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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 Scott Key Fitzg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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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나이가 더 어리고 마음이 여렸던 시절, 아버지가 해 주신 말씀을 나는 두고두고 마음속에 되새겨 왔다. 아버지는 “누군가의 흉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 네가 가진 장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라.”라고 하셨다.
50피트쯤 떨어진 곳에서 어둠에 싸인 이웃집 저택에서 나온 한 그림자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은빛 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은 별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운 태도와 잔디 위에 서 있는 안정감 있는 자세로 미루어 볼 때 그 그림자가 개츠비 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같이 누리고 있는 이 천국에서 자신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해 볼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던 것일까……. 아주 멀리 한 줄기 희미한 녹색 불빛이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거긴 어쩌면 부두 끝인지도 몰랐다. 다시금 개츠비를 찾아보았으나,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나는 이 고요하지 않은 어둠 속에서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여름 내내 밤만 되면 옆집에선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푸른 정원에서는 남녀들이 속삭임 소리와 샴페인, 그리고 별들 사이를 누비며 나방처럼 이리저리 오고 갔다. 오후가 되어 밀물이 들어오면 그의 손님들이 부대浮臺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뜨거운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일행은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대신, 모두 한결같이 품위를 잃지 않고 있었는데, 그것 자체가 그 지역─웨스트 에그에 우월감을 느끼며 웨스트 에그의 조악한 화려함에 맞서 신중하게 경계하고 있는 이스트 에그─의 확고부동한 귀족사회를 대표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줄무늬 셔츠, 산호색의 소용돌이와 격자무늬 셔츠, 초록과 연보라와 연한 오렌지색 셔츠, 결합 문자가 새겨진 인디언 블루빛 셔츠 등등……. 갑자기 데이지가 비명을 지르며 와이셔츠 더미에 고개를 묻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셔츠들이 너무 예뻐요.” 그녀가 흐느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두꺼운 셔츠 더미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슬퍼요. 왜냐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는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데이지가 톰에게로 가서, “난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로 데이지가 지난 4년간의 세월을 말소해 버린다면, 두 사람은 보다 현실적인 대책들을 강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중 하나는 그녀가 자유의 몸이 되면, 두 사람은 루이빌로 돌아가 그녀의 집에서 결혼하는 것이었다. 마치 5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나는 전에는 깨닫지 못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그칠 줄 모르는 매력, 짤랑대는 목소리, 심벌즈를 연주하는 듯한 목소리…… 하얀 궁전에서 노래하는 공주, 황금의 아가씨……. “그 사람들은 썩어빠졌어요!”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그들을 다 합쳐도 개츠비 씨를 못 따라가요.” 나는 두고두고 이렇게 말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에게 해 준, 단 한 번의 칭찬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져 가는 미래, 극도의 흥분이 넘치는 미래가 있다고 믿었다. 그 당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 되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별을 잡기 위해 손을 뻗는 남자
개츠비는 정말로 위대한가?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하층민도 노력만 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듯한 낙원, 어딜 가든 이등 시민일 수밖에 없는 이민자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듯한 이상향으로서 미국은 오랫동안 꿈과 기회의 땅이었다. 개츠비는 이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과 같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탓에 재력도, 지위도 미천했던 그는 상류층 집안이던 사랑하는 연인 데이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렇기에 개츠비는 자신의 잃어버린 꿈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끝에 성공해 돌아온다. 5년 동안 개츠비의 목적은 오로지 데이지와의 재결합뿐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되찾아 과거를 보상받을 뿐 아니라 현재를 그녀와 서로 사랑했던 과거와 똑같이 만들어 보이겠다고 단언하는 개츠비는 분명 위대해 보인다. 그러나 데이지를 향한 마음에는 과연 순수한 사랑만 있을까? 데이지는 개츠비의 사랑인 동시에 그가 들어가기를 바라 마지않던 상류층 그 자체였다. 개츠비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자 이상의 화신이었기에, 개츠비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그녀를 되찾고자 했던 것이다. 데이지와의 결합은 상류층으로의 편입이기도 했다. 1920년대, 제1차 세계 대전 종전 후 미국의 국력은 유럽을 추월했다. 쌓인 부와 환락. 찬란한 시대가 펼쳐지며 상류층은 비눗방울 같은 화려함으로 자신을 치장했다. 그러나 화려한 뒤의 실상은 돈과 환락만을 쫓는 가식과 타락의 집합체였다. 낭만적인 이상을 꿈꾸는 개츠비와 타락한 현실은 갈등을 거듭한다. 과거의 사랑을 되찾고자 노력하던 개츠비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순애의 표상일까, 혹은 이상을 이루고 잃어버린 과거를 보상받기 위해 행동한 야망가일까. 현실과 낭만의 갈등, 물질과 이상의 대립 등 수많은 해석을 가능케 하는 개츠비의 행보는 지금까지도 영화, 뮤지컬 등 창작물로 재해석되며 사랑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