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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 첫사랑 도스토옙스키에 대하여 작품 및 줄거리 해설 역자 후기 |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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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그것은 실로 젊었을 때만 가능한 그런 밤이었다. 수많은 별들이 아로새겨진 밝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아래 온갖 성마른 사람들과 변덕스러운 사람들이 살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백야」중에서 그런데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내게 일어났다. 조금 떨어진 곳, 운하의 난간에 한 여자가 몸을 기대어 서 있었다. 난간 격자에 팔을 괴고 혼탁한 운하의 물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백야」중에서 기쁨과 행복은 사람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 것일까! 가슴은 사랑으로 넘쳐흐른다!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전해지고, 모든 것이 즐겁게 미소 지었으면 좋겠다. 그 기쁨은 얼마나 전염되기 쉬운 것인가! 어젯밤 그녀의 말에는 얼마나 애정이 깃들어 있었고, 그 가슴 속엔 나에 대한 호의가 얼마나 넘쳤던가……! ---「백야」중에서 “선생님, 실례합니다. 말씀 좀 여쭈어도 될는지…….” 길 가던 사람은 움찔 놀란 빛으로 너구리털 외투를 입은 한 신사를 쳐다보았다. 이 신사는 저녁 7시에 길 한가운데서 거침없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만 페테르부르크의 거리에서 전혀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면, 상대가 놀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중에서 “그럼, 안녕히……! 그런데 죄송합니다, 젊은이, 또다시 실례합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그녀의 정부가 아니라고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십시오!”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중에서 그 순간 이반 안드레예비치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던 것인가! 남편 앞에 떳떳이 다가가서 실수로 곤경에 빠졌으며, 본의 아니게 무례한 행동을 저질렀음을 설명하고 사과한 다음, 사라지면 되었을 것을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반 안드레예비치는 자기가 마치 돈 주앙이나 로벨라스라도 되는 것처럼, 또다시 아이 같은 행동을 했던 것이다. 처음에 그는 침대 옆 커튼 뒤에 몸을 숨겼으나, 기가 눌려 바닥에 엎드리더니, 무의식적으로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버렸다.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중에서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에요, 각하, 소설 같은 이야기지요! 어떻게요? 깜깜한 한밤중, 대도시의 한가운데에서 남자가 침대 밑에 엎드려 있다니 말입니다!”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중에서 당시 열한 살을 얼마 남겨 놓지 않았던 나는 7월에 모스크바 근교의 시골에 사는 T 씨라는 친척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때 세어 보지 않아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50명 정도인지 아니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손님들이 각지에서 몰려와 있었다. 마치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축제처럼 분위기가 떠들썩하고 밝았다. ---「첫사랑」중에서 바로 이때 M 부인의 조용한 시선, 부드러운 미소, 아름다운 얼굴은, 하느님만 아시겠지만, 웬일인지 마법에 걸린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리곤 했다. 이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이상하고 달콤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주 나는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몇 시간이고 멍하니 있곤 했다. 그녀의 몸짓 하나, 움직임 하나를 모두 외워 버렸고, 굵고 명랑하지만 조금은 억눌린 듯한 그녀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었다. ---「첫사랑」중에서 내 안에, 어린 소년의 마음에 미성숙하고,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감정이 거칠게 다가왔다. 첫 향기를 뿜어내는 동정童貞의 수줍음이 너무도 빨리 벗겨지고 모욕당했으며 어쩌면 매우 심각한 미학적인 첫 감동이 조롱당했던 것이다. ---「첫사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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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명암을 응시한
인간 심연의 탐험가 문학은 물론 실존주의, 철학, 심리학, 신학, 문학비평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영향을 끼친 도스토옙스키는 가장 위대한 인간 탐구자이자 형이상학적 작가이다. 그는 인간을 이성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존재로 보았으며, 이러한 통찰은 단편, 장편을 가리지 않고 그의 작품 전반에 깊이 스며 있다. 이번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에 수록된 「백야」,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 「첫사랑」은 서정적인 문장으로 인간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한 작품들이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도 그 약함과 모순을 연민과 해학으로 감싸 안는 도스토옙스키의 시선은 세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축을 이룬다. 1848년에 발표된 단편 「백야」는 도스토옙스키 특유의 서정성이 가장 아름답게 발현된 작품으로 손꼽힌다. 백야가 다가오며 텅 비어 가는 페테르부르크에 홀로 남은 공상가는 거리와 운하를 거닐며 상상 속 세계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운하 난간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는 한 젊은 여인을 만나고, 그녀를 괴한으로부터 구해 준 것을 계기로 가까워진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서 버림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연을 알게 된 공상가는 그녀를 위로하며 점차 사람의 감정을 키워나간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상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는 「남의 아내」와 「질투하는 남편」이라는 두 단편을 결합해 개작한 작품이다. 아내에게 정부가 있다고 의심한 남편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아내를 미행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쾌하고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판단력을 잃어 가는 인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인간이 아무리 이성을 내세워도 감정과 본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 주며, 인간 심리의 취약함과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첫사랑」은 열한 살 소년의 풋풋한 첫사랑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내며, 아이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비춘 작품이다. 그러나 그 시선은 순수하기에 오히려 더 예리하고 가차 없다. 소년이 홀로 사랑하는 M 부인은 사람들 앞에서는 감정을 숨기지만, 어린 소년 앞에서만은 슬픔과 눈물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첫사랑에 사로잡힌 소년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른들의 허영과 위선, 사랑과 고독이 섬세하게 포착되고, 독자는 한 사람의 시선이 만들어 내는 왜곡과 인간 내면의 다양한 교만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 내면이 빚어내는 빛과 그림자에 주목한 이 세 편의 작품은 인간을 단순히 분석하거나 규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때로는 유머와 풍자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외로움, 사랑과 허영을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도스토옙스키가 왜 인간 심연의 탐험가로 불리는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이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 존재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스스로의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