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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차리기 전에
1부. 알아차림 “먹던 거 먹고 싶지.” |조각보 같은 집 |엄마의 부엌에 적응하기 |서로 알아가는 시간 [요리 활동] 채소잡채 2부. 있는 그대로 보기 “참깨 싹이 얼마나 예쁘게 올라왔는지 몰라.” |부엌에서 시작하는 하루 |엄마 아빠의 언어가 번역되었습니다 |할머니를 만났어요 [요리 활동] 국물 내기 3부. 지금 여기에서 균형 잡기 “너무 힘든 거 하지 마.” |생선조림, 도전은 계속된다 |모두의 음식, 각자의 이야기 |사라지지 마, 장과 김치 [요리 활동] 두부참치동그랑땡전 *밥상 차리기가 계속되길 바라며 *편집 후기 _독자들의 밥상 기록이 이어지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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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에 취약한 나이 80대. 부모님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찾아가지 않았다. 팬데믹이 끝나가던 2023년 여름, 5차 예방접종을 하고 자가 검사도 하고 고향 집으로 출발했다. 오랜만에 집에 도착해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냉장고 색깔처럼 내 머릿속도 하얘졌다.
‘응? 아무것도 없네?’ ---p.7 「날마다 전화하는 사이가 된 까닭」 중에서 이 책의 기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조리법이나 영양 등은 내세울 게 없다. 그래서 이 순간의 음식에 관해서만 쓰기로 했다. 계절이 허락하는 식재료, 로컬푸드 매장에 나온 묵과 두부, 가끔 가자미나 생물 생선 등 그날 허락한 식재료에 부모님이 농사지으신 양념에 주로 의존해서 만들었다. ---p.11 「날마다 전화하는 사이가 된 까닭」 중에서 재료를 꺼내고 음식을 시작하면 엄마가 ‘뭐하게, 나 할 거 있음 시켜.’ 하신다. ‘엄마 쉬셔요. 여기 앉아 계셔요.’ 하며 의자에 반강제로 앉힌다. 머릿속은 조리 순서를 생각하느라 엄마 표정을 살필 여유가 없다. 하지만 금세 엄마를 찾게 된다. “엄마, 들기름 어떤 거 써? 간장은 이건가? 큰 냄비는 밖에 있어요? 엄마, 당면 있었는데, 그거 어딨어요?” 짧은 시간 안에 계획을 완수하려고, 미숙한 요리 솜씨에 긴장해서 나는 엄마의 시선을 놓치고 있었다. 부엌은 엄마의 자리다. 엄마 부엌이 나에게 익숙하지 않다. 다 알 것 같았지만 엄마의 규칙을 모르는 게 많았다. ---p.22 「엄마의 부엌에 적응하기」 중에서 한 가족으로 살다가 지금은 각자의 집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섬과 섬으로 존재하다가 가끔 이어진다. 여전히 엄마 아빠를 다 알진 못한다. 부모님도 막내딸을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서로 믿을 만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 발견하며 알아가는 사이다. 과거를 생각하면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는 이 집이 쓸쓸하다. 미래를 생각하면 이 집이 비게 될까 무섭다. 그래서 오늘만, 지금의 계절과 같이 할 밥상만 생각한다. 서로 믿는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 조금 더 길게 지속되길 기원하며, 다음 밥상 메뉴를 짠다. ---p.32 「서로 알아가는 시간」 중에서 “니 엄마 대단혀. 하여간 대단해.”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아빠가 종종 하는 칭찬이다. 엄마는 어떤 일이 있어도 피곤해도 심지어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아침에 같은 시간에 일어나 밥을 지으신다. 5~6시 사이. 겨울에도 6시면 일어나 펴지지 않는다는 무릎을 어떻게든 움직여 안방에서 화장실로, 화장실에서 부엌으로 가신 뒤 쌀통 먼저 연다. ---p.40 「부엌에서 시작하는 하루」 중에서 현재 내가 기록하고 있는 엄마 아빠는 노쇠하고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90대 농부 부부지만, 일제 강점기에 초등학교를 다니고, 10대에 한국전쟁을 겪고, 전쟁 이후 결혼해서 60년 훨씬 넘도록 함께 6남매를 낳아 키운 강인한 분들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건 겨우 집 안에서 일어난 몇 가지일 테다. 어린 엄마, 어린 아빠를 생각하면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어린 나’들이 만나면 신나고 개구지게 투닥거리면서도 금세 풀어져 히히 웃으면 잘 놀았을 거 같다. 우리는 각자 이야기로 기억될 것이다. 여전히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바라기도 하지만, 더 원하는 것은 나는 내 이야기로 남는 것이다. ---p.57 「엄마 아빠의 언어가 번역되었습니다」 중에서 “할머니는 오랜 시간 살아온 장소를 바탕으로, 자신의 육체를 통해 물질과 자연에 작용을 가한다.” 내가 만난 할머니들, 할머니가 된 엄마에게 적용되는 이 문장은 우리 여신들의 이야기다. 할머니들은 ‘물질과 자연’과 연결된 채 일상을 관장한다. 오랜 시간 살림살이를 길들이고 집을 쓸고 닦으며, 씨앗을 심고 김을 매고 적절한 때에 수확해서 갈무리하고,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저장한다. 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생존하고 있는 자체가 이미 할머니와 연결되었다는 증거다. 할머니와 연결이 없었다면 내 존재도 생존도 불가능했을 테니까. ---p.71 「할머니를 만났어요」 중에서 사실 국보다 더 좋은 게 있다. 물김치. 배추김치나 무김치처럼 채소를 절이고 발효하는 음식은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발효된 국물까지 훌훌 떠먹기 위한 목적으로 담그는 물김치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어른들의 씹기와 삼키기, 소화에도 물김치는 무척 도움이 된다. 섬유질 섭취가 줄어서 생기는 변비에는 약이 된다. 엄마의 김치 중 식구들 모두 다 엄지척하는 싱건지가 있다. 열무를 소금에 절여 채수까지 다 쓰는 조리법이다. 그러니 열무를 잘 다듬고 세 번쯤 깨끗이 씻어야 한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자르고 소금을 뿌려 30분 정도 절이고, 절인 열무와 열무에서 나온 물을 그대로 통에 담는다. ---p.80 「요리활동 -국물 내기」 중에서 오빠가 아침에 달걀과 두부를 섞어 반찬을 했다. 깊이가 있는 프라이팬도 하나 들고 왔다. 그러고는 부침과 찜 사이의 부드러운 반찬을 만들더니 동그란 접시에 크게 담았다. 피자 모양으로 여덟 조각을 낸다. 파를 넣어서 익숙한 맛이면서 모양은 재미있고 식감은 부드럽다.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보니 요즘 책 만들 때 하나의 기준이 된 ‘유니버설 디자인’이 떠올랐다. 이 책의 서체 크기를 키운 것도 제약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의도다. ---p.101 「모두의 음식, 각자의 이야기」 중에서 부모님의 모든 자녀와 많은 손주도 각자의 방식으로 돌봄을 하고 있다. 용돈도 보내고 무거운 곡식을 들고 방앗간에 같이 가기도 하고 병원도 가고 반찬이나 식재료를 냉장고에 채우며 서로 안부를 물으며 지낸다. 부모님도 여전히 우리를 챙기고 돌본다. 막내가 50이 넘었으니, 50~60대이신 우리 형제·자매님의 노년에는 지금과 같은 돌봄은 어려울 것이다. 본인의 자녀에게는 기대지 않겠다 일찌감치 각오했고 부모 세대는 배운대로 챙겼지만, 정작 자신의 노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기회는 많지 않다. 미래에 대해 노년의 삶에 대해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다. 이야기 나누기에는 부엌이 참 좋다. ---p.137 「밥상 차리기가 계속되길 바라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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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던 것을 먹고 살던 곳에서 살아가는
‘서로 돌봄’을 지향하는 가족 에세이 2024년 말,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노노 돌봄’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으나, 우리는 여전히 두려움과 상실을 먼저 떠올립니다. 이 책은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의 시간을 조금 더 단단하고 다정하게 준비하는 ‘서로 돌봄’을 상상하고 이야기합니다. 밥상을 차리고 일상의 대화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90대 부모님이 바라는 삶은 더 좋은 집, 특별한 음식, 푹 쉬는 하루가 아니라 “살던 곳에서 살며, 먹던 것을 함께 먹으며, 하던 일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26년 3월부터 시행된 ‘돌봄 통합지원법’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살던 곳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모두의 밥상은 ‘유니버설 디자인 음식(Universal Design Food) ’, 살던 곳에서 사는 삶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는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개념도 알게 됩니다. 감정과 관계 중심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이웃의 밥상이 궁금한 독자, ‘나이 듦’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찾고 건강한 관계를 꿈꾸는 50+, 그리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누구나에게 권할 수 있는 가족 에세이입니다. |