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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영원히 혼자 탈 수 없는 자전거어느 수잔에게의문문에 관하여전화영어 vs. 화상영어아침 전화영어 vs. 밤 전화영어낭독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오렌지 던지기불합격의 기록 1불합격의 기록 22부 전화기 너머의 수잔들불완전한 수잔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수잔집 밖을 나가고 싶지 않은 수잔날지 않는 수잔그의 손을 잡지 않는 수잔도망간 수잔3부 밤 부엉이 인터뷰앤 무어는 63세 필리핀 여성입니다콜센터의 밤 1콜센터의 밤 2앤 무어의 일본 가수 도전기앤 무어, 마이크를 빼앗다수화기를 붙들고 있을 땐 1분 1초가 소중했다밤의 텃밭에필로그: 이 시간에 전화를 걸면 누가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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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을 단순한 어휘를 사용해 말하는 게 좋습니다”복잡한 마음을 명징하게 고백하는 방식 “고백하건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 영어 실력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 서툴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단순한 진심을 단순한 어휘를 사용해 말하는 게 좋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고 누군가가 나의 불면을 걱정해주는 게 좋고 누군가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습니다. 수많은 수잔들(어쩌면 제게는 수백 명의 언니들이 있는 셈이군요)은 제가 이 더딘 말하기를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죽었다 깨도 저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겠지요. 그러니 앞으로도 무수한 수잔에게 기대어보렵니다.” (19-20면) 시인은 매일 수잔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의 선생님은 매번 바뀌지만, 시인은 그들 모두를 ‘수잔’이라 부르며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그들과 남모를 유대감을 쌓는다. 시인은 지난 10년 동안 영어가 늘지 않았다고 진술한다. 그런데도 시인이 계속해서 전화영어를 하는 까닭은, 전화영어가 영어를 공부하는 수단이 아니라, 모두가 잠든 시간에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의 매개이기 때문이다. 수잔은 시인의 서툰 영어를 듣고, 불면을 걱정해주고, 속마음을 들어준다. 단순한 진심을 단순한 단어로 주고받는 그 짧은 시간에 시인은 위안을 얻는다. 서툰 언어로 불완전하게 마음을 고백할 때, 시인은 그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것을 제공”한다고 숨김없이 말한다. 한편, 평화롭던 전화영어는 시인이 유학을 결심하며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낯선 나라에서 홀로 맞는 새벽, 기댈 곳은 역시 전화영어. 그곳에서 시인은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더 깊이, 그리고 더 많은 이유로 의지하게 된다. “당신은 전화영어 강사가 되기 전에 무슨 일을 했습니까?”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그려보기 시각 정보 없이 오로지 듣기에만 의지해 소통을 이어나가야 하는 전화는 목소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상상하도록 요구한다. 이에 응하듯, 시인은 여러 수잔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그들의 삶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놓는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다양한 수잔의 삶에서 독특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전화영어를 하는 여성들이 여러 개의 직업을 전전하며 스스로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제3세계 여성이라는 점이다. 시인은 그중 듣기보다 말하기에만 관심을 두는 수잔에게 ‘앤 무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의 삶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전화영어 강사가 되기 전에 무엇을 했냐는 시인의 질문에 앤 무어는 아이들과 떨어져 살며 필리핀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산업의 콜센터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시간을 전화기 너머로 털어놓는다. 시인의 기록을 통해 옮겨진 앤 무어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삶의 한복판으로 들어서게 된다. 밖에서 만난다면 스쳐 지나갈 것이 분명한 사람들의 삶이 우리에게 선명한 얼굴로 다가올 때 움직이는 마음을 뭐라고 형용할 수 있을까. 경험해보지 못한 삶이 마치 나의 것처럼 다가오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타인과 한 뼘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향해 마음의 자리를 비워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전화를 걸면 누가 받을까?”외로운 마음을 채워주는 오늘의 수잔에게 “그동안 너무 많은 전화를 받았고 너무 많은 전화를 놓쳤다. 서로의 삶을 깊이 이해하기에 30분은 긴 시간은 아니다. 늘 덜 말한 상태로 남고, 덜 이해하고, 덜 친해진 상태로 남는다. 오늘 만난 수잔을 영원히 다시 만나지 않을지도 모른다.아주 드물게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질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수잔에게 전화를 걸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지금 전화를 걸면 누가 받을까?” (151면) 전화영어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시인은 오늘도 전화를 받는다. 새로운 수잔과 새벽과 아침을 공유한다. 낯선 언어로 질문한다. 그가 들려주는 삶을 일기로 쓴다. 마치 방점이 ‘영어’가 아니라 ‘전화’에 찍혀 있다는 듯이. 시인은 사람을 싫어하지만 편지로 끊임없이 외부와 이어졌던 에밀리 디킨슨이 전화를 두려워하지만 10년 동안 전화영어를 해온 자신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전화영어는 “사람과 직접적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전화나 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되고 싶은 왜곡된 욕망”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세계와 이어질 수 있는 가느다란 실을 남겨두기. 전화를 받고 놓치는 과정 속에서 마음을 짐작하기. 팽팽하게 당겨진 실 한 줄에 의지해 건너편의 목소리를 듣던 유년의 순간처럼, 전화영어는 시인이 세계를 향해 당겨둔 가느다란 실이 된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놓칠 듯 다시 잡히는. 그 실의 끝에서 누군가의 새벽과 아침이 건너온다. 전화는 상대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보이지 않음 덕분에, 우리는 목소리 하나에 마음을 건다. 『아무튼, 전화영어』는 그렇게 마음을 거는 일에 관한 책이다.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지만 마주 앉기는 두려운, 우리 모두의 왜곡되고 다정한 욕망에 관한 이야기. 오늘도 어딘가에서 벨이 울리고, 누군가는 전화기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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