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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야_감상소설, 어느 몽상가의 회상에서
첫 번째 밤 두 번째 밤 나스텐카의 이야기 세 번째 밤 네 번째 밤 아침 2. Белые ночи_도스토옙스키 〈백야〉 원문 Ночь первая Ночь вторая История Настеньки Ночь третья Ночь четвёртая Утро 역자 후기 |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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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런 밤은, 친애하는 독자여, 젊은 날에나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별빛 가득한 밤하늘은 어찌나 찬란하던지, 그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 아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온갖 화를 내고 변덕을 부리면서 사는 걸까?’
이 또한 젊은이다운, 젊은이라서 가질 수 있는 의문이지만. 친애하는 독자여, 하나님께서 이런 의문을 당신의 영혼에 더 자주 내려주시길……! --- p.8 나는 찾아갈 다차도 없었고 다차에 가야 할 이유도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짐마차와 함께, 짐마차를 빌린 존경받을 만한 풍채의 모든 신사들과 함께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도, 정말이지 어느 누구도 나를 초대해주지 않았다. 마치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린 듯이. 그들에게 나는 이방인에 지나지 않아 보였고 실제로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 p.16 저만치에서 어떤 여인이 운하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난간의 격자무늬 창살에 팔을 괴고 있는 여인은 분명, 운하의 탁한 물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귀여운 노란색 모자에 멋진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저 아가씨는 분명 가무잡잡한 피부에 갈색 머리일 거야’라고 나는 생각했다. 여자는 내 발소리를 전혀 못 들었는지, 내가 격렬하게 쿵쾅대는 가슴을 부여안고 숨죽인 채 옆을 지나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 p.19 “제 이름은 나스텐카예요.” “나스텐카! 그게 답니까?” “그게 다냐고요? 그걸로는 부족한가요? 정말 욕심이 많으시군요!” “부족하냐고요? 충분해요, 충분합니다. 오히려 넘칩니다. 나스텐카,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처음부터 제게 나스텐카가 되어주다니!” --- p.39 그녀는 내 두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골목길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나는 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서 그녀를 눈으로 배웅했다. 그녀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자 머릿속에 이 말만 맴돌았다. ‘내일 봐요! 내일 봐요!’ --- p.86 “저는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당신이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한다 해도, 제가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을 앞으로 계속 사랑한다 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제 사랑이 혹시라도 당신에게 짐이 되면 안 되니,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사랑할 겁니다. 다만 당신은 매 순간 듣게 될 겁니다, 매 순간 느낄 겁니다. 당신 곁에서 당신에게 고마워하고 넘치게 감사하는 심장이, 뜨거운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아, 나스텐카, 나스텐카! 대체 저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요……!” --- p.113 순식간에 내 손을 뿌리치고 얼마나 빨리 그를 향해 달려가던지……! 나는 죽은 듯이 우두커니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에게 손을 내밀고 그의 품에 막 안기려던 그녀가 갑자기 몸을 다시 돌리더니 바람처럼 번개처럼 내 곁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두 팔로 내 목을 감싸안고 진하고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그런 후 한마디 말도 없이 다시 그에게 달려가 그의 두 손을 잡고 그를 이끌었다. 나는 오랫동안 서서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두 사람 모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 p.124 부디 용서해주세요, 기억하고 사랑해주세요. 당신의 나스텐카를. --- p.128 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맑기를, 그대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언제나 밝고 구김 없기를, 한없이 기쁘고 행복한 순간에 그대에게 축복이 넘치기를, 그대는 어떤 이의 외로운 가슴에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안겨 주어 감사한 마음을 가득 품게 했으니! 그래! 한순간이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한 사람의 일생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 p.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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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년 전의 고독이 지금의 청춘에게 가닿은 이유
“SNS와 온라인 시대, 그 어느 때보다 도스토옙스키를 이해할 준비가 된 20대” 도스토옙스키가 대문호로 불리기 전, 20대 청년 시절에 쓴 청춘의 연가 단편 〈백야〉가 영국 전역을 강타하며 2024년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도서로 떠올랐다. 로맨스와 판타지 신간이 주류를 이루는 글로벌 소셜미디어(틱톡 북톡)에서 이례적으로 2세기 전의 고전이 역주행한 배경에는 Z세대의 남다른 공감대가 있다. 외로움과 갈망을 안고 소셜미디어 속에서 자신의 삶을 낭만화하는 현대 청년들의 이른바 ‘주인공 증후군(Main Character Syndrome)’이, 오직 스스로 지어낸 서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소설 속 익명의 ‘몽상가’와 완벽히 마주한 것이다. 이 책『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는 부담 없는 분량 속에 처절한 외로움과 찰나의 환희를 정교하게 담아낸 거장의 통찰을 복원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고립감을 느끼며 누군가와의 진정한 연결을 꿈꾸는 청년 독자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김희숙 소설가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대문호의 문장, 도스토옙스키의 숨결이 담긴 오리지널 원문까지 한 권에 소장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는 이름이 없다. 여자 주인공 역시 애칭인 ‘나스텐카’로만 불릴 뿐이다. 이들은 오직 ‘이야기’와 ‘고백’을 통해서만 서로에게 비로소 실제적인 존재가 된다. 이렇듯 인물의 대화로 서사가 전개되는 작품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김희숙 소설가가 번역을 맡아 인물들의 기묘하고 서정적인 화법을 섬세하게 복원해 냈다. 대문호가 거장이 되기 전 청춘 시절에 모색했던 소설의 원형이 비로소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여기에 국내 번역서로서는 이례적으로 러시아어 원문을 함께 수록하여, 거장이 눌러 쓴 첫 문장의 아우라를 날것 그대로 소장할 수 있는 독보적인 가치를 더했다. 이옥토 작가의 사진과 만나 당신의 책장을 완성할 단 하나의 탐미적인 오브제 무엇보다 이 책은 원제 대신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워, 찬란해서 더 비극적인 이별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한순간이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한 사람의 일생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청춘의 태도는 특유의 서늘하고 투명한 미학을 가진 이옥토 작가의 사진과 만나 완벽한 시각적 서사를 완성한다. 눈으로 읽기 전 이미지로 먼저 압도하는 이 탐미적인 기획은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세계를 완성하는 단 하나의 '문학적 오브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