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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부
선고 변신 카프카에 대하여 작품 및 줄거리 해설 역자 후기 |
Franz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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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난한 부모는 열여섯 살의 카를 로스만을 미국으로 보냈다. 가정부가 그를 유혹해서 그의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카를이 타고 있는 배는 벌써 상당히 속도를 늦춘 상태로 서서히 뉴욕 항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 「화부」 중에서 만일 그의 부모가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낯선 나라에서 명망 있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설사 아직 승리를 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마지막 정복을 위해 완전히 자세를 갖춘 그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러면 부모는 그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지 않을까? 그들 사이에 앉히고 칭찬을 해 주지는 않을까? 한 번, 딱 한 번이라도 부모님께서 충실한 그의 눈을 보아 줄까? --- 「화부」 중에서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예요?” 카를이 물었다. “왜 그냥 당하려고 하는 거냐고요?” 화부는 해야 할 말을 위한 적합한 표현을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마를 찌푸릴 뿐이었다. 그러고는 마주 잡고 있는 카를과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 「화부」 중에서 드넓은 러시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그가 보였다. 텅 비어 있는, 몽땅 도둑을 맞은 상점 문 앞에 서 있는 그가 보였다. 무너져 내린 선반과 갈가리 찢긴 물건들, 떨어진 가스등이 마구 뒤섞인 폐허 사이에 그는 여전히 서 있었다. --- 「선고」 중에서 “얼마나 오래 머뭇머뭇 참고 있었을까.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말이다! 어머니는 죽을 수밖에 없었어. 어머니는 이런 환희의 날을 체험할 수 없었지. 친구는 그의 러시아에서 몰락하고 있다. 벌써 삼 년 전에 누런색이 되어 내버려진 꼴이지. 그리고 나는, 잘 보고 있겠지. 내가 어떤 모습인지. 그러려고 눈을 달고 있을 테니까!” --- 「선고」 중에서 대문 밖으로 뛰어나간 그는 찻길을 건너 강으로 달려갔다. 벌써 그는 굶주린 자가 음식을 잡듯이 난간을 꼭 움켜잡고 있었다. 그러고서 훌쩍 난간을 뛰어넘었다. 소년 시절 부모의 자랑이었던 뛰어난 체조 선수다운 멋진 모습으로. --- 「선고」 중에서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 「변신」 중에서 배 위쪽이 조금 간지러웠다. 등을 조금씩 움직여 천천히 침대 기둥 쪽으로 다가갔다. 머리를 더 쉽게 들어 올리기 위해서였다. 간지러운 자리가 보였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하얗고 작은 점들로 덮여 있을 뿐이었다. 다리 하나를 움직여 만져 보려 하다가 곧바로 그만두었다. 다리가 닿는 순간 온몸에 오싹 소름이 끼쳤기 때문이었다. --- 「변신」 중에서 어머니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좀 더 편안한 자세를 갖추느라 몸을 흔들고 있을 때,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어머니가 소스라쳐 벌떡 뛰어오르더니 팔을 길게 뻗고 손가락을 넓게 벌리고는 소리쳤다. “사람 살려. 아이고머니나, 사람 살려!” 그레고르를 더 자세히 보려는 듯이 머리를 갸우뚱하고 있었지만, 몸은 정반대로 뒤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 「변신」 중에서 그때 아버지는 뒤에서 이제 진짜 끝장을 내겠다는 듯이 강력한 매질을 했고, 그레고르는 심하게 피를 흘리면서 방 안으로 한참 멀리까지 날아갔다. 아버지는 빗장까지 질러 문을 단단히 닫아걸었다. 그러고는 마침내 사방이 고요해졌다. --- 「변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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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세계와 존재의 불안을 응시한
카프카의 초기 걸작들 -「화부」 「선고」 「변신」 이번 카프카 단편선에 수록된 「화부」 「선고」 「변신」은 카프카가 1910년대 초반에 집필한 초기 단편들로, 그 안에 담긴 주제와 서사 그리고 불안의 구조는 이후 그가 남긴 모든 작품의 핵심적 모티브를 미리 예고한다. 세 작품은 모두 인간과 세계 사이의 단절, 가족 관계에서의 억압 구조, 사회 시스템에 대한 암묵적 비판 등을 공유하며, 카프카 특유의 불안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 주제들은 독자에게 ‘나’와 세계의 관계를 되묻게 한다. 「화부」는 미완성 장편 『아메리카』(또는 『실종자』)의 서문 격인 작품으로, 카를 로스만이라는 소년이 미국 땅에 첫발을 디디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민자의 눈을 통해 본 신대륙은 약속의 땅이 아닌 낯설고 적대적인 공간이다. 유럽의 구세계에서 벗어났지만, 미국에서도 그는 다시금 낯선 질서에 휘말리며 정체성을 잃어 간다.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체계에 들어선 한 개인’이라는 카프카적 주제의 출발점이 이 작품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난다. 카프카가 단 하루 만에 집필한 작품인 「선고」는 카프카 스스로 ‘자신의 문학적 탄생’이라 평할 만큼 자전적 색채가 짙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결혼을 알리려는 아들이, 대화 도중 점차 아버지의 언어에 압도되고 마침내 ‘죽음을 선고’받는다는 내용은 비현실적 설정과 동시에 치밀한 심리 묘사로 전개된다. 부자(父子) 관계 속에 내재한 권력, 죄책감, 복종과 저항이라는 인간 내면의 역학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문학사에서 가장 강렬한 첫 문장으로 손꼽히는 작품 「변신」은 주인공의 육체적 변형을 통해 가족 내에서의 역할, 인간으로서의 존엄, 노동과 존재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레고르가 더 이상 노동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 가족은 그를 어떻게 대하는가? 카프카는 이 질문을 통해 인간 존재의 조건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한계를 가차 없이 해부한다. 『변신』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적 작품이자,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해석된 단편 중 하나다. 지금, 다시 읽는 카프카 -불안과 소외의 시대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오늘날 카프카의 작품들이 여전히 강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지 20세기 초 유럽의 시대정신을 대변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의 개인이 겪는 실존적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 사회적 소외와 부조리한 체계 속 무력감이 그의 문학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화부』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세상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이들의 불안과 저항을, 『선고』는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조차 도달할 수 없는 단절과 침묵을, 『변신』은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능에 의해 철저히 정의되고 소외되는 인간 존재의 슬픔을 담고 있다. 카프카의 문장은 단단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그 속에 담긴 세계는 기이하고 환상적이지만 너무도 현실적이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어느 시대, 어느 독자에게나 다르게 다가가며 끊임없이 새롭게 읽힌다. 특히 지금, 무력함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려는 개인, 의미를 찾아 삶을 붙잡고 있는 이들에게 카프카의 글은 더없이 날카롭고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