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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에 대하여 작품 줄거리 및 해설 역자 후기 |
Jane Au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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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재력을 갖춘 미혼의 남자라면 틀림없이 결혼을 원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결혼 생활의 행복은 전적으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는 거니까. 결혼 전에 서로 성격을 잘 알고 있다거나, 성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야. 오히려 그런 부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반드시 성격 차이를 드러내게 되고, 결국엔 불화로 이어지기 쉽거든. 그러니까 한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면 결점은 되도록 모르는 편이 더 나아. 허영심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죠. 하지만 자존심은 좀 다릅니다. 실제로 남보다 정신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은 그 자존심을 잘 다스릴 줄 알지요. “어떤 성격이든 어느 정도의 사악한 면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아무리 교육을 잘 받아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타고난 성격적 결함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럼 선생님의 경우는 모든 사람을 싫어하는 성향이겠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오해하는 성향이겠군요.” 콜린스 씨는 제인에서 엘리자베스로 상대를 바꾸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곧 그렇게 되었다. 베넷 부인이 난롯불을 사르고 있는 그 짧은 시간에 그는 쉽게 마음을 바꾸었다. 엘리자베스는 나이와 미모 면에서 모두 제인 다음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녀가 새로운 대상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 춤이 시작되고 다아시 씨가 다가와 엘리자베스에게 춤을 청하자, 샬럿 양은 그녀에게 위컴 씨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그보다 몇 배나 능력 있는 사람 앞에서 불쾌한 모습을 보이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고 귓속말로 충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혼만이 교양은 있지만 재산이 없는 젊은 여성에게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계 준비였고, 비록 행복을 장담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상의 대비책이었다. 그녀는 이제 그 대비책을 확보해 놓은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자신의 이성과 인격까지 속여가며 저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신 건, 분명히 제 감정을 상하게 하고 저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죠? 그러니 만약 제가 무례했다 하더라도 그럴 만하지 않나요? “로징스에서만 아홉 번이나 식사를 했고, 차도 두 번이나 마셨지! 이야기할 거리도 많겠어!” 그러면서 엘리자베스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숨겨야 할 이야기들도 얼마나 많을지!” 엘리자베스가 자기 가족들을 두고 생각했더라면, 부부간의 행복이나 가정의 화목에 대해 매우 즐겁게 생각하는 마음은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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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을 가리는 오만
내 눈을 가리는 편견 상당한 재력을 갖춘 미혼의 남자라면 틀림없이 결혼을 원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첫 문장이 유명한 소설이 있다. American Book Review에 따르면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은 영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첫 문장 목록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첫 문장이 유명하다는 것은 글 자체가 그만큼의 의의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이 유명한 까닭은 이 첫 문장에 소설의 전개 방향과 당대의 사회적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은 리전시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조지 3세 말년,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황태자였던 조지 4세가 섭정을 하던 당시 식민지 미국에서는 독립 전쟁이 일어나고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이 등장해 영국에 선전포고를 하는 등 유럽은 한창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혼란스러운 시대의 물결은 민병대가 도시 곳곳에 주둔하는 등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소설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소재는 바로 ‘결혼’이다. 영국 교외에 거주하는 베넷가는 시골 지주로, 이들은 젠트리 계급이며 상류층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사교계 생활을 할 정도로 넉넉한 재산을 지닌 가문이다. 그러나 아들이 없는 관계로 아버지인 베넷 씨가 사망하면 모든 재산은 가까운 남자 친척인 사촌 콜린스에게 돌아가고 딸들은 거주할 곳을 잃게 된다. 어머니인 베넷 부인은 다섯 딸의 불투명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딸들의 결혼 문제에 매달린다. 결혼은 교양은 있지만 재산은 없는 젊은 여성에게는 품위를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계준비고, 그 행복은 장담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상의 대비책이었다. 본문에서도 집어서 말하듯 당시 여성은 결혼을 통해서만 안락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은 형제나 친척들을 전전하며 불안정하게 생계를 이어가야만 했기에, 여성들에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이라는 의미보다는 불안정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단이었다. 이러한 배경을 인식하고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면,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모욕적으로 굴었다는 이유로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한 엘리자베스가 재해석될 것이다. 다아시는 영지의 주인인 데다 연수입도 베넷가의 몇 배나 되는 상류층 계급이다. 이보다 더 좋은 신랑감이 나타날까 싶을 정도로 신분으로도, 재산으로도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과 가족들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을 수 없다며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런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달라진 건 다아시의 편지를 받으면서이다. 엘리자베스는 오만하다고만 생각했던 다아시를 자신 또한 편견에 가득찬 눈으로 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다아시의 청혼과 엘리자베스의 거절은 두 사람이 길러온 오만과 편견이 절정에 다다르는 동시에 해소되는 역할을 한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거절에 자신이 오만했으며, 자신의 신분이 오히려 그러한 오만을 인정하고 부추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태도를 고쳤으며 엘리자베스는 그간 자신이 다아시에 대한 편견으로 눈을 가려 그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서로의 단점이자 약점이 사라진 후 그들은 이상적인 한 쌍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게 된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외에도 『오만과 편견』에는 여러 유형의 부부와 사랑의 유형이 등장한다. 사랑보다는 정으로 함께 사는 베넷 부부, 선량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마지막에 극적으로 결합한 빙리와 제인, 아내감을 원했던 콜린스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 샬럿 루카스. 이 여러 쌍의 부부는 영국 사회에서 결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결혼이 이상적인지를 독자에게 묻는다. 제인 오스틴의 글은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아닌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으로서 발견할 수 있는 작고 섬세한 부분을 조명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작가의 의도와 더불어 수없이 많은 프레임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이 명작은 250년 동안 사랑받아 왔으며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