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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막 11

1부 크리스마스 세 달 전 13
2부 크리스마스 12일 전 143

감사의 말 272
옮긴이의 말 273

저자 소개 2

버지니아 페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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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ginia Feito

마드리드와 파리에서 성장했으며, 런던 퀸메리 대학교에서 영어와 연극을, 마이애미 애드 스쿨에서 광고를 공부했다. 스페인판 〈베니티 페어〉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첫 장편소설 『미세스 마치Mrs. March』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대프니 듀 모리에, 셜리 잭슨,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두 번째 장편소설 『빅토리안 사이코Victorian Psycho』를 발표하며 블랙코미디와 심리 스릴러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을 전공했다. 장르를 넘나들며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을 추구한다. 재미있는 책과의 만남을 늘 고대하고 있다. 음악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자로서, 청중에게 관측되기 전까지는 어떤 연주를 할지 알 수 없는, 능숙한 연주자와 서툰 연주자의 중첩 상태에 있는 ‘슈뢰딩거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신사와 그의 악마_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의 삶과 현대 물리학의 시작』, 『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프린키피아』, 『우리 우주의 첫 순간』, 『퀀텀 스페이스』, 『나는 음악에게 인생을 배웠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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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18g | 128*188*20mm
ISBN13
9791167903655

책 속으로

말끔하고 존경스러운 나의 외관을 거울로 바라보며, 내 안의 어둠을 살짝 엿보고 싶어 입을 크게 벌려보았다. 마치 통째로 삼킨 칠성장어처럼, 매끄럽고 탄탄하고 이빨도 나 있는 그것이 내 목구멍 밖을 기웃거리며 염탐하고 있지는 않을까.
--- p.35

“프레드는 내 안에 사는 악마 이름이야.”
“선생님 안에 악마가 살아요? 얼마나 큰데요?”
“우리는 모두 자기 안에 악마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
--- p.45

나는 미소 지었다. 처음엔 아이들의 무의미한 말에, 그 다음엔 이 초상화들, 의로운 척 지루하고 무심한 표정을 지은 얼굴과 얼굴과 얼굴이 끝없이 이어지는 광경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그들 사이에 걸린 내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파운즈 가문 초상화 행렬에 가장 마지막으로 더해지는 내 얼굴. 나는 혀로 입가를 핥았다. 배고프다.
--- p.48

“뻐꾸기 같은 새들을 탁란 조류라고 해.” 나는 존경심에 가까운 마음으로 새알을 열심히 쓰다듬었다. “어미 새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거야. 뻐꾸기 새끼는 알을 깨고 나오면 둥지 안에 있는 친구들을 죽여. 그것들은…….” 나의 목소리는 어쩔 수 없이 엄숙하게 가라앉았다. “태어나자마자 남을 죽이려는 욕구가 있지.”
--- pp.59-60

그는 내가 꼭 풀기로 마음먹은 수수께끼다.
--- p.64

지금도 나는 두렵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독처럼 혈관을 타고 돌며 희망을, 야망을, 나 자신을 집어삼켜버리는 그 두려움.
나는 그게 세상에서 가장 나쁜 거라고 생각한다.
--- p.79

어깨의 지방층에 박힌 칼날을 보며, 엄마는 그걸 뽑아야 하나 더 깊이 밀어 넣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위니프레드, 네 잘못이 아니다. 너에게 악마의 영혼이 깃든 것도, 네가 어둠에 휩싸여 있는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지금껏 나에게 지워진 악을 이 세상에서 없애고 싶은 게 내 잘못이 아니고.” 엄마의 얼굴이 조금씩 구겨지더니 심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난 못 하겠어. ……주여 저를 도우소서. 전 못 하겠나이다.” 이 말과 함께, 엄마는 칼을 뽑았다.
--- p.90

드루실라는 어떤 날엔 내 귀에 비열한 말을 속삭인다. 그 단어들은 부드러운 민들레 솜털처럼 내 귓불을 간지럽힌다. “열라 뚱뚱하고 못생기고 쓸모도 없어.”
--- p.92

나는 그의 냄새를 갈망하며 오래된 편지의 냄새를 들이마신다. 편지를 핥는다. 아버지의 피를 핥는다.
--- p.128

나는 운명에게 결정권을 넘기기로 했다. 나는 이런 의식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러다 보면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리곤 한다.
--- p.157

“악의 특별한 작용을 이해하고 싶다 해도, 우리처럼 선량한 사람들은 절대 그 심연의 바닥까지는 닿지 못할 겁니다.”피셜 씨는 남자들의 동의를 구하며 큰 소리로 선언했다. “악은 악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죠.”
--- p.211

“가끔 주님의 피조물 중에 그렇게 악마로 태어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한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 p.212

내 안에, 나의 어둠이 갈비뼈 안에서 쉬고 있다. 우리에 갇힌 동물은 길이 들어 무기력하다. 나는 꽤 오랫동안 내 영혼을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나의 영혼은 내가 모르는 사이 나에게서 스르르 빠져나간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이런 식으로 수치심이나 존엄성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봤었다.
--- p.222

아주 오래오래 죽은 척하면 산 채로 묻힐 수 있을까. 그 관 속의 종을 울려보고 싶다. 모두에게 다 들릴 만큼 크게.
--- p.232

사람들의 다양한 살가죽에서 나는 향기는 사과처럼 달콤하고, 위스키처럼 드라이하고, 닫힌 참나무 서랍처럼 퀴퀴하다. 그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도망가고, 서로의 위로 몸을 포개며 쓰러지고, 의자 위로 넘어지고, 바닥을 기고, 창틀 위로 뛰어오르고, 복도 위 연주석으로 기어 올라가고, 프렌치호른과 바순을 꽉 붙들고, 놀란 악사들이 그들을 밀어 떨쳐내고. 남자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앞으로 밀어내겠지. 여자들은 나에게서 달아나기 위해 커다란 벽난로로 뛰어들겠지. 머리카락은 불에 그슬려 메두사의 뱀처럼 식식 소리를 낼 거야.
--- pp.236-237

모든 선한 사람, 모든 악한 사람.
모두 다 환희를 누릴 자격이 있는 거 아냐?
--- p.247

그들은 하나씩 하나씩 하나씩 살해당한다. 화려한 발레 무대에서 몸을 휘두르고 팔다리를 뻗고 머리를 홱홱 돌리는 장면처럼. 나는 무대 위 배우 같은 그들에게서 피 묻은 실크 스카프를 잡아당긴다. 그들의 내장이 한 줌의 장미 꽃잎처럼 허공으로 흩뿌려진다.

--- p.248

추천평

진짜 마녀가 쓴 책을 읽었다. 억울하게 마녀로 분류된 보통의 여성이 아니라, 순수에 가까운 악이 집필한 책을. 그녀는 미쳐 있고, 잔인한 행동에 한 치의 거리낌도 없는데다 변태적이다. 소설은 마치 장난처럼 세상의 모든 규범과 도덕 기준을 짓밟는다. 이상한 건 그럼에도 이 과격한 캐릭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끔찍한 묘사들은 매혹적이고, 분명 역겹고 두려운 장면임에도 피식 웃음이 새 나온다. 때로는 정겹기까지 하다.

살면서 이토록 유쾌하게 사악한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나. 당신에게 종교가 있다면 옆에 꼭 성물을 두고 읽기를.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이토록 불편한 이야기에서 야릇한 해방감을 느낀 스스로를 부정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이 광기의 일지는 지상에 마실 온 악마가 건네는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장이다. 하지만 절대 크리스마스는 피해 읽을 것을 권한다. - 조예은 (소설가)
위니프레드의 분노에 찬 변덕 앞에서 누구도, 심지어 독자인 우리조차 무사하지 못하다. 그러면서도 버지니아 페이토는 위니프레드가 지극히 ‘합리적’이라는 설득력까지 능숙하게 제시한다. 위니프레드 만세! 그녀야말로 이 시대, 아니 어느 시대에나 걸맞은 안티히어로다. - 폴 트렘블레이 (『리틀 슬립』 저자)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배반하는, 보기 드문 경이로운 작품이다. 고딕의 뿌리를 끌어오면서도, 버지니아 페이토는 완전히 새로운 서사 방식을 창조해낸 듯하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이 소설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 캐트리오나 워드 (『니들리스 거리의 마지막 집』 저자)
『빅토리안 사이코』는 이토록 구조적으로 잔혹한 시대 속에서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분위기 짙고, 유머러스하며,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 에인슬리 호가스 (『마더링』 저자)
어떤 소설은 봐주지 않는다. 『빅토리안 사이코』가 끌어내는 것은 내장이 한 움큼이다. 그리고 그것을 붙잡고 기꺼이 달아난다. -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엘크 머리를 한 여자』 저자)
마치 제인 에어가 폭주하다가, 〈킬빌〉의 우마 서먼이 상황을 해결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 엘디 아리오
디킨스 최고의 고전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잔혹하게 유쾌한 이 작품은 ‘새로운 스릴러의 여왕’의 독보적 재능을 입증한다. - 〈라 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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