탁스함에서의 일격으로 이미 상처를 입은 이마에 또다시 폭력의 흔적이 더해지지만 그런 약사의 모습에도 스키 영웅이나 시인은 이렇다 할 반응이 없고 심지어 그가 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이 기묘한 세 사람은 오백 개의 터널을 지나 알프스를 넘어 일명 밤바람의 도시 ‘산타페’에 도착한다.

마침 성모승천일 축제가 한창인 그곳에서 약사는 집시 음악가가 된 아들과 재회하고, 이 만남으로 그를 집에서 내쫓았다는 죄책감에서 서서히 놓여난다. 시인은 축제의 여왕이 되어 거리를 행진중인 사생아 딸을 발견한다. 일행은 축제가 끝난 뒤에도 도시에 머물며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그곳 사람들과 함께 몸을 쓰며 일을 한다. 변두리 동네를 돌아다니며 ‘승리자’ 여인을 찾던 약사는 일행과 헤어져 혼자서 스텝 지역으로 향한다. 떠돌이 행상, 수렵꾼들, 미치광이 노인을 쫓는 군인과 중년 남자를 마주치기도 하며 불가사의로 가득찬 낯선 그곳을 마치 꿈속처럼 떠돌던 그는 사라고사에서 드디어 ‘승리자’ 여인을 만난다. 그리고 스텝 지역에서 실어상태에 더없이 만족해 있는 그에게 무언無言이 이전의 모든 체험과 기억을 무가치하게 파괴해버릴 것이므로 새롭게 말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새로운 단어를 찾아내고, 문장을 새로 만들고, 다시 입을 열어 얼토당토않고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속삭이던 그림자의 정체가 그녀였음을 깨닫는다. ‘승리자’ 여인의 도움으로 말하는 힘을 되찾은 순간 그에게 사랑이 솟아나고, 함께 귀로에 오르지만 헤어져 그 혼자서 집으로 향한다.

“그동안 어디선가 나 자신에게 맹세한 적이 있었어요.
언젠가 내가 이곳으로 돌아올 때는 딴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본문 192쪽)

환상과 현실이,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며 시작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던 주인공의 여정은 그에게 자아 변화 또는 성숙, 즉 다른 사람 되기의 과정이며, 이는 자아 탐색 또는 정체성 추구, 현실보다 내면세계 탐구에 천착하는 한트케의 문학세계와 맞닿아 있다. 작품활동 초기 연극에서 기존 형식을 파괴하는 전위적 언어실험을 시도했던 한트케는 1970년대에 이르러 전통적 서사로 옮겨가 자아의 내면 성찰에 집중하는데, 현실을 떠나 낯선 도시와 스텝 지역을 편력하는 소설 속 약사의 여정에서도 외적 환경 못지않게 심층적 의식세계를 세세히 기술한다.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의식세계로 떠나는 여행을 다루기에 발전소설로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주인공이 미래를 지향하는 일반적 의미의 발전을 경험하지 않으므로 기존 발전소설과는 차이가 있는, 한트케식 ‘발전 없는 발전소설’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의 변화 또한 전통적 스토리텔링과는 거리가 먼, 돌발적인 사건에 의해 파격적으로 이루어진다. 탁스함의 약사에게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는 도발적이고 느닷없는 폭력과 그로 인한 실어일 것이다. 그의 실어증은 “새로운 시선을 획득하기 위한 전제”가 되며, 말을 되찾는 과정은 스스로에게조차 기억되지 못하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소설은 기이한 모험을 마친 약사가 어느 겨울날 그의 이야기 기록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앞서 약사의 여정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끼어들던 익명의 일인칭 화자가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서술자로 다시 한번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다. 바로 그 존재를 통해 환상이 현실이 되고 과거가 현재가 되며 화자가 다시 독자가 되는, 이야기 속 시간과 이야기가 이야기되는 시간이 중첩되고 굴절되는 이 소설의 독특한 서술구조가 가능해지며, 나아가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메타픽션으로도 읽힐 수 있게 된다.

방랑과 기행奇行, 과거에 대한 풍자, 위트, 돈키호테적인 발상과 낭만적 소재, 이 모든 것을 한트케는 한 텍스트 안에 섞어놓고 있으며, 이를 독특한 서술 형식에 담아냄으로써 전혀 새로운 차원의 소설을 완성했다. 한편 이 소설은 그가 십수 년간 써온 끝없는 이야기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웃 도시 잘츠부르크 사람들조차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잊힌 곳, 그물처럼 짜인 교통 노선 사이에 끼어 고립된 곳으로 설명되는 ‘탁스함’, 서술자의 친구로 등장하는 ‘안드레아스 로저’는 이전에 쓰인 소설 『고통의 중국인Der Chinese des Schmerzes』(1983)에 등장했다. 그 밖에도 이전 작품에 나타나는 황량한 장소, 태고의 산맥 풍경 등이 거듭 변형되어 나타난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동시에 자기 작품에 대한 패러디다. 한트케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주를 시도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내면화된 주관주의와 고향으로의 귀환을 서술한다.

▶ 언론평

절제된 언어, 신중한 서술, 정교하면서도 꾸밈없는 묘사. 한트케의 온갖 시적인 소품으로 가득찬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 _디 차이트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일련의 글쓰기 시도. 이 작품으로 한트케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_포쿠스

특유의 타협 없이 엄격한 포스트모던 스토리텔링 형식에 담아낸 주인공의 수수께끼 같은 여정. 한트케는 다시 한번 객관적 현실보다 인상을 중시하는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방랑과 여행. 기행奇行. 과거에 대한 풍자. 위트. 돈키호테적인 발상과 낭만적 소재. 한트케는 이 모든 것을 한 텍스트 안에 섞어놓고 있다. 한트케가 난해한 작가라는 선입견 없이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는 아주 유쾌해질 수 있을 것이다. _데어 슈탄다르트

리뷰/한줄평23

리뷰

9.6 리뷰 총점

한줄평

9.8 한줄평 총점

클린봇이 부적절한 글을 감지 중입니다.

설정
12,600
1 12,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