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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느낌의 시간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 페터 한트케 연표 역자 후기 |
Peter Hand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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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홉 시 이후 기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는 밤이 되면, 대로변은 너무 조용한 나머지 여기서는 흔한 미풍이라도 불라치면 가끔 창문 앞에서 플라타너스 잎들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7월 말의 어느 날 밤 그레고르 코위쉬니히는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긴 꿈을 꾸었다.
--- p. 12 그는 귀를 기울였다. 바람이 잦아들었다. 바람이 다시 불고 나무들이 살랑거렸을 때 코위쉬니히는 낯설지만 조용한 삶의 감정을 느꼈다. 풀이 고개를 세우고 떨고 있었다. 자동차들이 샹젤리제의 나무들 뒤에서 끊임없이 달리고 있었다. 가끔 경적이 울렸고, 오토바이가 자동차들을 추월할 때면 따따따 하고 요란한 엔진소리도 들렸다. 그는 자신이 멀리 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 p. 100 코위쉬니히는 무엇인가가, 다른 생각의 단초가, 어떤 가능성이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페 지하실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탁구를 치고 있었다. 그는 규칙적으로 톡탁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구역질을 느꼈다. 마침내 탁구공이 어딘가로 떨어졌다… 멍하니, 아무런 불안도 없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뷰트 쇼몽 공원의 가파른 좁은 길을 올라갔다. --- p. 189 환한 조명이 비추는 커다란 텅 빈 광장,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 두 명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들이 나타난다. 한 남자가 일정한 곳에 도착하자 멈추어 서서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더니 숨을 깊게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는 동안 다른 남자가 계속해서 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해서 결국 첫 번째 남자가 조용히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더니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그를 따라간다. 그 사이 무대 뒤쪽에서 작은 종을 울리며 떠돌이 장인 모습을 한 남자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 p. 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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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진정한 느낌의 시간』의 주인공 그레고르 코위쉬니히는 파리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의 언론 담당관이다. 그는 어느 날 밤 살인자가 되어 어느 여인을 죽인 뒤 그 시신을 나무상자에 넣어 유기하는 꿈을 꾼다. 이 순간부터 그의 삶은 무의미해지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매일의 일상을 보내고, 모든 관계를 이어 나간다.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그는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며 ‘진실한 느낌’을 찾는다. 과연 그가 바라마지 않던, 정말 자신이 살아 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느낌의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의 무대는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임의의 광장이다. 이곳으로 총 450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해 각각 다른 행동을 하며 오고 간다. 그들은 혼자이기도 하고 부부나 두 사람의 친구이기도 하며 세 사람이기도 하며 그 이상으로 이루어진 그룹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도 없고 조연도 없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다. 또 등장인물 개개인의 행동을 에피소드식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줄거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은 점점 등장인물들에게 매료되며 미로 같은 수많은 에피소드 속에 꼭꼭 숨은 주제에 이르게 된다. “낯설고 기발한 언어로 인간 경험의 섬세하고 소외된 측면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들”이라는 평으로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의 이 두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과 불안을 각각 ‘진정한 감각이 깨어나는 시간’과 ‘무심함에서 화합과 화해로 나아가는 시간’을 통해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