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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7
가장 파란 눈 15 가을 21 겨울 81 봄 121 여름 223 해설 | 금잔화의 싹을 틔우기 위해 251 토니 모리슨 연보 259 |
Toni Morrison,본명: Chloe Anthony Wof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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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쉬쉬했지만 1941년 가을에는 금잔화가 없었다. 당시 우리는 금잔화가 자라지 않은 까닭이 페콜라가 자기 아버지의 애를 가져서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살펴봤다면, 훨씬 덜 우울했다면, 우리 씨앗만 싹을 틔우지 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을 것이다. 누구의 씨앗도 싹이 트지 않았으니까.
--- p.19 내쫓기는 것과 나앉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내쫓기면 어딘가 갈 데가 있지만, 나앉으면 갈 곳이 없는 것이다.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였다. 나앉는다는 건 무언가의 끝이었다. 우리의 형이상학적 조건을 정의하고 보완하는, 돌이킬 수 없는 물리적 사실이었다. 신분과 계급 모두에서 소수자인 우리는 삶이라는 옷자락의 끝단에서 어떻게든 돌아다니며, 나약한 우리끼리라도 뭉쳐 버티려 기를 쓰거나 혼자서 옷의 몸통 부분으로 기어올라가려 버둥거렸다. --- p.32 내게 있던 욕망은 단 하나, 인형을 해체하는 것이었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보고, 그것이 귀한 까닭을 알아내고, 내가 알아차릴 수 없는, 그것도 오직 나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 아름다움과 매력을 찾아내는 것. 어른들과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아이들, 상점, 잡지, 신문, 진열장 광고까지 온 세상이 여자아이라면 다들 파란 눈과 노란 머리와 분홍 피부의 인형을 소중히 여긴다는 데 합의한 듯했다. “여기, 이게 아름다움이야. 네가 오늘 ‘자격이 된다면’ 가질 수 있겠지.” 그렇게 말했다. --- p.36 페콜라가 다시 이렇게 물었는데, 나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그게 어떻게 돼?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지?” 하지만 프리다는 이미 잠이 들었고, 나는 답을 몰랐다. --- p.50 그 가족이 왜 그렇게 추하게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꼼꼼히 뜯어보면 딱히 추한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 추함이 그들의 확신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떤 신비롭고 전지전능한 주인이 그들 각자에게 추함의 옷을 입으라고 주었고, 그들은 아무 이의 없이 받아들인 것 같았다. --- p.57 얼마 전부터 페콜라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기 눈이, 장면을 담고 광경을 알아볼 자기 눈이 달라진다면, 그러니까 아름다워진다면 자신도 달라지지 않을까. 치아는 가지런했다. 적어도 코는 크지도 납작하지도 않았다. 귀엽다는 소리를 듣는 애들 중에 그런 코를 가진 애들이 있었다. 자기가 아름다워지면, 지금과 달라지면, 어쩌면 촐리도 달라지고 미시즈 브리드러브도 달라질지 몰랐다. “아니, 저 예쁜 눈을 가진 페콜라를 봐. 저 예쁜 눈앞에서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되겠어.” 그렇게 말할지도 몰랐다. --- p.65 알게 모르게 일궈진 무지와 정교하게 습득된 자기혐오, 공들여 고안된 절망을 전부 꿀꺽 삼켜서 활활 타오르는 경멸의 횃불을 피워올렸고, 그것은 텅 빈 정신 속에서 수 세대 동안 타오르거나 식어가다가 격분한 입 밖으로 흘러나와 그 순간 앞에 놓인 것은 무엇이든 태워버리는 것이다. --- p.88 지금까지 받았던 어떤 탄원보다 더 환상적이고도 타당한 탄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이 못생긴 소녀가 아름다워지기를 원한다. 이해심과 애정이 파도처럼 그를 휩쓰는가 싶더니 곧 그 자리에 분노가 들어찼다.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무력함으로 인한 분노.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이 그에게 들고 오는 어떤 소망 - 돈, 사랑, 복수 - 보다 가장 통렬하면서도 무엇보다 이뤄줄 만한 소망 같았다. 흑인이라는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파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어린 흑인 소녀. 그의 노여움이 자라나 힘이 생겨난 기분이었다. 난생처음 그는 기적을 이루기를 진정으로 바랐다. --- p.211 사랑이 사랑하는 사람보다 나을 수는 없다. 사악한 사람은 사랑도 사악하게 하고, 난폭한 사람은 사랑도 난폭하게 하고, 허약한 사람은 사랑도 허약하게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사랑도 어리석게 하지만 자유로운 인간의 사랑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자기가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선물이 없다. 그저 자기 혼자 사랑이라는 선물을 소유할 뿐. --- p.248 난 내가 씨앗을 너무 깊숙이 심은 것이 아니라고, 그것은 흙과 땅과 우리 마을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지금으로서는 그해에 온 나라의 땅이 금잔화에 적대적이었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 토양은 어떤 부류의 꽃이 자라기에 좋지 않다. 이 토양에서는 어떤 씨앗은 무럭무럭 크지 않고, 어떤 열매는 결실을 맺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땅이 자기 의지로 무언가를 죽이면 우리는 그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피해자에게 살 권리가 없었다고 말한다. 물론 우리가 틀린 것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미 늦었으니까. --- p.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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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문학의 지평을 넓힌 작가 토니 모리슨의 데뷔작
흑인 여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전미도서상 평생공로상, 국가 인문학 훈장, 대통령 자유 훈장 등 미국에서 작가에게 주어지는 거의 모든 영예를 얻은 토니 모리슨. 그가 세상에 내놓은 첫 소설이 『가장 파란 눈』이다. 흑인, 그것도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당시로서 상당히 드문 편이었다. 인종 · 성별 · 연령으로 인해 삼중의 차별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은 것이다. 『가장 파란 눈』의 출간 연도는 1970년이지만 모리슨이 이 소설의 토대가 되는 짧은 이야기를 쓴 것은 1962년의 일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직접 이야기를 써보라는 권유를 받은 그는 어릴 적 친구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파란 눈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썼다. 이 소설이 집필된 1960년대는 격변의 시대였다. 작가 제임스 볼드윈이 활발히 활동했던 때였고,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한 해가 1963년, 암살당한 해가 1968년이었다. 흑인들의 대중 운동도 기세를 얻었다. 흑인 문학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노예제의 참상과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저항문학이 지배적이었으며 흑인과 백인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백인은 억압하고 흑인은 억압받는다는 단순한 구도만으로는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어졌고, 점차 작가들은 흑인과 흑인의 관계, 인종차별이 흑인 사회 내부에서 발현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토니 모리슨이 있었다. 차별과 빈곤, 폭력이 대물림되는 흑인 사회의 슬픈 연대기 1941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 호기심 많고 활달한 아홉 살 소녀 클로디아 맥티어는 부모님 그리고 언니 프리다와 함께 살고 있다. 맥티어 가족은 페콜라라는 이웃 소녀를 맡게 되는데, 폭력적인 페콜라의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갈 곳 없이 나앉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비슷한 페콜라와 프리다는 아역배우 셜리 템플에 열광하지만 클로디아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온 세상이 여자아이라면 다들 파란 눈과 노란 머리와 분홍 피부의 인형을 소중히 여긴다는 데 합의한 듯”해도, 오히려 클로디아는 선물로 받은 그 인형을 해체했다가 심한 꾸지람을 듣는다. 페콜라의 아버지 촐리는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친모에게 버림받았고, 친부도 누구인지 모른 채 자랐다. 게다가 성행위를 하던 중 백인들에게 모욕당한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아내 폴린을 만나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잠시 안정된 생활을 하는가 싶었지만 비참한 현실은 가족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간다. 한편 백인에게 고용되어 가정부로 일하는 폴린은 집과 정원을 깔끔하게 꾸미는 일에 집착하며, 자기 자식보다도 고용주의 아이를 더 다정하게 대한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페콜라는 자신이 아름다워지면, 파란 눈을 가지면 현실이 뒤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근방에서 주술사 같은 존재로 통하는 소프헤드 처치를 찾아가 파란 눈을 갖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소원이 이뤄졌다고 믿은 페콜라는 결국 정신이 이상해지고,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은 존재가 되고 만다. 이토록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되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때로는 순진한 어린아이의 말을 듣는 것 같고, 때로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누군가의 넋두리를 듣는 것 같은 솔직하고 친근감 있는 문장은 비극적 서사를 고조시키며 독자의 눈과 마음을 붙든다. 토니 모리슨이 남긴 메시지, 그리고 희망 토니 모리슨은 데뷔작 『가장 파란 눈』부터 『솔로몬의 노래』 『빌러비드』 등 일관되게 흑인의 기억과 경험,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흑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서문에서 “페콜라의 삶이 비록 남다르지만 그 취약성의 몇몇 면모는 모든 여자아이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고 밝힌다. 광고와 TV, 영화를 포함한 대중매체가 이상적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공하는 사회에서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혐오가 싹트는 경험. 주택을 소유하고 부부와 딸, 아들로 이뤄진 이상적인 중산층 핵가족 신화를 좇다가 실패해 좌절하는 경험. 이러한 경험들은 1940년대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모리슨의 작품이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리슨의 작품이 사랑받는 또다른 이유는 ‘희망’일 것이다. 그는 동이 트기 전 글쓰기를 시작하는 습관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사실 절실한 필요에 의해 생긴 습관으로,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어머니이자 출판사 편집자였던 그는 육아와 업무, 글쓰기를 병행해야 했다.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아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 글 쓰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한 그는 밤보다 아침을 택했다. 아직 어둑할 때 일어나 동이 터오는 동안 쓴 글들은 어두운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항상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했던 토니 모리슨 그 자체였다. 2019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평소 친분이 있었던 오프라 윈프리와 프랜 리보위츠 등 각계 인사들이 추모식에 참석했다. 또 전 세계의 수많은 작가가 애도를 표하는 가운데 특히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록산 게이 등 젊은 흑인 여성 작가들은 토니 모리슨의 업적과 그 영향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그를 “국보급 작가”로 칭하며 “잠시나마 그와 같은 공기를 마신 것은 신의 은총”이라고 했다. 비록 토니 모리슨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 그가 시대와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여전히 지금 여기에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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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상상력과 시적 언어를 통해 미국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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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확하고 너무나 충실하며 고통과 놀라움으로 가득차 있기에 이 소설은 시가 된다. -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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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 같은 작가를 발견하는 것은 아주 드문 기쁨이다. -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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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고 억압받는 모든 아이들을 위한 애가. - 데일리 텔레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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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소녀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미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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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한 흑인 소녀의 우주가 담긴 이 이야기에. -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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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로 이런 작품을 썼다니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바로 토니 모리슨이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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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의 소설 중에서도 잊지 못할 강렬한 작품. - 오프라 윈프리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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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은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페이지 위에서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었으며 국보급 작가였다. 잠시나마 그와 같은 공기를 마신 것은 신의 은총이다. - 버락 오바마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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