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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도킹 스테이션
윤다미
교유서가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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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 누가 뭐래도 빛

이브와 이브의 이브
신세기공룡생활지침서
하이웨이
Chodanpyeonsoseol
나이롱
지속 가능한 디지털 시대의 천사
오토 캐드 바로크
가상 터널
생일은 매일 있고
자연사박물관
디오라마
환상특급

2부 | 네게 남은 사랑이 얼마나 있어?

나쁜 설탕과 파이프오르간
드라마투르기
연체
엠마와 버려진 애인
사랑을 건강히
대제전, 그리고 매미떼의 죽음
나 없이
세한도
욕조를 부정하며 여름 나기
Linked Contemporary Lovers
클레멘타인
부는 바람 이기기

3부 | 나중에 또 초면인 것처럼

레디메이드
노상관찰학의 실제
반달리즘
mortar
망고를 아세요?
초행길에서 만난 초월자
한끼
랜드마크
1541
그런 것은 아름다운 셈법이 아니다
human being
루비 썸머의 실종

4부 | 우리 다음의 우리는 또 없을 거니까

소녀 … 신세기
푸른배영원
살아 있다는 감각
인챈트
가드닝
Girlish
라디에이터를 긍정하며 겨울 나기
보편적 대도(大盜)
video essay
-간신히 입 열기의 방식으로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기
시네마토그래피
홈타운 오브 뉴 에라

발문 | 편지의 아름다운 힘은 편지를 보내지 않을 때 나온다 | 문보영(시인)

저자 소개 1

1998년에 태어났다. 계간 〈포지션〉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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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66g | 125*210*20mm
ISBN13
9791124128978

책 속으로

해가 지면 곧 내일이야
우린 무얼 앞두고 있는지 모른다

전야제다
서로의 머리맡이 되어
---「이브와 이브의 이브」중에서

왜 내 사랑이 너에겐 죽음으로 직결되니. 나는 그냥 네가 정말 좋았을 뿐인데…… 익룡은 아파한다. 익룡은 후회한다. 익룡은 사랑하는 방법을 잃는다. 평생 하늘에서 부유한다. 우리는 그 모든 시대를 거치고도 아직 미완성이다.
---「신세기공룡생활지침서」중에서

어느 겨울에 발이 너무 차가워진 네가
까만 발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말한다
나 오늘이 진짜 생일인 것 같아

그러면 나도 오늘이 생일인 것 같다
쌓인 눈에 사둔 초들을 모두 꽂고 하나씩 불붙인다

사그라든다

정말로 따뜻했는데
이내 발이 시렵다
---「생일은 매일 있고」중에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어딘가가 텅 비어 있다
허술하기 그지없지만 모두가 눈감아주고 있을 뿐이다

SF 소설의 고증 오류를 지적하는 눈 밝은 독자처럼
단지 자기들의 허점에 조금씩 더 자주 눈을 마주치는 일

저기요, 이제 깨어나셔야죠.

속죄양은 제단에서 걸어나와 자기만의 독창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시작되는 한 세기를 우리는 뭐라고 부르더라?
---「환상특급」중에서

누가 너무 좋으면 나는 갖고 싶지가 않아져
나를 덕지덕지 묻히고 싶지가 않아져
이 완벽한 악기의 연주자가 꼭 나일 필요가 없는데
---「나쁜 설탕과 파이프오르간」중에서

쟁반에서 천천히 말라가고 있는
포도 뼈에 대한 일기를 써요
목구멍이 부어오르는 사탕 같은 맛

제일 깊어진 그 순간에 그만둘 수만 있다면

우리를 알던 시간과 모르던 계절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세월을 더 얹어서
전부 갚아드릴게요 정말로 원하신다면
---「사랑을 건강히」중에서

그렇게나 사랑하던 시를 왜 그만두었냐고 물으실 것 같아서 한번 써봅니다. 더이상 가진 봉투가 없어서요. 시인이 되려면 봉투에 시를 넣고 보내야 된다는데, 사방팔방으로 다 보내려다가 전부 꼬라박았거든요.
---「mortar」중에서

우리가 이렇게나 돈이 없는데
서로 사랑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아냐, 마음이 가난한 게 더 슬픈 거라고 했어
헤이미치의 미간은 점점 골이 깊어만 갔다

시계를 팔고 시곗줄을 받은 여자
머리카락을 팔고 머리끈을 받은 여자
너무나도 궁핍한 소녀, 소녀들의 자본주의

마음만으로 마음을 사기에도 마음이 너무 비쌌다
---「그런 것은 아름다운 셈법이 아니다」중에서

드디어 우리의 호흡법이 비슷해졌고, 너는 그게 좋았다
내가 빌었던 모든 염원을 만질 수 있게 되었지

나,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서
너랑 너무 닮고 싶어서
배꼽을 이식받았어

하지만
한 쌍의 새로운 다리가 돋고
넘어지지 않는 걸음걸이를 배워도

너처럼 되지를 못했다
---「human being」중에서

사람들은 지겹도록 꿈과 사랑 이야기를 한다.
그만 좀 하라고 해도 괜히 스테디셀러가 아니지.
그 틈바구니에서 멜로드라마를 써서 대박을 치고 싶다.
내 이야기 속에서는 한 서른 명쯤 죽었으면 좋겠고
사랑하다 죽은 사람들의 양상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을 수집하듯
그럼에도 모든 사인은 수렴되어
결국 사랑 사랑 사랑이다.
---「인챈트」중에서

네게 받은 편지를 바깥쪽 주머니에 넣었다
그게 우릴 지킬 수 있느냐고 네가 물으니
나는 그저 상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가드닝」중에서

네가 눈사람을 낳아 기르자고 했다

지금 낳아 여름이 오기 전까지만 기르고 다음 겨울이 왔을 때 또 낳자고

나는 그렇게 계속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아직 묻지 못했는데
너는 이미 빨간 손으로 눈사람을 낳고 있었다

그걸 가만히 바라보다 나는 누워서 팔과 다리를 바닥에 비볐다
겨울에만 출몰하는 천사는 날개가 네 개일 거라고
네 개의 날개들은 각자 사이가 좋지 않아서 날갯짓을 못 하니까
천사들이 바닥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겠냐고
어느새 장성한 눈사람을 독립시킨 네가 말했다

(…)

창밖에는 네가 키워낸 눈사람이
더 많은 눈보라가 치는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침착하게 걷고 싶은 마음 하나만은 제대로 물려준 것 같지

이대로 떠난 눈사람의 소식은 모르고 다음 해에 잊고 새로운 눈사람을 낳고 잠들었다 또 새로운 해를 맞으면 어디에서 눈사람 씨족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그럼 우린 유일한 조상의 마음으로 다시 잠들 수 있겠지 오래도록

---「라디에이터를 긍정하며 겨울 나기」중에서

출판사 리뷰

SF와 만화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새로운 장르의 등장

발문을 쓴 시인 문보영은 이 시집을 “보내지 않은 편지 다발”로 인식한다. “윤다미의 시는 ‘함께 있음’이 아니라 ‘엇갈린 상태에서의 접속’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며, 이것은 편지의 본질이자 ‘도킹’이 뜻하는 바이기도 하다. 사랑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 접속, 연결 방식이다.”(「발문」) 이러한 엇갈림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가 「소녀 … 신세기」이다. 21세기에서는 오류로 치부되는 ‘22세기의 윤다미’가 ‘21세기의 윤다미’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온다는 이야기이다. 이대로 영원히 함께할 수 없기에 서로의 몸에 흔적을 남김으로써 서로를 기억하겠다는 시구는 도킹이 선사하는 강렬한 사랑의 순간을 보여준다. 도킹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이처럼 어긋남이 전제되어야 한다. 서로 떨어져 있고 어긋나 있어야만 비로소 연결할 필요를 느끼고, 마침내 도킹을 향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시집 속 화자들은 가상의 세계를 부지런히 설계하고, 그 속에서 ‘나’와 연결될 ‘너’를 향해 움직인다.

Docking point 1: 신세기 부트캠프
무너지는 문장들 사이에서
세계를 시작하는 법

이 시집에는 ‘창조’와 ‘구축’에 관한 내용이 두드러지게 등장한다. 시 쓰기를 건축에 비유한다면, 시를 짓는 시인은 건축가, 조금 더 거창하게 말하면 세계의 창조주가 된다. 그러나 이 시집에서 세계를 건축하는 일은 화려한 마법 같은 게 아니다. 얇은 다리로 지탱하지 못해 문장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장부터 배우고 싶다고 고백하는 서투른 창조주의 노동(「mortar」)이다. 아담의 갈비뼈를 훔쳐 고가도로를 세워도 좁은 이 차선 도로는 꽉 막혀 있고, 기하학을 배워 폐건물을 부술지언정 구원은 쉽게 도래하지 않는다(「하이웨이」).

여기에 천사들의 파업 선언에 맞서 컴퓨터 학원의 광고를 보며 비장하게 “Hello World”를 입력하는 창조주(「지속 가능한 디지털 시대의 천사」)의 고군분투가 더해진다. 하지만 꼬박 보름 밤낮을 새워 코딩한 끝에 마주한 피조물은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라며 오류를 뱉어내고, 창조주는 “천지장조도 부트캠프가 있었더라면”이라는 파격적인 위트를 던진다. 이처럼 윤다미가 그리는 ‘신세기’는 완벽하게 군림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짓고 허무는 서투른 창조주들의 세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세기 디오라마 위에서 윤다미식 사랑이 펼쳐진다.

“선생님께선 제게 책임질 수 없는 커다란 말을 시에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따지면 하나하나 전부 큰 말들이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개미, 먼지, 동전. 그런 것조차도 저의 시는 다리가 너무 얇아서 지탱을 못 하고, 그래서 문장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그래서 미장부터 배우고 싶었나봅니다. 건축을 잘하고 싶어요. 집을 하나 세울 때까지. 그것이 미니어처라고 해도.”
_「mortar」 부분

Docking point 2: “결국 사랑 사랑 사랑”
완벽히 닮지 못해도
기어이 연결되기를 선택하는 마음

윤다미가 구축한 신세기 디오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간의 유약한 사랑이다. 광활하고 막막한 우주 공간에서 조난당한 우주인처럼 시적 화자들은 각자의 궤도를 돌며 서로에게 접속할 타이밍을 살핀다. 이들은 서로에게 도킹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사랑을 좇는다. 머리카락을 팔고 머리끈을 받는 지독한 궁핍함 속에서 “마음만으로 마음을 사기에도 마음이 너무 비쌌다”고 말하면서도(「그런 것은 아름다운 셈법이 아니다」), 네게서 받은 편지가 우리를 지키지는 못해도 “상하지 않게 할 수”는 있다며 품에 넣는 다정함(「가드닝」)이 그 증거이다.

윤다미 시의 사랑은 결코 영원이나 안주를 약속하지 않는다. 도킹이 언젠가 찾아올 언도킹(undocking)을 전제하듯, 사랑은 여름이 오면 녹아 사라질 눈사람을 기꺼이 낳아 기르고 독립시키는(「라디에이터를 긍정하며 겨울 나기」) 이별 예행연습과 닮아 있다. 배꼽을 이식받으면서까지 ‘너’와 닮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하지만 결국 완벽히 ‘너’처럼 되지 못하는 필연적인 실패를 겪기도 한다.(「human being」) 그러나 화자들은 합일에 실패한 자리에서 좌절하는 대신, 연결되기를 바라며 서로에게 가닿으려 한다. 그리하여 윤다미의 시는 엇갈림 속에서도 끝내 ‘사랑’으로 귀결되는 신세기의 기묘한 멜로드라마가 된다.

네가 눈사람을 낳아 기르자고 했다

지금 낳아 여름이 오기 전까지만 기르고 다음 겨울이 왔을 때 또 낳자고

나는 그렇게 계속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아직 묻지 못했는데
너는 이미 빨간 손으로 눈사람을 낳고 있었다

(…)

창밖에는 네가 키워낸 눈사람이
더 많은 눈보라가 치는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침착하게 걷고 싶은 마음 하나만은 제대로 물려준 것 같지
_「라디에이터를 긍정하며 겨울 나기」 부분

*시인의 말

나를 거기에 두고 왔으니
22세기에서 다시 만나자

2026년, 윤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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