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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백장미 백장미 전단 백장미단의 목표에 관한 소고 인민재판소 판결문 목격자 증언 반응과 목소리 옮긴이 해설 추천의 글 잉게 숄 연보 백장미단 연보 |
Inge Aicher-Sch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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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달라!”라는 구호가 대학교 곳곳에 커다랗게 쓰여 있었고, “히틀러 타도”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는 거리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항거’를 부르짖는 전단이 흩날려 도시 전체가 두려움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지금과 다를 바 없이 평온해 보였습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도 여느 때와 같았습니다. 그러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밀한 곳에서는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p.9 수많은 청년에게 ‘감옥’은 젊은 시절에 경험한 커다란 충격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젊음과 ‘청년운동’과 ‘융엔샤프트’ 같은 것들이 언젠가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다수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도 ‘어른’이라는 인생의 단계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직접 쓴 일기장, 잡지와 노래책이 압수되어 갈기갈기 찢긴 채 내버려졌습니다. 그들이 감옥에서 나와 다시 자유의 몸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적어도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렸습니다. --- p.30 조피가 뮌헨에 도착한 지 채 6주가 지나기도 전에 대학교에서 참으로 믿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나치를 비판하는 전단들이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떠돌아다닌 것이었습니다. 대량으로 복사해 퍼뜨린 전단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승리감과 끓어오르는 열정, 역겨워하는 거부감과 치를 떠는 분노가 뒤섞여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 p.60 독재자에게 억압당한 독일의 모든 슬픔과 모든 저항의 의지를 전단에 불어넣기 위해 한스와 후버 교수가 최선을 다하는 동안 한스는 일종의 경고를 받았습니다. 게슈타포가 그의 뒤를 밟고 있으니 내일이라도 당장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한스는 이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고 판단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아마도 그에게 호의를 지닌 사람들이 그의 저항 행위를 포기하게 하려고 꾸민 일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다만 한스는 그런 경고를 누가 만들어냈는지 모른다는 것이 불안했습니다. --- p.90 다른 재판에서도 늘 그래왔듯이 한스, 조피, 크리스토프에게 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조피는 침묵을 지켰습니다. 크리스토프는 어린 자식들을 위해 목숨만은 지키게 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한스는 두 사람을 변호하려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친구 크리스토프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려는 순간, 재판장 프라이슬러에게 가차 없이 제지당하고 말았습니다. --- pp.105-106 히틀러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한마디 예외도 없이 거짓입니다. 그가 평화를 말하면 ‘평화’라는 명분으로 전쟁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가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면 ‘하느님’을 구실로 악마의 힘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타락한 천사인 사탄의 권세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그의 입은 악취가 진동하는 지옥의 아가리입니다. 그의 권력은 지옥의 밑바닥으로 던져진 타락한 힘입니다. --- p.146 한스 숄은 체포되기 약 열흘 전, 언제나처럼 가명을 사용하여 밤 11시경 저에게 전화를 걸어 예약해 둔 책을 다음 날 급히 가져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몇 분 뒤 알렉산더 슈모렐과 함께 도착했고, 그들은 마지막으로 가방과 배낭에 인쇄판, 인쇄기구 그리고 완성된 전단을 넣어 저에게 가져왔습니다. 운동에 함께 참여하고 있던 의대생 자이델도 당시 저의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우리는 외부 시선을 항상 경계하면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 물건들을 제 서점에서 나온 폐지 더미 아래에 숨겼습니다. --- pp.195-196 게슈타포에 구금되어 있는 동안 저는 한 번도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밤낮으로 날카롭고 밝은 전등불이 켜진 감방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뮌헨에 공습이 가해질 때도 저는 감방에 갇혀 있었습니다. 단 한 번 저는 알렉산더 슈모렐을 보았습니다. 심문을 받으러 끌려가던 중 수감동 복도에서 그와 마주친 것입니다. 지금도 저는 그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키가 크고 아름다운 체구에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은 불타오르듯 빛났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 인사했습니다. --- p.232 이틀 뒤 저녁 무렵 두 사람은 게슈타포의 감시 아래 페를라허숲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저 멀리 추크슈피체산의 봉우리들이 눈처럼 희게 빛났고,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저물어 갔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아주 적은 것만이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도움이 우리에게서 오는 산들”을 가리켰고, 결코 지지 않는 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태양은 가장 슬프고 어두운 마음에도 위로와 힘을 비추어 줍니다. --- p.282 그렇습니다. 독일 청년들, 특히 바로 그 청년들이 국가사회주의의 거짓 혁명에 그토록 쉽게 빠져들었던 사실은 참으로 슬픈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눈은 열렸고, 그들은 깨달음과 독일의 명예를 위해 젊은 머리를 형틀 위에 내놓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나치 재판장에게 “곧 당신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 뒤, 죽음을 앞에 두고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새로운 믿음이 싹트고 있습니다, 자유와 명예에 대한 믿음이. --- p.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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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체제에 맞서 비폭력으로 저항한 백장미단
인민재판소 판결문과 목격자 증언, 각계 반응까지 온전한 기록으로 되살아난 『백장미』 완역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독재를 타파하려는 대학생 저항 단체 ‘백장미’의 활약상과 희생을 그린 실화소설이다. 이 책을 쓴 잉게 숄은 백장미단을 이끈 한스 숄의 누나이자 조피 숄의 언니이다. 백장미단은 뮌헨대학교 학생들과 철학과 교수 쿠르트 후버가 주축을 이루는 저항 단체로, 나치의 독재와 유대인 학살, 전쟁의 참상을 비판하는 전단을 여섯 차례 배포했다. 특별한 정치 이념이나 위대한 목표를 추구한 게 아니라 개인의 자유,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지켜내려 했고 철저히 비폭력으로 맞섰으나 모두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이야기와 기록이 교차하는 백장미단의 목소리 청소년 시절 ‘히틀러 유겐트’라는 단원을 이끌 때부터 나치 정권에 환멸을 느낀 한스 숄은 뮌헨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독재 권력의 족쇄에 자유가 매이는 고통을 경험한다. 나치 당국과 게슈타포는 무방비 상태의 국민을 공격하고 재산을 약탈하고 의도적으로 생명을 앗아갔다. 언론마저 장악해 이를 보도하는 신문은 없었다. 이에 분노한 한스 숄은 저항 의지를 불태우던 중 뜻을 같이할 동료들을 만나는데… 알렉산더 슈모렐,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빌리 그라프 그리고 한스 숄의 여동생 조피, 철학과 교수 후버 등이 불의에 맞서 저항한다. 이 책에는 이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순수한 저항 정신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1942년 결성된 백장미의 단원은 1943년까지 모두 처형되었고, 한스 숄은 죽기 직전 “자유 만세!”라고 외쳤다. 사랑하는 조국 독일이 전쟁에서 지기만을 바라야 했던 얄궂은 운명,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그들의 위태로운 상황, 그럼에도 옳은 일을 해야만 한다는 마음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정의가 소설 곳곳에서 물결친다. 독자가 판단하는 역사, 지금 다시 던지는 질문 이 책의 진정한 힘은 그다음에 이어진다. 백장미 전단, 인민재판소 판결문, 목격자 증언 그리고 사건 이후의 반응이 차례로 펼쳐지면서 앞서 읽었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실제의 기록이었음을 확인하게 한다. 전단은 당시의 긴박함과 분노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판결문은 체제가 어떻게 개인을 단죄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진 목격자 증언과 반응들은 사건이 남긴 파장과 기억의 층위를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한 권 안에서 이야기와 1차 사료가 교차하는 구성은 독자에게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직접 읽고 판단하는 경험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는 특정한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당대의 목소리를 가능한 한 온전히 복원하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오늘의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려는 방식이기도 하다. 백장미단의 활동은 짧았지만 그들이 던진 질문은 결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은 언제 침묵을 거부해야 하는가, 그 선택은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을 역사 속 사건으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조용히 던진다. 문학적 서사의 힘과 기록의 엄정함이 함께하는 이 책은 백장미단을 단순한 저항 운동의 사례가 아니라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양심의 문제로 다시 읽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왜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지를 한 장의 전단과 한 줄의 문장으로 분명하게 증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