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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사진을 찍으며 제1부 잃어버린 나 보름달 시소놀이 사랑의 유통기한 흐르는 강처럼 오래된 물건 절망의 바닥 상실의 빛 허공의 언어 삶의 구정물 자퇴 생일 엄마라는 이름표 아버지 소녀의 문 불안정한 자유 타협 없는 투쟁 핏빛으로 물든 청춘 프레임 현실적 선택 서울의 달 어미 같은 그녀 우연한 만남 그림자를 껴안다 쥐불놓기 모래 위의 성 기억의 끝 제2부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사찰 가는 길 지리산으로 새로운 생명 시간을 멈추다 빗물에 씻긴 눈물 고흐의 별 가난한 행복 백석과 나타샤 소를 찾는 집 고독한 방외인 섬에 갇힌 새 나그네 서리 맞은 연꽃 혼돈주가 히피의 나라 어울렁 더울렁 옴팡밭에 핀 동백꽃 영혼의 목소리 이쿠노 아리랑 귀무덤 사라져 가는 역사 눈물 젖은 두만강 우주의 리듬 카르마 무탄트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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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보름달처럼 스스로 온전할 때 서로를 비추어줄 수 있는 것이었다.
--- p.14 강변을 따라 걸었다. 나는 강의 한 귀퉁이에 버려진 채 죽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한 소녀를 보았다. 과거의 그 소녀는 미움도 사랑도 없는 동물의 모습으로 죽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었다. 하늘은 슬픈 회색이었다. 빈 벌판에 떨고 있는 소녀의 어깨를 살며시 안아주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어둠이 내린 텅 빈 공간이었다. --- p.58 “백척간두라는 말 몰라?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어야 제대로 사는 거지. 절벽도 집착이야.” “선배는 그래 본 적 있어?” “지금 그러고 있어. 그저께 내 책이 보관된 창고에 불이 났거든.” “정말이야?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되긴. 난 이대로 있잖아.” --- p.94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세상에 와서 숙제는 하고 있는지에 대해 늘 생각한다. 사람에게 상처 받았지만 인간의 애처로운 모습에 또다시 이끌려 실수를 연발해가며 살았다. 하지만 정신병자에게도 배울 것이 있고 거지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바닷가의 자갈은 파도에 휩쓸리며 멍이 들지만 나중에는 빛을 낸다. 나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멍이 들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 p.112 가끔씩 비워낼 때가 있다. 다른 것을 얻고자 할 때다.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면 갖고 있는 것을 비워야 하는데 바로 지금이 그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 p.90 미조항의 바다장어는 펄떡펄떡 튀어올랐다. 육지의 덫은 그들의 꿈을 정박시켰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 펄떡거림에 항구에 묶인 느린 시간조차 절정의 비늘로 파닥거렸다. 수산시장 칼을 쥔 여장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빨리 삶의 덫을 제거하고 있었다. 칼을 든 손은 죽음을 끔찍한 경험으로 만들지 않았다. 육신의 고통은 오직 영혼의 성숙을 위해서만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10 툇마루에 앉아서 초희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자식을 잃고, 시어머니와 남편의 몰이해 속에서 자유를 찾고 싶었던 그녀의 삶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도 초희에게서 내 딸과 나 자신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역사는 현재를 사는 우리의 삶 속에 남아 반복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 p.146 히피족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드러내는 집단이다. 이들을 무모하다고 생각하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최소한의 물질로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크리스티아나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그들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56 60~70년대 농촌의 젊은이들이 서울로 몰려갈 때 제주 사람들은 가족들이 있는 오사카로 갔다. 식민지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내전의 칼에 베인 그들을 품어주는 곳은 역설적이게도 일본 땅이었다. --- p.168 두만강은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 건너는 강이 되었다. 분단의 세월만큼 마음속 두만강도 넓다. 실제로 두만강을 만나보니 마을의 개천처럼 북쪽 아이들이 놀다가 이쪽으로 공을 찾으러 올 것 같이 가까웠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 북한을 지척에서 본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 p.178 그녀는 부모와 자식 관계는 전생으로부터 깊은 유대가 있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게 됨에 따라 맺게 되는 인연이라고 했다. 내 딸은 전생에도 딸이었고 남은 인연이 있어 다시 딸로 태어나 살고 갔으니 보내 주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제 내 마음에서 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떠나 보내 주었으니 딸아이는 천지의 큰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을 것이다. --- p.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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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그것은 걷다가 떨어트린 장갑일수도 있고, 사랑했던 사람일 수도 있다. 중년에 들어선 저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보며 길 위에서 잃어버렸던 것들과 재회한다. 저자는 더 큰 자유를 얻으려면 과거에 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과거에 남아 있는 미련을 잘 씻어내야 한다. 잃어버린 것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그 방법이다. 저자에게 가장 큰 상실의 고통을 준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로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다. 상실 속에서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공허가 찾아왔지만 시간은 새롭고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한다. 하루가 낮과 밤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은 나누어진 별다른 세계가 아닌 것이다.
1부 「잃어버린 나」에는 저자가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에 관한 글 26편을 실었다. 어른들의 권력과 폭력에 휘둘렸던 소녀는 가족과 세상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민주화를 외치며 만인의 자유를 위해 바친 청춘은 제도권에서 벗어나 안정된 삶을 포기한다. 저자는 한때 사회 변혁에 앞장섰던 친구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과 열정을 잃고 각자의 길로 떠나는 씁쓸한 뒷모습을 바라본다. 사랑에 희생했던 여성으로서의 삶은 ‘나’를 잃어버린 채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왔음을 상기한다. 묵혀뒀던 남편의 짐을 정리하면서 그에게 의지했던 마음과 사랑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딸을 잃은 후에는 헛된 희망과 집착을 버린다. 저자는 잃어버린 것들을 통해 사랑은 스스로 온전할 때 서로 비추어줄 수 있는 것이며, 조직은 하나 하나의 건강한 세포로 구성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2부 「나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는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떠난 여행 이야기 25편을 실었다. 상실로 인한 절망으로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길을 헤매던 저자는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으로부터 삶의 진리를 배우고, 자신을 구속했던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음을 고백한다. 저자는 사랑과 자유를 꿈꿨던 예술가들의 삶을 따라 거닐며 자신의 삶을 겹쳐보면서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나간다. 매춘부 시엔과 영혼의 교감을 나누었던 고흐, 기생 자야와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을 했던 백석, 수행자와 신도 사이였던 만해 한용운과 서여연화의 이별을 전제로 한 고통스런 사랑, 가난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던 이중섭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생각한다. 이어서 세속적 삶에서 벗어나 방랑하며 살았던 김시습, 김삿갓, 정희량과 조선시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름에 갇히고 싶지 않았던 허난설헌의 흔적을 찾아 자유를 꿈꿨던 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2부 후반부에는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간다. 식민지 시대의 상처로 남아 있는 오사카 코리아타운, 우토로마을에서부터 4.3사건이 일어났던 제주까지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역사 현장 속으로 가본다. 그 외에도 역학의 도시 중국 텐수이, 순환적 종교관을 지닌 인도에서의 여행과 호주의 마지막 원주민 부족 ‘참사람 부족’이 문명인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통해 저자는 잃어버렸던 과거의 ‘나’를 털어내고 새로운 ‘나’를 되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