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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부_ 사과나무 아래서 시작된 여행 사과나무 아래서 글이 시작되다 | 잭과사과나무 농장 · 이다빈 떨어지는 물소리에 마음을 풀다 | 낙대폭포 · 사미정 천년의 쉼터와 물 위의 시간 | 대산사, 대산지 · 김선애 2부_ 물과 숲이 삶을 건드리다 꽃을 품은 초록의 시간 | 유등연지 · 김선애 천천히 오르는 어미와 아들의 길 | 운문사 · 정영자 한 걸음 앞의 빛 | 와인터널 · 박경찬 3부_ 사람과 시간이 머무는 청도 시가 머무는 남매의 길 | 이호우,이영도 생가 · 김선애 빗장이 열린 오래된 서원 | 자계서원 · 이인선 풀빵과 국수 사이로 흐르는 인정 | 풍각시장 · 김애란 책쓰기 여행을 마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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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그렇다. 모든 장면을 다 넣는다고 좋은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이 본 것보다 오래 바라본 것 하나가 더 깊은 글이 된다. 여행에세이는 정보를 많이 담는 글이 아니라 한 장소가 내 안의 어떤 기억을 건드렸는지 따라가는 글이다.
---p.21 이다빈, 「사과나무 아래서 글이 시작되다, 잭과사과나무 농장」 중에서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많이 쥐는 것이 아니라 폭포처럼 자연스럽게 조금씩 놓아주며 흘려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물은 떨어질 때마다 부서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기 길을 찾아간다. 사람의 마음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p.38 사미정, 「떨어지는 물소리에 마음을 풀다, 낙대폭포」 중에서 꽃은 어느 날 갑자기 피어나지 않는다. 오래 품고, 오래 견디고, 오래 기다린 끝에 모습을 드러낸다. 꽃은 피어 있는 시간보다 피어날 시간을 더 오래 품고 산다. 사람도 글도 사랑도 그렇다. 꽃을 품고 견디는 시간 또한 이미 꽃이라는 것을 유등연지는 조용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p.66 김선애, 「꽃을 품은 초록의 시간, 유등연지」 중에서 둘 다 조심조심, 그리고 천천히 산을 올랐다. 경쟁하듯 빨리 올라갈 일도 없고, 또 두 사람이 다 그럴 형편도 아니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호흡이 허락하는 대로 오르면서 산도 보고, 산 아래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도 들으면서 올랐다. ---p.69 정영자, 「천천히 오르는 어미와 아들의 길, 운문사」 중에서 끝이 없을 것 같던 터널에도 끝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끝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p.82 박경찬, 「한 걸음 앞의 빛, 와인터널」 중에서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빗장은 긴 세월을 말해주듯 삐걱거리며 힘겹게 열렸다. 어쩌면 그것은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내 마음의 문이었는지도 모른다. ---p.110 이인선, 「빗장이 열린 오래된 서원, 자계서원」 중에서 그때 주인이 찰밥을 내어주었다. 자기들이 먹을 밥을 나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아이쿠, 황송하여라.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김치와 함께 찰밥을 먹었다. 시장은 여행의 속도를 다시 사람 사는 쪽으로 돌려놓았다. ---p.131 김애란, 「풀빵과 국수 사이로 흐르는 인정, 풍각시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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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여행은 짧지만 기록된 이야기는 오래 남는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디를 볼 것인지 계획한다. 유명한 장소를 찾고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그러나 여행이 끝난 뒤 오래 남는 것은 반드시 눈앞의 풍경만은 아니다. 함께 먹은 한 끼의 밥, 길 위에서 나눈 말 한마디, 낯선 사람에게서 발견한 뜻밖의 다정함이 오히려 마음속에 깊이 머문다. 『소소여행 - 청도 책쓰기 여행』은 그러한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글로 붙잡은 책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일곱 사람이 청도의 한 사과농장에 모여 1박 2일을 함께 보냈다. 사과나무 사이를 걷고, 청도의 길과 마을을 여행하며, 차를 마시고 음식을 나누었다. 일곱 명의 글쓴이는 여행 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글로 남겼고, 엮은이는 서로 다른 문장들이 한 권의 여행으로 이어지도록 다듬고 엮었다. 참가자들이 여행을 떠날 때부터 완성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써야 할지 망설였고, 자신의 평범한 경험이 과연 글이 될 수 있을지 주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 머물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음 깊은 곳에 있던 기억이 조금씩 문장으로 나왔다. 한 사람의 글에는 살아온 세월이 담겼고, 또 다른 사람의 글에는 지금까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마음이 담겼다. 같은 장소를 걸어도 저마다 다른 것을 보았고, 같은 시간을 보내도 서로 다른 기억을 꺼냈다. 그 차이가 모여 『소소여행 - 청도 책쓰기 여행』이라는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이 특별한 까닭은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여행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의 첫걸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문장보다 자신이 본 풍경과 느낀 마음을 솔직하게 적은 글에는 한 사람만이 지닌 고유한 목소리가 살아 있다. 『소소여행』은 여행지를 빠르게 둘러보는 대신 한곳에 머물며 사람과 풍경을 만나고,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여행을 보여준다. 여행은 낯선 장소를 만나는 일이지만 때로는 잊고 있던 자신에게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짧은 여행은 끝났지만 청도에서 시작된 문장들은 한 권의 책이 되어 다시 길을 떠난다. 한 사람의 기억은 글이 되고, 서로 다른 글은 한 권의 여행이 된다. 『소소여행 - 청도 책쓰기 여행』은 그 작고도 오래 남는 변화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