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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것의 카니발
황종연
문학동네 20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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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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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비루한 것의 카니발 - 90년대 소설의 한 단면
2. 편모슬하, 혹은 성장의 고행 - 성장소설의 한 맥락
3. 여성소설과 전설의 우물
4. 민족을 상상하는 문학 - 한국소설의 민족주의 비판
5. 내향적 인간의 진실 - 신경숙, 윤대녕, 내면성의 문학에 대한 고찰
6. 현대적 실존과의 접촉
7. 유적의 신화, 신생의 소설 - 윤대녕론
8. '바깥'을 향한 글쓰기 - 하창수와 윤대녕의 소설
9. 개인 주체의 귀환 - 90년대 젊은 작가들의 소설
10. 문제적 개인의 행방
11. 삶의 화음과 소음 사이
12. 진정성, 개인주의, 소설
13. 나르시시즘과 사랑의 탈낭만화 - 은희경론
14. 아졸데의 손녀들, 그들의 불륜과 소설 - 서하진, 전경린의 소설에 관하여
15. 서민적 삶의 훈기와 활력 - 한창훈의 소설
16. 소설의 악몽 - 백민석의『목화밭 엽기전』
17. 모더니즘의 망령을 찾아서 - 마셜 버먼의『단단한 것은 모두 녹아 날아간다』에 관하여
18. 근대성을 둘러싼 모험 - 서영채, 이광호의 비평에 관하여
19. 현대성, 혹은 번화한 폐허 - 이형기의 시론에 관하여
20. 반근대(反近代)의 정신 - 식민지시대 이태준의 단편소설에 관한 고찰

저자 소개 1

Hwang Jong-Yon,黃鍾淵

1960년 서울 출생. 동국대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동아시아언어문화과에서 수학했다. 1992년 계간 『세계의문학』 및 『작가세계』에 기고하면서 평론 활동을 시작했고 1994년 계간 『문학동네』 창간에 참여했다. 미국 시카고대 동아시아언어문명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비루한 것의 카니발』 『탕아를 위한 비평』 『문학과 과학』(전3권, 편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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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54쪽 | 670g | 153*224*30mm
ISBN13
9788982813726

책 속으로

현대문학의 가장 현대적인 성과는 광기와 통하는 영감, 패륜과 벗하는 창의에서 나왔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성 문화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적대적인 이러한 문학적 현대성은 이제 한국문학 독자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20세기 마지막 십 년간 한국소설이 드러낸, 종잡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 보이는 지형 속에는 기성 문화에 대한 도저한 적의의 표현들이 돌출되어 있기에 그러하다.

예를 들어 90년대 소설에 더러는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더러는 울분 맺힌 기색으로 그 얼굴을 내민 수많은 일탈자, 패덕자, 범죄자를 생각해보라.

스무 살 연하의 십대 소녀와 새도-매저키즘적 성희에 탐닉하는 삼십대 작가. 인간 해방의 염원을 미망이라고 부른 운동권 출신의 여성을 강간하여 지식인의 반역에 복수하려는 젊은 룸펜. 결혼이 자신에게서 앗아간 자아의 회복을 꿈꾸며 비 내리는 저녁 검은 염소를 몰고 아파트 단지의 일상에서 탈출하는 주부. 모든 정열과 사랑의 이면에 감춰진 무상함과 고통스럽게 조우한 끝에 낯선 남자에게 몸을 내맡겨 뱃속의 아이를 유산시키고 마는 여점원. 술집에 나가는 애인을 모욕한 남자들에게 복수하려고 폭력을 휘둘렀다가 경찰에 쫓겨 도망치는 거리의 양아치.

그리고 어린 남자아이를 집으로 납치해다가 포르노그라피 필름을 찍고 그런 다음에는 죽여서 집 앞 둔덕에 거름으로 주어버리는 대학강사. 이러한 90년대 소설의 인물들이 대표하고 있는 가치 혹은 가치의 탈가치화는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 p.37

미적 근대성의 이론을 위해 반드시 아도르노에게 기댈 이유는 없을 테지만, 미적 주체화의 가능성이 중요한 철학적 현안임을 그의 미학은 일깨워준다. 합리주의의 압제에서 자유로운 탈중심화된 주체성의 문학적 실천을 구체적으로 이론화하는 작업은 바로 우리 비평이 짊어진 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좁게는 문학에 부정과 반성의 이념을 보존하는 데에, 넓게는 문학의 정당성의 논리를 강화하는데에 필수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근대성을 둘러싼 90년대 문학비평의 모험은 아마도 여기서 성패가 갈릴 것이다.

--- p.401

"예술가는 범죄자와 미치광이의 형제다." 토마스 만의『파우스트 박사』에 나오는 이 말에서 일말의 진실을 느끼지 못할 문학 독자는 아마 드물 것이다. 금기나 규범을 위반하는 일탈적 행동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 억압된 욕망과 금지된 정열에 매혹된 영혼은 현대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모델을 제시한 문학작품들에서 흔히 접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대문학의 가장 현대적인 성과는 광기와 통하는 영감, 패륜과 벗하는 창의에서 나왔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성문화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적대적인 이러한 문학적 현대성은 이제 한국문학 독자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20세기 마지막 십 년간 한국소설이 드러낸, 종잡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 보이는 지형 속에는 기성 문화에 대한 도저한 적의의 표현들이 돌출되어 있기에 그러하다. 예를 들어 90년대 소설에 더러는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더러는 울분 맺힌 기색으로 그 얼굴을 내민 수많은 일탈자, 패덕자, 범죄자를 생각해보라. 스무 살 연하의 십대 소녀와 새도-매저키즘적 성희에 탐닉하는 삼십대 작가. 인간 해방의 염원을 미망이라고 부른 운동권 출신의 여성을 강간하여 지식인의 반역에 복수하려는 젊은 룸펜. 결혼이 자신에게서 앗아간 자아의 회복을 꿈꾸며 비 내리는 저녁 검은 염소를 몰고 아파트 단지의 일상에서 탈출하는 주부. 모든 정열과 사랑의 이면에 감춰진 무상함과 고통스럽게 조우한 끝에 낯선 남자에게 몸을 내맡겨 뱃속의 아이를 유산시키고 마는 여점원. 술집에 나가는 애인을 모욕한 남자들에게 복수하려고 폭력을 휘둘렀다가 경찰에 쫓겨 도망치는 거리의 양아치. 그리고 어린 남자아이를 집으로 납치해다가 포르노그라피 필름을 찍고 그런 다음에는 죽여서 집 앞 둔덕에 거름으로 주어버리는 대학강사.

이러한 90년대 소설의 인물들이 대표하고 있는 가치 혹은 가치의 탈가치화는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그 인물들의 행동이 기성 질서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도발적인 위반충동을 공통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등장과 함께 한국소설은, '반문화 counter-culture'의 면모를 뚜렷이 획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pp.13-14

"예술가는 범죄자와 미치광이의 형제다." 토마스 만의『파우스트 박사』에 나오는 이 말에서 일말의 진실을 느끼지 못할 문학 독자는 아마 드물 것이다. 금기나 규범을 위반하는 일탈적 행동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 억압된 욕망과 금지된 정열에 매혹된 영혼은 현대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모델을 제시한 문학작품들에서 흔히 접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대문학의 가장 현대적인 성과는 광기와 통하는 영감, 패륜과 벗하는 창의에서 나왔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성문화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적대적인 이러한 문학적 현대성은 이제 한국문학 독자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20세기 마지막 십 년간 한국소설이 드러낸, 종잡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 보이는 지형 속에는 기성 문화에 대한 도저한 적의의 표현들이 돌출되어 있기에 그러하다. 예를 들어 90년대 소설에 더러는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더러는 울분 맺힌 기색으로 그 얼굴을 내민 수많은 일탈자, 패덕자, 범죄자를 생각해보라. 스무 살 연하의 십대 소녀와 새도-매저키즘적 성희에 탐닉하는 삼십대 작가. 인간 해방의 염원을 미망이라고 부른 운동권 출신의 여성을 강간하여 지식인의 반역에 복수하려는 젊은 룸펜. 결혼이 자신에게서 앗아간 자아의 회복을 꿈꾸며 비 내리는 저녁 검은 염소를 몰고 아파트 단지의 일상에서 탈출하는 주부. 모든 정열과 사랑의 이면에 감춰진 무상함과 고통스럽게 조우한 끝에 낯선 남자에게 몸을 내맡겨 뱃속의 아이를 유산시키고 마는 여점원. 술집에 나가는 애인을 모욕한 남자들에게 복수하려고 폭력을 휘둘렀다가 경찰에 쫓겨 도망치는 거리의 양아치. 그리고 어린 남자아이를 집으로 납치해다가 포르노그라피 필름을 찍고 그런 다음에는 죽여서 집 앞 둔덕에 거름으로 주어버리는 대학강사.

이러한 90년대 소설의 인물들이 대표하고 있는 가치 혹은 가치의 탈가치화는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그 인물들의 행동이 기성 질서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도발적인 위반충동을 공통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등장과 함께 한국소설은, '반문화 counter-culture'의 면모를 뚜렷이 획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pp.13-14

출판사 리뷰

한국문학의 행복한 숨쉬기
황종연이 이번 평론집에서 비평의 대상으로 삼는 텍스트들은 대부분 90년대에 나온 작품들, 특히 소설들이다. 저자 자신이 '책머리에'에서 밝혔듯이 "대상작품과 시대를 같이하는 비평"은 덧없는 유행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저주를 받고 있으며, 예측할 수 없는 문학의 역사에 대한 일종의 '도박'이랄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새로운 것에 최초의 이름을 지어줄 특권"을 가진다는 축복을 누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동시대 작품들에 대한 "비평적 모험을 통해 근대성을 향해가는, 혹은 근대성을 넘어서려는 한국문학의 다양한 정점들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포착해"내는 황종연의 비평들은 이런 축복을 온전히 누리는 듯하다. 문학적 향취를 잃지 않으면서도 텍스트의 섬세한 결을 탁월하게 읽어내는 그의 비평은 성민엽 교수의 평대로 "한국문학이 행복하게 숨을 쉴"수 있는 어떤 공간을 빚어내며 "비평의 저주받은 운명을 축복의 그것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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