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세기 추정)
서양 문학의 시원(始原)으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생몰 연도와 출생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일부 학자들은 그를 실재한 단일 인물이 아니라 여러 세대의 구전 시인들이 집적된 전통의 이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대부터 지금까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두 서사시의 저자로 공인되어 왔으며, 이 두 작품은 서양 문학·철학·예술이 끊임없이 돌아오는 원천으로 자리해 왔다.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 중 마지막 해의 51일간을 담은 『일리아스』가 전장에서의 분노와 영광을 노래한다면, 『오디세이아』는 전쟁 이후의 세계, 곧 집으로 돌아가는 길과 그 길에서 만나는 인간의 조건을 탐구한다. 호메로스는 영웅의 무용(武勇)만을 칭송하지 않는다. 오디세우스를 수식하는 '지략이 풍부한 자(폴리트로포스)', 페넬로페의 지혜로운 기다림, 텔레마코스의 성장, 인간이 운명과 맞서 존엄을 지켜내는 모습을 서사 전체에 촘촘히 새겨 넣는다.
플라톤은 호메로스를 "그리스의 교사"라고 불렀다.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이스』를 지어 그에게 화답했고, 단테는 그를 "시인들의 왕"으로 칭했으며,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2,800년이 지난 뒤에도 오디세우스의 하루를 재해석했다. 호메로스의 이름 앞에 "고대"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지금도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