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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마릴린 먼로 13 캐리커처 14 데칼코마니 16 모나리자 17 마리 앙투아네트 18 아이비 퍼포먼스 19 월광曲 20 바이올린 21 기타 22 봄을 위한 연가 23 피아노 24 Temptation 25 관계항 relatum 26 허공에 城을 쌓다 27 키스 28 2부 보들레르 애가 31 반딧불이 32 시작 33 초상화 34 엘 콘도르 파사 35 장기 기증 36 후원계좌 38 길 39 마지막 외출 40 비단벌레 41 나의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42 빈 배 43 아웃 오브 아프리카 44 타이타닉 46 The 19호실 47 3부 물의 행성 51 메타버스 도서관 52 아틀라스의 손 53 시뮬레이션 54 VR 콘서트 55 빅스비 운항 56 식목 코딩coding 57 @의 안내문 58 아카펠라 신전 59 지문으로 읽다가 60 소나기 61 캘린더를 새로 걸며 62 벤치 63 적소를 찾아서 64 붓글씨 65 4부 박새 69 카페 작가 70 둥지 카페 71 바다 72 해 73 시간 속으로 74 윈드서핑 애호가들 75 강가에서 76 오리 증후군 77 도라지꽃 78 어느 강연장에서 79 흙담 80 대봉감 81 모내기 82 질문 83 해설 / 삶의 근원에 대한 섬세한 예술적 사유와 해석_유성호 84 |
김하정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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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려라 세상의 소란
고요히 재울 때까지 태초의 선율을 긷는 아름다운 샘터여 새로운 아침을 여는 태양이 뜰 때까지 --- p.24, 「피아노」 중에서 포세이돈의 수수께끼는 뿌리박혀 있었다 해무만이 그 문제의 정답을 알 뿐이다 자본의 깃발을 펄럭이며 배 한 척 출항한다 오만의 독주였을까 문명의 폭주였을까 어둠마저 삼킬 듯 거센 폭풍 몰아치면 빙산의 뼛조각처럼 부서지는 슬픔들 갑판 위 탄주하던 絃들도 흩어지고 물결의 등뼈들이 부딪다 잠든 사이 처연한 몸부림으로 얼음꽃 피우고 있다 --- p.46, 「타이타닉」 중에서 한때는 온 식구의 피가 도는 울타리였을, 산길 모퉁이에 흙담 고요하다 짚가리 듬성듬성 박여 얼굴빛 푸석한 채로 구부정한 허리 사이 바람이 파고든다 깎여지는 표피처럼 주름진 자화상 앞에 일평생 부목인 듯이 그림자 서 있다 --- p.80,「흙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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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근원에 대한 섬세한 예술적 사유와 해석
- 김하정 시집 『마리 앙투아네트』 2020년 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하정 시인이 두 번째 신작 시조집 『마리 앙투아네트』를 작가 기획시선 50번으로 출간하였다. 4부로 나뉘어져 총 60편의 신작 시조를 수록한 김하정의 이번 시조집은 스스로를 향한 인생론적 고백의 도록圖錄이자, 세련된 예술적 텍스트와 자신의 언어를 결속한 미학적 화폭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우리는 김하정의 음역音域이 치열한 자기 탐색과 예술적 치유라는 전형적인 서정시 권역 속에서 구축된 세계임을 알게 된다. 이러한 균형과 긴장이 시인을 삶의 근원 쪽으로 끌어당긴 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조가 완고한 자기 집착에 머무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시인은 타자와의 소통을 열망함으로써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틈입하는 통로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억과 견인의 상상적 기록으로 다가오는 김하정의 시조는 삶의 비애와 상처를 다스리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기억과 견인을 선택하고, 나아가 오랫동안 몸을 담가왔던 상처와 그리움의 에너지를 시조집 곳곳에 배열해 간다. 안으로만 울음을 유폐시켰던 기억으로부터 바깥 풍경으로 눈을 돌리는 상상력의 전회轉回 과정이 이러한 원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명령이 떨어지면 선착장을 빠져나간다 미로를 개척해 가던 콜럼버스의 항해처럼 푸른 꿈 가득 싣고서 엔진을 돌리는데 목쉰 듯 파도의 애절한 노랫소리 세이렌의 마력인가 부드럽게 넘실댄다 돛대에 매단 깃발들 구호처럼 외쳐대고 9노트로 밀고 가는 서녘 바람 드세어도 무사한 귀항과 접안을 향하여 당신께 복명복창하는 앵무새 한 마리 ─ 「빅스비 운항」 전문 ‘빅스비’는 인공지능 음성 비서의 이름으로, 최근 개발된 자율운항 선박의 이름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명령이 떨어지면 선착장을 빠져나가 콜럼버스의 항해처럼 스스로 푸른 꿈을 싣고 엔진을 돌린다. 파도의 애절한 노랫소리를 세이렌의 마력처럼 넘실대게 하면서 깃발들이 큰소리로 외치는 바다를 개척해 간다. 비록 바람이 드세게 불어도 “무사한 귀항과 접안”을 향해 인공지능은 “복명복창하는 앵무새 한 마리”처럼 직무를 수행한다. 결국 이 작품은 우리의 삶 깊이 찾아온 인공지능의 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미래가 어떤 매혹적 마력으로 미로를 열어갈 것인가를 순간적으로 예감케 해 준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앵무새 한 마리”의 복명복창으로 갈무리함으로써, 시인은 인공지능이 영혼 없는 삶의 동반자임을 함께 증언한다. 여전히 “살아있는 신화를 나무에서 읽는”(「아틀라스의 손」) 김하정 시인의 생명 지향성이 약여하게 암시되는 순간일 것이다. 김하정 시인은 우리 사회에 다가온 새로운 인공적 징후를 반영하면서도 삶의 가장 근원적인 가치들에 대한 지극한 믿음을 보여주는 데 진력한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살이의 구체성을 강조함으로써 문명의 위기와 실존의 심연을 동시에 응시하고자 한다. 그 원형이 ‘사이’의 이미지로 승화되는 과정을 시조로 써간다. 그리고 이번 시조집에서 우리가 빈번하게 발견하는 것은 김하정 시인의 세련된 상호텍스트성이다. 그는 인물, 음악, 미술 등 다양한 텍스트들을 자신의 시조로 호출하여 언어와 결속시키는 작업을 줄곧 수행한다. 이때 그의 언어적 파동은 자신의 기억과 통합되면서 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예술적 지향을 다시 한번 사유하게 해 준다. 그러한 사유는 어떤 해석 과정을 한결같이 동반하는데, 이는 소멸의 전조前兆 앞에 놓인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삶 가운데 지속되어 갈 영속적 존재 조건으로 승화해 간다. 그의 시조는 이러한 언어적 파동에 의해 묶여 있고 그것을 통해 동일성을 환기하는 서정의 원리를 충실하게 보여준다. 흔치 않은 언어적 풍경을 내장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하고도 뚜렷한 음역音域을 담아간다. 이 모든 것이 감상 과잉의 차원에서 벗어나 삶의 보편적 이치에 가닿으려는 그만의 격이자 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시인은 삶의 심층을 투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예술적 경험을 통해 고유한 미학적 가치를 세워간다. 집안 벽면에는 거울 하나 걸려 있었다 까치발 키 재기는 수채화 풍경처럼 그 위로 비바람 불며 빗금을 치기도 했다 부모의 거울이라는 반사경 아이가 배경으로 들어오던 뒷산을 고이 접어 푸르른 꿈을 향하여 먼 길을 나섰다 바위산 오르는 사슴의 발처럼 넘어져도 일어서라는 가훈을 목에 걸고 날마다 거울 앞에서 옷깃을 여미었다 구름의 동맥이 파열되던 어느 날 눈 뜨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 음영이 금이 간 거울 속에서 한동안 일렁거렸다 ─ 「데칼코마니」 전문 원래 ‘데칼코마니’는 어떤 문양을 종이에 찍어 얇은 막을 이루게 한 뒤 다른 표면에 옮기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그 의미를 확장하여 좌우 대칭의 무늬를 만드는 방법을 뜻하기도 한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거울’이라는 사물에 투영하여 회상의 데칼코마니를 완성해 간다. 집안 벽면에 걸린 거울은 수채화 풍경처럼 “비바람 불며 빗금을” 치던 시절을 비추어주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로서의 ‘반사경’이었고 어느덧 성장하여 “푸르른 꿈을 향하여” 먼 길을 떠났다. 사슴처럼 난경難境을 넘어서라는 가훈을 품으면서 “거울 앞에서/옷깃”을 여미고 살았다. 가끔씩 “눈 뜨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 음영”이 “금이 간 거울” 안에서 일렁거릴 때 그 ‘데칼코마니’는 삶의 새로운 난경을 반영하는 예술적 은유로 변형되어 간다. 그렇게 시인은 자신이 그려온 데칼코마니를 통해 “어둠을 흔들던 젖은 울음”(「해」)을 바라보고 “바람결에 엉켜있던 초록의 심장들”(「아이비 퍼포먼스」)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김하정 시인의 예술적 상상력 가운데 악기를 통해 울려지는 음악의 결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서정시에서 음악이란 자연의 리듬에서 상상되고 전이되고 유추된 어떤 것이다. 낮과 밤, 밀물과 썰물, 천체나 계절의 움직임 등에서 우리는 리듬을 찾을 수 있고 몸의 맥박이나 걸음걸이에서도 특유의 리듬을 발견할 수 있다. 리듬은 이같이 자연 일반의 원리이고 그것이 인간의 내적 욕구를 반영한 결실로 나타난 것이 음악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우주와 몸의 복합성과 다양성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다. 시인은 여러 악기를 통해 우주 현상과 자연의 리듬을 강약, 명암, 생멸의 물질성으로 환원한다. 노래와 탄주의 형식으로 이어지는 그의 시편들은 그래서 음악적 자의식으로 충일하게 다가오고 있다. 서양 악기의 대명사인 ‘피아노’(「피아노」) 는 시인에게 세상의 소란을 고요히 재우는 “태초의 선율을 긷는 아름다운 샘터”이다. 새로운 아침을 열어가는 태양처럼 그 연주는 아름답고 생생하고 역동적이다. 피아노 특유의 역동성과 고요함이 이중주처럼 다가오는 시편이다. 그다음으로 시인이 그려가는 ‘바이올린’(「바이올린 - 치고이너바이젠」) 은 ‘치고이너바이젠’이라는 독주곡을 통해 전해진다. 집시들의 분방한 정열 그리고 그 밑바닥을 흐르는 특유의 애수와 우울이 담긴 명곡이다. 시인은 “팽팽히 감아 둔 바람의 현”을 떠올리면서 “멀리서 다가와 앉는 집시 같은 허기”를 느낀다. “저녁의 애절함”으로 불타오르는 그네들의 열정과 허기, 그야말로 예술적 충동의 양면성이 아닐 수 없다. 그 안에는 자유의 갈구가 있고 쟁쟁한 기억이 있다. 그 모든 것을 날개에 싣고 비상하는 앨버트로스의 환각 속에서 시인은 먼 곳을 응시하고 그리워하는 예술적 충동의 기원origin을 불러온다. “어둠을 털고 일어난”(「카페 작가」) 비상의 꿈이 그 안으로 흐르고 있다. 바람의 손길이 현 위에 닿으면 겨우내 얼었던 날갯죽지 아래로 몸 말고 귀 기울이는 숨결이 들려온다 뿌리마다 음색을 명주실로 깔아놓고 잠자는 대지를 일으키는 손이여 안단테 칸타빌레로 땅의 문은 열리고 흙더미 털어가며 쏟아내는 화음 속엔 낮은음을 쟁기질하는 아카펠라 음성들 뾰족한 활의 끝으로 푸르른 길을 낸다 ─ 「봄을 위한 연가 - 첼로」 전문 이번에는 ‘첼로’로 옮겨간다. 첼로가 연주하는 ‘봄을 위한 연가’는 겨우내 얼었던 날개 아래로 바람의 손길이 현 위에 닿아 “몸 말고 귀 기울이는/숨결”을 느끼게끔 해준다. 잠든 대지를 일으키고, “안단테 칸타빌레로/땅의 문”을 열고, 흙더미 털어내는 화음 속에서 낮은음을 쟁기질하는 아카펠라 음성이 푸르른 길을 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첼로’ 연주 과정으로 비유되고 있다. 이때 우리는 “가만히 올려다보는 긴 속눈썹 둘레길”(「캐리커처」)을 통해 “어둠 속을 건너가는 안 보이는 손”(「월광曲 - 베토벤」)을 한껏 느끼게 된다. 이처럼 시인은 시 쓰기라는 행위에 음악적 자의식이라는 일정한 구심력을 부여한다. 이때 그의 시조는 ‘소리 예술’로서의 속성을 핵심 원리로 삼으면서, 음악의 적자嫡子로 스스로를 각인해 간다. 자신의 시조가 ‘현弦’에서 울려 나오는 최적의 ‘소리’이기를 열망하는 시인으로서 그는 자신의 예술적 의지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시조를 통해 구체적 시공간에서 빚어진 악기의 모습과 소리를 상상하면서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실재를 아득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만큼 그의 시조는 그 안에 사물의 구체성과 결합된 삶의 형식을 품어내고 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김하정 시인은 명료한 분별과 이성적 경계를 천천히 지우면서 그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기는 방법론을 통해 시조를 쓴다. 자신의 사유를 응집하면서 세계내적 존재로서 가지는 복합적 삶의 마디들을 형상화해 간다. 그 점에서 우리는 기억의 심층을 탐구하고 노래하는 시조의 역할을 그가 극점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가 그려온 사물과 내면의 균형적 결속 과정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면서 외적 관찰과 내적 침잠의 과정을 동시적으로 탄생시킨 그의 작품들을 낱낱의 열정으로 읽어보게 된다. 이때 우리는 사물의 항구성과 순간성을 통합하고 ‘언어를 넘어서는 언어예술’을 통해 사물의 존재 양상을 가장 근원적인 언어로 채록해 온 그의 존재를 여실하게 실감할 수 있다”고 평한다. 시인은 이렇게 사물의 모습은 드러내고 자신의 마음은 은근하게 내보이는 작법을 취하면서 참신한 이미지군群을 통해 사물과 내면에 직핍해 가는 목표를 성취해 온 것이다. 빼어난 이번 시조집의 성취를 딛고 넘으면서 김하정의 다음 시조집이, 더 아름답게 구축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가 이번 시조집을 통해 전해준 삶의 근원에 대한 섬세한 예술적 사유와 해석 그리고 서정성의 확장 가능성이 그러한 예감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