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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방문을 열어 놓고 책상 앞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어린이』를 보았다. 『어린이』는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를 위해 만든 잡지였다. 창간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무척 인기였다.『어린이』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방정환 선생님이 쓴 글도 있었다.
---p.23 “반장은 이제부터 국어를 쓰지 않는 학생의 이름을 칠판에 적어라. 한 번 걸릴 때마다 벌금 5전이다.”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웅성거렸다. 공립보통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가난한 살림에 월사금도 겨우 내고 있었다. 월사금은 수업료 겸 학교 발전기금 명목으로 매달 35전이었다. 그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월사금 내는 날이면 결석하는 아이가 많았다. 그런데 일본 말을 쓰지 않았다고 벌금을 5전이나 내야 한다니! ---p.33 그날 밤, 동수는 어두운 책상 앞에 앉아 시를 썼다. 이사 오던 날의 쓸쓸함과 팔려 간 영이를 걱정하는 마음을 종이에 적었다. 아이들 세상이 너무도 차갑고 불공평하다던 방정환 선생님의 글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했다. ---p.51 “선생님, 우리 소년회 만들기로 했어요. 선생님도 소년회 들어보셨지요?” “응, 어린이들이 자체적으로 소년회를 만들어 활동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우리도 이번에 영태를 돕기 위해 모여서 소년회를 만들었어요. 이 도깨비골을 넘으면서 만든 모임이라 이름은 도깨비소년회라고 정했고요.” ---p.73 울부짖는 영태 곁으로 다가가 동수는 기영이를 부축했다. 기영이 이마에 낙인이 찍혀 있었다. 불에 달군 도장으로 새긴 도둑이라는 글자였다. 도둑질을 한 하녀의 이마에 도둑 낙인을 찍어 쫓아냈다는 일본인 주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p.90 방정환 선생님이 등장하자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다 같이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선생님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선생님은 ‘어린이날’을 정한 이유와 의미, 그리고 ‘어린이 선언’의 내용을 이야기했다. “어린이는 소중하고 귀한 사람입니다. 어른과 똑같은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해요. 어린이는 어른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당당한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자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p.112~113 도깨비소년회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어린이날을 알리는 글을 건넸다. 어린이를 소중하게 여겨 달라는 글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른도 있었다. “도깨비소년회, 너희들 덕분이야.” “나도 소년회에 들고 싶어!” 아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p.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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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과 용기로 자신들의 세상을 지켜내는 아이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이 겪은 아픔을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부당한 일을 외면하지 않으며,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생하게 담아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애쓰다 학교에서 쫓겨나 야학을 열겠다는 강 선생님, 그리고 “어린이는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외쳤던 방정환 선생이 실제 인물로 등장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방정환 선생은 동수가 보낸 편지를 읽고 도깨비소년회 창단식에 직접 참석하여 아이들이 만든 우리말 신문을 응원하고, 소년회 활동을 격려하며 이들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끈다.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소년회 운동과 활동 모습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주인공 동수가 쓴 시 「벌금 20전」과 「이사하는 밤」은 당시 아이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현실의 아픔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 책은 어른들조차 숨죽이던 시절에 가장 약한 존재로 여겨졌던 어린이들이 스스로 모여 어떻게 서로를 돌보고 삶을 개척해 나갔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도깨비방망이가 없어도 옳은 일, 착한 일에 앞장선다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부른 도깨비소년회 노래 한 소절처럼, 이 책의 주인공들은 특별한 힘이 아닌 우정과 용기로 자신들의 세상을 지켜낸다. 어린이날이 어떤 정신에서 출발했는지, 또래들의 연대가 당시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 자발적인 역사가, 지금 이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다시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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