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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rey Niffene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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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에, 켄드릭의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모르는 어느 집의 어두운 복도에 놓여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어. 내 주변엔 장화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고, 축축한 비 냄새 같은 게 나는 것 같았어. 복도 끝 쪽으로 난 문이 열려 있어 빛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아주 천천히 소리를 죽여 문가로 가서 안을 들여다봤어. 방안은 새하얬고, 아침 햇살이 들어와 눈이 부셔 뜰 수 없을 지경이었어. 창가에는 한 여인이 산호색 카디건 스웨터를 입고 하얗게 센 긴 머리를 등 뒤로 늘어뜨린 채 나에게 등을 지고 앉아 있었어. 바로 옆 탁자에는 찻잔이 놓여 있더군. 내가 무슨 소리라도 냈는지, 아니면 등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감지했는지… 여인이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는데, 그건 바로 당신이었어, 클레어. 먼 미래의 나이 든 당신이었던 거야. 정말 황홀했어, 클레어. 죽었다 살아난 사람처럼 당신을 안아볼 수 있고, 당신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느낌이었어. 더 이상은 말하지 않을 테니, 당신이 상상하도록 해. 그래야 그 때가 왔을 때, 미리 다 알고 있어서 맥 빠질 일 없이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잖아. 클레어. 그럼 그 때까지 너무도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 현재를 충분히 누리며 살도록 해.
이젠 어두워졌고, 나도 몹시 피곤해졌어. 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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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하게 내게 손을 뻗는 아이의 손을 잡는 순간 헨리는 사라지고 없다. 내 손에는 헨리가 입고 있던 따뜻한 티셔츠만 남아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위층으로 올라가 홀로 미라 사이를 걸으며 생각했다. 어린 나는 지금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오르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지만, 아침에 깨어난 나는 모든 것이 멋들어진 꿈이었다고 여겼다. 엄마는 시간 여행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엄마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것이 처음이었다. --- p.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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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오딧세이를 연상케 하는 이 책은 ‘시간 여행 유전자(time-traveling gene)’를 지닌 주인공 헨리가 현재 시간을 기준으로 시간여 행을 하게 되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게 되는 한 편의 개인적 대서사시다. 시간 여행자 헨리의 길고 험난한 여정은 오딧세이의 오디세우스에 비견될만하며 여섯 살 때부터 시작된 여자 주인공 클레어의 기다림은 낮에 뜬 옷을 밤이면 다시 풀어가며 오디세우스의 사랑을 신뢰했던 페넬로페의 기다림과 닮아있다. 이들의 사랑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기다림,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재회를 반복하며 사랑과 그 이후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생물학적 시계를 잃고 아무런 예고 없이 그리고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헨리를 기다리는 여자 주인공 클레어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단순히 두 남녀간의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다다를 수 없는 시간과 그 시간 속에 감춰진 사랑이라는 하나의 퍼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둘의 사랑은 시간 속에 감춰진 채워지지 않은 마지막 하나의 퍼즐 조각을 채워 넣으면서 완성에 이른다. 시공간을 떠돌아 다녀야 하는 주인공이 현재와 현실에 굳게 발을 딛고 살고자 몸부림치는 과정을 심도 있게 그려낸 이 책을 읽다보면 아주 거대한 크기의 직소퍼즐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가는 느낌이 들 것이다. 도대체 어디에 들어맞을 것인가 몹시 궁금했던 사건의 조각들은 차츰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가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빠짐없이 들어찬 조각퍼즐을 우리 눈앞에 펼쳐 놓을 것이다. 지은이의 상상력이 동원된 시간 여행이라는 내용은 조금은 황당하지만 맛있는 스토리를 이끌어 가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