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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 Gr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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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
온갖 꽃이 활짝 핀 어느 날, 어미 닭은 아기 달걀을 품고 있다. 꽃의 홀씨가 포르르 날리던 때 어미 닭은 지렁이를 잡아먹으려고 잠시 일어났다. 그때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 했다. 병아리는 두 발만 삐죽 나온 채 아직 껍질을 다 벗지 못해 온 세상이 캄캄하기만 하다. 자기도 모르게 두 발로 성큼성큼 걷다 보니 어딘지 모르는 길로 들어섰다. 어미 닭이 아기 병아리를 잃어버리는 순간이다. 현대 사회는 아이를 한순간 놓치는 일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건이다. 수십 년 전에 비해 아이 혼자 뭘 하는 일이 흔치 않아졌다. 범죄 가능성도 높아졌고, 부모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지금 기성세대는 종종 수십 년 전의 마을과 공동체 사회를 그리워한다.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실제로 잘 이뤄지던 때였기 때문이다. 집 앞 공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뛰어놀아도 별문제가 없었고, 반드시 가야 하는 학원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이 다 좋았다기보다 당시의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한 아이를 돌보고 키웠던 그 미덕만큼은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는 것이다. 천진한 아기 앞에 펼쳐지는 안전한 공동체 율리아 그로트의 『아가야, 어디 가니?』는 동물들의 세계를 통해 공동체가 한 아이를 지켜봐 주는 이야기를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오일파스텔과 스크래치 기법으로 매 페이지마다 꽃과 식물, 동물을 굵고 선명하게 그려냈다. 꽃과 식물, 새, 벌레 하나까지 온 마을을 구성하는 존재들이다. 이 존재들은 어미 닭의 물음에 반응하고 아기 병아리의 걸음걸음마다 있는 듯 없는 듯 함께해 준다. 그림은 평범한 구도로 시작하다가 어미 닭과 알이 헤어지는 시점부터 위아래로 갈린다. 땅 위와 땅속으로 나눠지는 구도이면서 어미 닭과 아기 병아리가 서로 다른 길을 간다. 어미는 땅 위에서 아기를 찾고 아기는 땅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데, 사실 헤맨다기보다 아직 껍질을 깨고 나오지 않아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움 천지인지 모른 채 씩씩하고 천진하게 앞으로 한발 한발 나아간다. 아기 병아리는 땅속에서 위험하지만 나름 친절한 동물들을 만난다. 오소리, 토끼, 뱀, 여우 등 알 하나쯤 꿀꺽할 거 같은 동물들인데도 아기 병아리의 명랑한 발걸음을 지켜봐 준다. 아기가 위험천만한 순간을 맞이할 때 가슴 철렁한 일은 오로지 책을 보는 이의 몫이다. 아기 병아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발이 움직이는 대로 나아갈 뿐이다.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그림 읽기 알감자를 보고 알인가 싶어 어리둥절해하는 어미 닭, 어미 닭을 위로해 주는 다른 닭들은 주위 동물들에게 아기를 수소문한다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입체적인 그림도 아니고, 텍스트도 없는데 독자는 그림이 이야기하는 걸 순서대로 척척 읽어낼 수 있다. 작가는 스스로 소리 내어 이야기를 만들게끔 독자를 초대하고 있다. 매력적이면서 엉뚱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 독자들에게 새로운 모험에 동참하라고 권한다. 땅속 들쥐들이 아기 병아리가 땅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도움을 줄 때 독자는 저도 모르게 박수치며 응원하는 마음이 된다. 그만큼 작가의 그림은 따라가기 쉽고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아기의 안전한 귀가를 모두가 바란다. 현실의 부모도 그림책 속 어미 닭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들도. 비록 현실이 그렇지 못할지라도, 막 태어난 아기 앞에 펼쳐진 사회는 온 마을이 아이를 건강하게 지켜보는 사회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그림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