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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주인
군인 총기 사고 적도 빅마마 미스터리 주식회사 옮긴이의 말 |
Joyce Carol O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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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박사와의 진료를 중단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밤, 마구간 입구에서 발소리 같은 소리가 들렸다. 나는 경악하며 그곳으로 불빛을 겨눴다. 엄마다! 엄마를 죽여야 해.
그러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도 집 안은 아까처럼 어두웠다. 마음이 놓였던 것 같다. 엄마를 제압하고 입을 막고 질식시키는 건 쉬운 일도 유쾌한 일도 아니니까. 엄마는 주운 인형들보다 훨씬 크니까. --- pp.38~39 「인형의 주인」중에서 쏘지 마세요, 제발 쏘지 마세요. 그는 나에게 애걸하고 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총이 발사된다. 나는 방아쇠를 누르지 않았는데, 어쩐 일인지 방아쇠가 눌렸고, 총이 발사된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방아쇠가 당겨질 때 이런 생각이 저 머나먼 별에서부터 나에게로 온 것처럼 불현듯 떠올랐다. 일단 총이 발사되자 그다음부터는 저 혼자 발사되는 것 같았다. 소년의 얼굴부터 먼저 땅에 닿는다.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피가 빠르게 번지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젠 뭘 하면 좋을지 몰라 우두커니 총을 들고 서 있는 건 영화 같지 않다. 이제 총은 조용해졌다. 총알은 다 떨어졌다. 나는 외롭고, 이곳에는 나 혼자뿐이다. 이제는 아무도 없고 오직 나 혼자뿐이다. --- pp.99~100 「군인」중에서 그는 진지하게 총을 들여다보고 있다. 탄창을 돌리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 순간 그의 몸이 얼어붙는다. 그의 얼굴에는 기묘한 미소가 번진다. 누리끼리한 피부와 더럽고 떡 진 머리카락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촌 오빠는 아름다운 소년이다. 멍들고 핏발 선 눈을 가진, 아름답게 망가진 소년. 어리고 늙은 소년. 나는 트래비스가 무섭지만, 그럼에도 트래비스에게 끌린다. 그의 시선이 총에서 나에게로 향한다. 총의 자태가 너무나 눈부신 듯, 그는 반쯤 눈이 먼 것처럼 빠르게 눈을 깜빡거린다. --- p.174 「총기 사고」중에서 잠깐 사이에 창백한 초승달이 사라졌다. 두꺼운 구름이 달을 완전히 가려버린 모양이었다. 배의 이편에서 보는 바다는 칠흑같이 어두웠고, 하늘도 어둡고, 파도 소리는 요란했지만 보이지 않았고, 파도가 배를 이리저리 떠미는 힘이 느껴졌다. 아내는 반항했다. 갑판을 따라 걷고 싶지 않다고,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위험하기만 하다고, 여기엔 아무도 없지 않느냐고……. 남편은 경멸조로 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뭐가 무서운 건데? 파도에 휩쓸려 배 밖으로 빠질 일도 없잖아.” 그녀는 생각했다. 아뇨, 당신이 날 배 밖으로 밀어버릴 수 있죠. 아무도 못 볼 것이다. 아무도 못 들을 것이다. 아래층 갑판에서 사람들이 흥청대는 소리가 너무 컸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이곳 3층 갑판에는 짙은 어둠과 기름 냄새뿐이었다. 헨리는 웃으며 오드리의 허리에 팔을 감고 세게 잡아당겨 난간 앞에 세웠다. 그러나 그녀는 겁먹은 아이처럼 움츠러들었다. --- pp.241~242 「적도」중에서 그렇게 거대한 짐승인데도, 빅마마는 포로였다. 클로비스 씨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에 대해서는 리타 메이의 말이 옳았어, 친애하는 바이올렛. 넌 특별해. 우린 아마 널 금방 잊지는 못할 거야.” 그녀는 짜릿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다. 음소거한 채로 TV를 켜놓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것 같았다. 그냥. 깨어. 있기가. 너무. 너무. 힘들다. --- p.339 「빅마마」중에서 “왜 꼭 어떤 이유가 있어야만 사람을 죽인단 말입니까?” 노이하우스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슬레이터의 할아버지인 바나바스가 인생으로부터 ‘미스터리’의 핵심을 잘 추출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독개구리로부터 독을 추출했던 것처럼 말이죠. 죽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완성된 행위이며, 아무 이유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여느 예술 작품이나 마찬가지죠. 그럼에도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자기 자신을,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조상들은 적들을 두려워하고 낯선 사람들을 쉽게 믿지 않았습니다. 만일 낯선 사람이 내 영역에 들어온다면, 그리고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다면, 아니 사악한 의도가 없다고 해도, 그를 이해해보려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다는 그를 없애버리는 쪽이 더 나을 겁니다. --- pp.425~426 「미스터리 주식회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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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주인
“얘들은 여기에 있으면 행복해. 여기에 있으면 평화로워.” 언젠가부터 로비는 길에서 인형을 주워 남몰래 창고에 보관해왔다. 그리고 로비가 인형을 주울 때마다 동네에서는 아이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스스로를 ‘인형의 주인’이라 칭하는 소년. 사이코패스의 뒤틀린 내면을 섬뜩하게 그려낸 표제작. 군인 “인종 전쟁은 이 나라에서 결코 끝나지 않을 전쟁이야.” 흑인 소년을 살해하고 ‘하느님의 군인’으로 칭송받게 된 남자.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조지 지머먼’과 ‘버나드 고츠’의 실화를 모티프로, ‘백인-기독교인 사회의 뿌리 깊은 우월주의와 종교적 맹신의 위험성을 폭로하는 작품. 총기 사고 “그 일은, 일어났어야만 했던 거야. 어쩔 수 없었어.” 두 아이를 키우는 해나는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 마을을 찾는다. 그리고 한때 자신의 우상이었던 매클러랜드 선생님의 거대한 저택을 스쳐 지나며, 과거 그곳에서 일어난 비극적 총기 사고의 기억을 떠올린다. 순진하고 내성적이었던 소녀의 운명을 바꿔놓은 25년 전, 가려져 있던 그날의 진실을. 적도 “얘들은 길이 든 게 아니에요. 인간을 포식자로 인식하는 유전적 기억이 없을 뿐이에요.” 남편과 함께 떠난 로맨틱한 적도 여행. 크루즈를 타고 갈라파고스섬의 생물들을 관찰하던 오드리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생태계의 냉혹함에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과는 달리 너무나 태연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는 남편 헨리,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에게서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껴지는데……. 빅마마 “미워 미워 미워 진짜 미워.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엄마를 따라 낯선 동네로 이사 온 바이올렛은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중 리타 메이 클로비스라는 소녀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고, 늘 외로움에 시달리던 바이올렛은 친절하고 따뜻한 리타와 그 가족에게 마음을 연다. 어느 날, 리타네 집에 놀러 간 바이올렛은 클로비스 가족의 위험하고 비밀스러운 애완동물 빅마마를 보게 된다. 미스터리 주식회사 “왜 꼭 어떤 이유가 있어야만 사람을 죽인단 말입니까?” 여러 개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뉴햄프셔의 아름다운 고서점 ‘미스터리 주식회사’를 찾아간다. 지금껏 전 주인들을 은밀하게 독살하고 그들의 서점을 차지해 사업을 확장해온 나는 이번에도 가방에 독이 든 초콜릿을 준비해두었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미스터리 주식회사’의 주인 에런 노이하우스는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친절하게 카푸치노까지 대접한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서점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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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뒤틀린 욕망과 광기, 약자의 한없는 고독과 무력함
약육강식의 세계 속 인간 내면의 근원적 공포를 탁월하게 조명한 여섯 편의 이야기 “인생에는 포식자가 있고 먹잇감이 있다. 포식자는 미끼를 던지고, 먹잇감은 이 미끼를 자양분으로 착각한다.”(367쪽)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공통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각 작품은 ‘포식자’와 ‘희생자’의 대립 구도를 통해 인간 내면에 숨겨진 잔혹성을 드러내 보이고, 강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자들의 무력감과 절망감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인형의 주인』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약자이거나 한때 약자였던 이들이다. 가족과 사회에 융화되지 못하고 점차 자기 안의 어둠에 잠식되어가는 소년,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외로워하고, 어른들의 인정과 관심을 갈구하다가 끝내 비극적 결말로 치닫고 마는 소녀들, 집단적 광기에 휘둘려 의도치 않게 영웅이 된 남자……. 인종차별과 성차별, 계층 갈등, 종교적 맹신, 소통의 단절을 조장하고 방치하는 부조리한 사회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분노, 광기를 자극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포식자’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포식자’ 앞에 내던져진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중 인물들이 경험하는 공포는 초자연적 존재나 재해가 불러일으키는 공포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으스스하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면이나 충격적인 반전 하나 없이도 우리 안에 내재된 불안을 파고들어 최고의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조이스 캐럴 오츠. 이 거장의 내공은 『인형의 주인』에서 또 한 번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선사하는 공포는 호러와는 결이 다른 공포다. 특별히 자극적인 장면이나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가 나오지 않아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내면 깊은 곳의 두려움을 건드린다. 어찌 보면 영미권 독자들의 지적대로 참신한 반전도 없고 결말도 예측이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 안에서 최고 수준의 서스펜스를 끌어내는 것은 작가의 내공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심연에 닿는 공포라는 측면에서 이 소설들은 탁월한 ‘공포 소설’로 꼽힐 만하다.” _「옮긴이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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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불문하고 오츠의 작품에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절박한 상황에 빠진 이들을 최후의 운명으로 몰아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다루기 때문이리라. 무력감은 공포의 본질이며 오츠는 그 감정을 현존하는 어떤 작가보다도 잘 전달한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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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속 가장 불안한 구석을 이보다 더 잘 조명하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 《시애틀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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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단편의 핵심에는 포식자와 먹잇감의 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그토록 섬뜩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 모두가 인생의 어느 순간에 먹잇감으로 전락한 자신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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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이한 특성 중 하나는 우리 본성의 더 어두운 면에 깊이 끌리고, 때로는 괴로워하면서도 그 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적 충동의 은밀한 내면을 『인형의 주인』에서 오츠가 보여준 것만큼 잘 보여준 작가는 없었다. -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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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도록 평범한 미국인의 일상을 무대로 고딕풍 멜로드라마에 나올 법한 순간들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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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도 긴 여운이 남을 것이다. - 《세인트 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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