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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사라졌습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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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이라는 단어가 오랫동안 눈길을 끌었다. 사람이 많이 오가지 않는 곳. 목소리를 크게 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 말을 아껴도 이상하지 않은 자리. 이곳이라면 편안하게 동생의 학원비를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전단지를 떼어 가방에 넣었다.
--- p.11 물건들은 칸마다 나뉘어 정리되어 있었다. 지갑은 지갑끼리, 체육복은 체육복끼리, 질서가 명확했다. 그 질서가 편안하기보다는, 조금 서늘하게 느껴졌다. 물건뿐 아니라 이 공간 전체가 누군가에 의해 아주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1 보충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하나둘 가방을 챙겼다. 민재는 가방을 멘 채로 겁주듯이 말했다. “센터 가본다.” 나는 따라나섰다. 별관 복도는 비어 있었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 목록을 봤지만 이어폰은 없었다. 민재가 파일을 직접 확인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거칠었다. 그는 ‘찾는다’기보다 ‘추궁한다’는 손놀림으로 종이를 넘겼다. --- p.19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먼저 묻지 마.’ 그 규칙이 왜 필요한지, 처음으로 이해되는 것 같았다. 어떤 것들은 묻는 순간 더 깊게 빠져버리니까. --- p.29 민재의 시선도, 서연처럼 회색 문을 향했다. 그 눈은 예민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떤 것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눈이었다. --- p.35 “그럼… 그 애가 오면 진짜 돌려줘요?” 나는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문장을 돌려주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대가. 문장을 찾아준 사람에게서 문장이 사라진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가 될 가능성이 가장 컸다. --- p.49 “올 애는 이미 정해져 있어. 소문이 갈 곳은 한 군데뿐이거든.” --- p.51 억울했다. 그 단어 말고는 지금 내 상태를 설명할 말이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고, 아무도 조종하지 않았다. 규칙을 지켰을 뿐인데, 지킬수록 말이 줄었다. --- p.87 “글씨는 지워져도, 눌린 자국은 남아.” --- p.163 우리는 이제 혼자 정리하지 않는다. 서연은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고, 민재는 돌아와 사과했고, 나는 그 사과를 ‘받았다’고 기록했다. 그리고 그다음이 어떤 모양이든, 우리의 문장은 누군가의 통과증이 아니라, 우리를 지키는 방식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p.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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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문장 속에서 잃어버린 진심을 되찾다!
지서희가 그리는 청소년 힐링 판타지! 『문장이 사라졌습니다』는 지서희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 소설이다. 그는 모의고사 필적 확인 문구에 시구가 선정될 만큼 섬세하고 다정한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는 학교를 배경으로 꺼내지 못한 마음과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성장 판타지로 풀어낸다. 학교폭력이 끊이질 않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가장 큰 상처는 말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 끝내 건네지 못한 사과,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은 아이들의 가슴에 오래 남는다. 지서희 작가는 잃어버린 문장을 찾아가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관계의 균열과 회복,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도윤은 교내 유실물센터에서 다른 사람들의 문장을 되찾아 주며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을 하나씩 잃어간다. 엄격한 규칙을 지키게 하는 센터장, 말하지 못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매일 센터를 찾아오는 서연, 센터를 의심하며 도윤을 압박하는 민재. 서로 다른 마음을 지닌 인물들 사이에서 도윤은 자신이 꼭 해야 하는 말이 정확히 무엇인지 마주하게 된다. 상처를 남기는 것도,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것도 결국 한마디의 말이다. 목소리를 잃었던 순간이 있던 독자에게 『문장이 사라졌습니다』는 스스로를 지키고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